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尹 염통 회식 노포·BTS 소속사… 용산 핫 플레이스 이모저모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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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2.4.3)
尹 염통 회식 노포·BTS 소속사… 용산 핫 플레이스 이모저모
■ 노포 줄지은 용리단길… 인근 상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하면 좋아지지 않을까”
3월 2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의 유명 노포 ‘평양집’을 오랜 기간 꾸려온 윤모 씨가 얇게 썬 차돌박이를 분주히 쇠 접시 위에 쌓으며 말했다. 인근 식당들은 브레이크 타임이라 잠시 쉬고 있었지만 이곳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소 특수부위 구이와 내장국밥 등을 맛보러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과거 그들 중 한 명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서울 용산 이전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중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이제 시기 문제일 뿐, 사실상 확정적으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그에 따라 이전 대상지인 용산 국방부 청사 인근이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용산구는 그동안 ‘서울의 정중앙’이라는 지리적 이점에 비해 개발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미군기지가 자리 잡은 탓에 개발에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옛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어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뉴트로(New+Retro: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국방부 청사 주변은 어떤 모습일까. 이곳에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핫 플레이스’가 적잖다. 앞서 윤 당선인이 회식을 위해 몇 번 찾았다는 평양집이 대표적이다.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신용산역으로 이어지는 골목 ‘용리단길’에는 평양집과 같은 노포가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50년 역사의 ‘대구탕 골목’이 대표적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예비 후보 등록 당일인 지난해 7월 12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이곳을 찾았다. 당시 그는 “여기 대구하고 동태하고”라고 말하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는 흔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용리단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노포와 개인 카페, 화실이 모여 있어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거미줄처럼 골목이 사방으로 뻗어 있는데, 곳곳을 찬찬히 살펴보면 숨은 보석들을 찾을 수 있다. ‘맛잘알’을 자부하는 윤 당선인이 몰랐던 맛집도 여럿이다. 윤 당선인은 당시 “국밥집들이 (있는) 이 골목은 또 몰랐다. 저녁에 소주 한잔하기 딱 좋다”라고 말했다.
이날 윤 당선인이 방문한 백반집 ‘진주식당’ 역시 마찬가지다. 진주식당은 대를 이어온 노포로,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 삼겹살 등을 주메뉴로 하는 유명 맛집이다. 윤 당선인이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주식당을 찾는 사람이 잠시 늘기도 했다. 진주식당 주인 부부는 3월 29일 기자에게 “‘윤 당선인이 앉았던 자리가 어디냐’고 물으며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려는 사람도 있다”면서 “삼각지가 서울 딱 중간에 위치한 교통 요지인데 그만한 활기가 없는 것 같아서 이전에 윤 당선인이 가게를 방문했을 때 ‘동네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 부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용리단길에서 좀 더 가면 나오는 ‘백빈건널목’도 유명 명소다. 기찻길과 도로가 가로지르는 곳으로, 경의중앙선과 경춘선 화물열차가 통과한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땡땡” 울리는 건널목 경고음 때문에 ‘땡땡거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옛 서울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어 드라마 ‘나의 아저씨’ ‘경찰수업’ 등을 여기서 촬영했다. 인근 식당에서 건널목 경고음 소리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묘미다. 국내 1호 습판 사진관인 ‘등대사진관’, 2018 미쉐린 가이드에 올랐던 ‘오근내 닭갈비’도 백빈건널목 주변에 있다.
▲ 서울지하철 4호선 이촌역 인근에 위치한 용산가족공원(왼쪽).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전경. [최진렬 기자, 뉴스1]
실외 명소를 찾고 싶은 사람은 용산가족공원과 용산공원으로 가보자. 두 공원은 최근 ‘인스타 맛집’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볼 수 있는데, 특히 미군 장교들이 생활했던 숙소는 ‘포토 스폿’으로 인기다.
용산가족공원은 서울지하철 4호선 이촌역과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사이에 위치하며, 주한 미군사령부가 골프장으로 사용하던 부지다. 서울시가 1992년 이를 인수해 공원으로 조성했다. 골프장 부지를 이용한 공원이라서 대부분 평지라 산책 코스로 적합하다. 용산가족공원 바로 옆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도 있어 자녀들과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국방부 청사 바로 옆에 있는 용산공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가장 큰 변화가 기대되는 곳이다. 용산공원은 2011년 개발 계획이 수립됐지만 미군기지 반환이 지연되면서 진행이 멈췄다. 미군 측은 용산기지 부지 203만㎡의 10.7% 상당인 21만8000㎡만 반환한 상태다. 시민들에게 공개된 공간은 더 좁다. 과거 미군 장교숙소로 사용되던 일부 부지만 2020년 8월을 기점으로 시민들에게 부분 개방됐다. 올해 2월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 합동위원장 간 협의를 통해 6월까지 50만㎡ 상당의 부지를 반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더해지면서 용산공원 개발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3월 28일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에 추가 인력을 파견하는 등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역시 설계업체와 함께 집무실 설계를 위한 청사 실측에 착수했다.
다만 당초 계획대로 윤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용산 집무실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안보 공백 우려를 이유로 합동참모본부 이전을 제외한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경우 5월 10일 용산 집무실 사용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그렇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하반기가 되면 집무실 이전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럼 새로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는 ‘용산 핫 플레이스’를 찾는 시민들 발길이 이어질 것 같다.
최진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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