가정폭력 대책과 피해자녀 자립지원 정책에 대한 의견
본문
가정폭력 피해자와 지원대상이 법률적으로 정책적으로 18세 미만 아동, 청소년(만9세 ~ 24세)위주로 집중 되어있어 부모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으나 미취업상태인 25세 이상의 미자립자들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1. 지자체에서 조사하는 ‘아동 학대’도 아동이 대상이며
2. 전국에 10개소 밖에 없는 청소년자립지원관도 ‘청소년’만이 입소가능대상입니다.
3. 가정폭력 피해자가 부모로부터 물리적으로 대피하여 임시로 숙식할 수 있는 보호시설은 숙식을 제공하는 시설 특성상 성별을 분리하여 별도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남성 피해자 보호시설이 여성 피해자 보호시설의 수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습니다.
4. 형법상 가정폭력이 성립될 수 있는 요건이 너무 엄격합니다. '유형력'의 행사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가정에서 일어나는 상황과는 괴리가 큽니다.
- 신체적인 직접적 폭행이 있어야 하고
- 상처나 녹취같은 물증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욕설이나 고함, 물건 던지기, 폭언, 폭력적인 행동(예 : 주먹으로 바닥이나 벽을 치며 위협하는 행위) 등의 수준으로는 형법상으로 폭행죄나 협박죄에 해당이 안되서 경찰이 아무조치도 취하지 않습니다.
또 집이라는 공간 특성상, 늘 함께지내는 가족이라는 관계 특성상 24시간 녹음기를 켜고 있을 수도 없어서 녹취를 남기는게 쉽지도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증거'로서 혐의를 입증하기 때문에 가정폭력은 형량은 고사하고 일단 기소의 문턱을 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듭니다.
문제는 입건이 안되면 가해자의 처벌과는 별개로 피해자가 보호받는것(접근금지, 분리조치 등)조차도 불가능합니다. 일선수사기관인 경찰은 피해자 보호조치에 있어서 조차도 형식적인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고 복지부동인 것이 현실입니다.
5.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종사하는 상담관들이 거의 자녀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 가정폭력처벌 만큼이나 중요한것은 부모와 자녀가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부모가 자녀를 수직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탈피하는 것일것입니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가 서로 대화를 통해 다시 건강한 가족관계를 되찾으라는 취지로 건강가정기본법에 의거 '건강가정지원센터'라는 것이 전국 지자체에 설치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실제로 겪어본 자녀의 입장으로 말씀을 드리면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종사하는 상담관들조차도 봉건적인 사고, 유교적 온정주의적인 사고에 젖은 분들이 많습니다. 부모를 합리화하고 자녀가 부모를 이해하라는 식의 해결방식만 제안하는 상담관들이 태반입니다. 상담관마다 개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사람이라는 존재가 아무리 상담자라는 직업윤리가 요구되는 종사자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중립적일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제가 경험했던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센터장부터 상담관까지(외래 상담관도 포함) 모든 상담 종사자들이 자녀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산술적으로 부모의 입장을 얘기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2020년대인 현재 50~60대인 기성세대(1960 ~ 70년대생)들은 부모에 대한 효도를 일방적으로 강조해왔고 사회가 그렇게 가르쳐온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입니다. 부모-자식관계를 봉건적인 관계로 교육받아왔고, 자신의 부모들에게 그렇게 하면서 커왔던 사람들이 본인이 나중에 각성을 하고 사고가 넓어졌다고 해서 그 관념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족상담기관에 종사하는 상담원은 법적으로라도 자녀를 가진 사람, 자녀가 없는 사람을 1:1 동수로 비율을 의무적으로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연령대 구성도 지금보다 더 다양화(ex. 1980년대 이후 출생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실제로 가족상담기관에서 상담관이 부모의 폭력을 합리화하고 내담자인 저를 훈계조로 비난하는 등 상담자로서의 객관성도 지키지 않은 사람을 겪어봤습니다. 그런데 센터의 그 누구도 저에게 사과는 커녕 오히려 저에게 마음의 병이 있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는 식의 얘기를 하더군요.)
