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변호사시험 응시기회 제한을 철폐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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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윤석열 당선인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새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저는 올해 제11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청년 수험생입니다.
저는 로스쿨 졸업 직후 응시한 1차 시험(제7회)에서 고배를 마신 후 경제사정 악화로 더 이상 시험을 준비하지 못하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예쁜 아이도 태어났습니다. 2년 동안 악착같이 생활비를 모았고 시험에 다시 도전할 여력이 생겨 4차 시험(제10회)과 이번 5차 시험(제11회)을 무사히 치러냈습니다. 가족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이제는 오래도록 미뤄온 꿈을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2022. 4. 20. 최종 불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주요 과목에서는 준수한 득점을 했으나 보통의 수험생들이 가볍게 생각하는 선택 과목에서 예상치 못한 과락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바람에 합격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했습니다. 선택 과목까지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저의 잘못, 문제가 요구하는 쟁점을 잘못 짚은 저의 실수입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실수치고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가혹합니다. 이제 저는 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한 줄 짜리 로스쿨 석사학위 경력은 스펙이 아니라 죄명(罪名)이 되었습니다. '5년 내 5번'이라는 응시제한 규정이 없었더라면, '5년 내'라는 기간제한만이라도 없었더라면 저는 부족했던 과목을 보완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도전했을 것입니다. 도전하면서 끊임없이 실수하고 넘어져도 다시 툭 털고 일어나 부단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여느 용기있는 청년들처럼 말입니다.
유독 변호사시험에 도전하는 청년들만이 '마음껏 도전하고 포기할 자유'로부터 소외되고 있습니다. '5년 내 5번'이라는 엉터리 규정과 상대평가 방식의 시험제도로 인해 수험생들은 매년 과열된 경쟁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매년 200여 명의 수험생들이 개인사정이나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제로 응시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변호사시험은 그 어떤 제한도 두고 있지 않던 사법시험 보다 오히려 수험생들을 더 가혹하게 몰아세우고 경쟁에서 탈락한 청년들을 영원한 패배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닌가요? 정말로 현행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을 보완한 것이 맞나요?
대한민국 헌법은 직업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 수험생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 아래, 법률이나 이익단체의 압력 때문에 응시 기회가 박탈될 수도 있다는 걱정 따위는 없이,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오늘도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능, 의사, 약사, 회계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공인중개사, 기타 국가기관이 주관하는 어떤 시험에서도 변호사시험과 같은 응시제한 규정을 두고있지 않습니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입법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수험생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만 특별히 제한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지요?
윤 당선인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아래 9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법조인의 꿈을 이뤄냈습니다. 만약 청년 윤석열이 어쩔 수 없이 5번의 도전만에 꿈을 접어야만 했다면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골 검사,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훌륭한 리더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시험에 무제한 응시하도록 하면 인력이 낭비되고, 시험 합격률이 저하되며, 전문적인 교육 효과가 소멸된다(헌법재판소)'는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국가가 청년 윤석열의 의지를 꺾었다면 당선인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인정 많고 무딘 청년 윤석열을 단단하고 날카로운 칼로 벼려낸 것은 다름 아닌 8번의 좌절이 아니었던가요?
'오탈자'들은 국가가 나서서 자유로운 응시를 막아야 할 정도로 능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이미 치열한 로스쿨 입시를 거쳐 법학적성을 검증 받은 우수한 인재들입니다. 대한민국 대학생들과 법률 분야 종사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전문교육기관에서 3년의 교육과정을 무사히 수료했고 변호사시험을 겨냥한 졸업시험까지 통과했습니다. 실수와 부족한 실력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만 조금 더 주어진다면 시험이 요구하는 자격을 얼마든지 갖출 수 있는 국가의 소중한 인적자원입니다. 합격률이 지금보다 높았던 시기에 변호사시험을 봤더라면 이미 법조인으로 활약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오탈자'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점수로 합격하였음에도 현직에서 유능한 법조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배들과 '오탈자'들 사이에 어떤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인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 법률 분야를 연마해 온 인적자원을 국가가 너무나 쉽게 내치는 것이 바로 '인력낭비'가 아닌가요? '제2의 윤석열'이 될 수 있는 청년들이 오늘도 좌절감과 무력감, 사회적 편견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사회경제적 약자이기도 합니다.(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6287)
“청년이 멋진 꿈을 꿀 수 있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 청년의 희망이 기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 것이다. 청년이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윤석열이 책임지겠다. 위축되지 말고 계속 연마해달라”. 당선인께서 대통령 선거 전 마지막 유세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약속하고 당부하신 말씀입니다. 5년 동안 극한의 체력과 인내력을 요구하는 변호사시험을 치러내며 실력을 연마해 온 청년 수험생들이 자기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이 사회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진짜 '낭인'이 되지 않도록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제도를 철폐해 주십시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수차례 합헌 결정을 한 점, 입법사항인 점을 고려하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공정'의 기치를 올려 다수 청년들의 지지를 받은 당선인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소외된 청년 수험생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들어주실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5년 내 5번'으로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변호사시험은 청년 수험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뿐만 아니라, 경제적 여건과 건강 기타 여러 사정이 뒷받침되어 쉬지 않고 시험에만 전념할 수 있는 수험생들에게는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수험생들에게는 불리한 불공정한 제도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부디 변호사시험 응시기회 제한을 철폐해주십시오. 당선인께서 만들어갈 나의 조국은 청년의 꿈을 믿고 응원해 주는 나라, 자유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