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용산, 국가 상징으로…지금이 기회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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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2.4.4)
대통령 집무실 이전계획 속 개발과제 산적
한강변 규제 풀고 행정·국제 복합지구로
"정치논란 넘어 한국판 샹젤리제 조성을"
◆ 新용산시대 개발 (上)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을 기폭제로 '용산 개발'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급 프로젝트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용산은 역사·문화의 광화문 업무지구, 금융의 여의도 업무지구, 정보기술(IT)을 포함한 강남 업무지구 등 이른바 3도심의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용산 한복판에 위치했던 미군기지가 단계적으로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이 진행되면서 용산이 진정한 서울의 얼굴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용산 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파리 샹젤리제나 워싱턴DC 내셔널몰처럼 국가를 상징하는 '가로(街路)'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만 집중할 게 아니라 좁게는 용산, 넓게는 광화문 일대까지 아우르는 도시개발 마스터플랜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현수 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단국대 교수)은 "용산은 입지뿐만 아니라 서울의 실질적인 마지막 개발지로 큰 의미를 가진다"며 "서울, 더 나아가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종합개발계획(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샹젤리제나 내셔널몰은 치밀한 개발계획을 기반으로 구성한 도시 계획 역사의 명작으로 꼽힌다. 샹젤리제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는 대로(boulevard)를 만들고 각각의 직선축에 콩코르드광장, 루브르궁전 등을 설치했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도 거대한 상징물 중 하나다. 내셔널몰도 서쪽 끝 링컨기념관에서 동쪽 끝 연방의사당까지 59만㎡ 면적을 치밀하게 설계한 결과물이다.
전문가들은 이어 △국제업무지구(현 용산정비창) 개발 △한남뉴타운 재개발 △뉴욕 센트럴파크를 모델로 한 용산공원 설립이 가장 필요한 3개 과제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용산에는 용산정비창, 한남뉴타운 재개발 등 대규모 개발과 경부선·경의선 철도 지하화, 링킹파크(지하 간선도로 링크) 등 굵직한 사업이 즐비하다. 특히 서부이촌동 일대가 재개발되면 도심에 주거 환경이 뛰어난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광화문에서 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7㎞ 구간은 국가상징거리로 탈바꿈할 폭발력을 지녔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용산 개발 청사진은 서울시가 기본계획을 짜며 준비해왔다"면서 "집무실 이전으로 '날치기' 개발하지 말고 준비된 청사진에 추진 동력을 부여하면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용산 개발이 '정치 구호'로 변질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에 세웠던 계획이 폐기처분됐던 관행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샹젤리제 등 파리 도시 구조를 만든 사람은 1853년 시장으로 취임한 조르주외젠 오스만이다. 오스만의 '파리 대개조'는 그가 시장에서 물러나고 한참 뒤인 1869년에야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