○ 요구드리는 사항
1. 가정폭력의 형법상 범죄성립요건, 증거능력에 대한 부분을 완화시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 ‘아동’학대보다는 ‘자녀’학대라는 개념으로 정책 및 입법당국과 사회전반에서 인식의 대전환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즉, 가정폭력 피해자녀의 독립적 주거 및 사회정착 지원에 있어서 그 대상을 ‘연령’(아동 : 18세 미만, 청소년 : 24세 미만)이라는 획일적 기준으로만 국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상황, 연령, 성별의 가정폭력 피해자녀들이 가정을 벗어나 온전히 건강한 사회인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현재처럼 아동, 청소년 등 ‘특정 연령’에 포커스가 맞춰진 정책이 아니라 때를 놓친 사람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포용적인 정책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 부모-자녀관계, 그리고 더나아가 가족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가정폭력은 어떤 '사건'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폭력의 싹은 결국 불평등한 관계, 거슬러 올라가면 부모의 자녀에 대한 잘못된 관점('결혼했으니까 나 좋아해야지, 낳았으니까 나를 존경하고 감사해야지'와 같은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1) 초중고 정규교육과정에 '부모교육'을 반드시 의무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녀와 본인이 어떤 관계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철학도 없이 그저 생애주기로 자녀를 낳는 사람은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자신의 자녀, 그리고 가정에 대해 가져야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형식적으로나마 교육을 시키는 절차가 전국민을 대상으로하는 시민교육으로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5월 5일 '어린이 날'이라는 명칭을 '자녀의 날'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5월 8일은 어버이날, 5월 21일은 부부의날. 그런데 정작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자녀'가 아닌 '어린이'죠.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 날을 제정하신 뜻은 '아동'의 인권만을 존중하라는 지엽적인 뜻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통제하려 하지 마라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부모에 대한 효도가 유독 강조되는 봉건적인 윤리관이 지배적인 한국사회에서는 기념일, 학교교육, 매체 등 모든부분에서 자식에게 요구되는 부모에 대한 도덕이 부모에게 요구되는 자식에 대한 도덕보다 훨씬 정도도 강했고 범위도 넓었습니다. 결국 가정폭력도 생활양식에서부터 '부모'라는 존재와 '자식'이라는 존재에 대한 우리사회의 위상이 동등해질 때(똑같이 중요한 대상으로 인지될 때) 서로 존중하는 문화로서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아동 인권'이라는 담론을 이제 '자녀 인권'이라는 담론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린이 날'의 명칭을 '자녀의 날'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3) 초중고 학교교육현장에서 부모에게 폭력을 당했을 때 대처법, 피해자 지원정책 등을 알려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초중고 교육은 학생들에게'부모를 섬기고 효도해야하는 대상'으로만 가르쳤을뿐 '부모가 나를 함부로 대할때'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부모-자식'사이는 천륜, 그건 가족 내의 일'이라는식의 한국사회의 오랜 유교적 온정주의가 이를 방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나이가 어린 학생이라도 자신의 인권을 지키고,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은 알아야합니다. 그 관계가 부모-자녀라면 더더욱 학교가 그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 맺음말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피해자녀 자립지원‘이라는 이슈가 저는 어느 정부이든 주요 정책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가정 내 인권'은 결국 모든 문제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어릴때부터 부모로부터 가스라이팅과 정서적 학대 등을 받아온 10대 자녀가 자기주도적일수 없고, 그 자녀가 20세가 넘으면 부모와 주거적으로 떨어져 살기위해 자신의 적성, 흥미와 상관없는 진로를 택하고, 그렇게 생계를 위해서만 취업한 청년이 이후 30대가 되어서 경제적인 안정을 찾은 뒤에야 다시 자기가 원하는 진로로 U턴을 하고.
결국, 가정폭력(더 근본적으로는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란 개인)은 아동의 문제에서 청년의 문제로 다 연결이 됩니다. 또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인적자원이 낭비되는 요인입니다. 이런 사유로 방황하는 사람들은 통계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
국가경제도 결국 개인이 신체적,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서 사회에 잘 정착했을 때 그러한 사회구성원들이 그 나라의 인재가 되어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것입니다. 그 근간에는 개인이 태어나고 자라는 첫 공동체인 가정 내 인권보호가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가정이 우리 사회에 많아질수록 국가가 지불하지 않아도될 많은 사회, 경제적, 사법적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의견을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복지, 고용, 형사법무, 주거, 교육 등 관련된 모든 분야에 걸쳐 폭넓게 다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정부의 정책으로 그칠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스탠다드가 바뀌는 '가정문화 선진국'으로 대한민국이 우뚝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