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인터뷰_ “現 청와대 본관을 세계적인 콘서트홀로 만들자” (2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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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22.4.18)
<인터뷰: ‘용산 마스터플랜’의 주역 건축가 김원씨>
“現 청와대 본관을 세계적인 콘서트홀로 만들자”
⊙ “靑 용산 이전, 정치적인 면 떠나 건축가로서 긍정적”
⊙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과 도쿄 ‘산토리홀’에서 받은 영감
⊙ “靑 이전하면 인왕산·청와대·북악산·광화문광장까지 연결되는 ‘제2의 센트럴파크’ 조성 가능”
김원 (金洹) 1943년생. - 경기고,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네덜란드 바우센트룸(Bowcentrum) 국제대학원 수료 ▲ 김수근건축연구소 연구원 ▲ 한국건축가협회 명예이사 ▲김수근 문화재단 이사장 및 부설 서울건축학교 운영위원장 ▲ 건국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 ▲現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
건축가 김원(金洹·79)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는 정확히 30년 전, 지금의 용산 일대 ‘마스터플랜’을 만든 주역(主役)이다.
1992년 어느 날, 이수정 당시 문화부 장관이 김원 대표를 찾았다. 이수정 장관은 “정부가 미군(美軍)으로부터 용산 미군기지 반환을 추진 중”이라며 “언젠가 반환이 완료되면 미군기지 부지는 주인 없는 땅이 돼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서로 자기 것이라고 싸울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장래에 어떻게 활용하는 게 가장 좋을지 미리 연구를 해서 방향을 잡아놓자”며 “서로 싸움이 안 나도록 누가 봐도 타당한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김원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한 게 〈문화예술 종합단지 조성 연구〉라는 용역 보고서다. 용산 일대를 ‘문화예술 종합단지로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야심 찬 계획이 담긴 보고서였다.
지난 4월 6일 서울 혜화동 그의 사무실에서 김원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빛바랜 이 보고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는 처음 보여주는 보고서”라며 웃었다.
김원 대표는 용산 마스터플랜뿐 아니라 1960년대 김수근건축연구소에서 일할 당시, 국회의사당 터를 포함한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도 짰다. 천안 독립기념관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터를 잡은 것도 김 대표다. 이 밖에도 독립기념관 현상설계 특별심사위원, 예술의전당 건축설계자문위원, 국립박물관 이전계획 기술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최근에는 광화문시민위원장으로 광화문광장 조성에 주력해왔다.
◎ 용산을 ‘문화예술 종합단지’로
김원 대표가 만든 〈문화예술 종합단지 조성 연구〉 용역 보고서. 사진=김원 대표 제공 |
—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문화예술 종합단지’로 만들려고 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용산 미군기지 터를 전부 다 합하면 약 100만 평에 달합니다. 게다가 용산은 서울의 가장 중심지입니다.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다가 나온 게 문화공원이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 계획했던 방안과 같군요.
“‘인구 1000만 명에 달하는 서울에 뉴욕 센트럴파크와 맞먹는 공원을 문화예술기지로 조성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공원만 만들면 조금 아깝잖아요. 어느 정도의 문화시설도 들어가고, 교통 인프라도 구축해 ‘공원 그 이상의 공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야 시민들의 접근성도 올라가니까요.”
—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입안했습니까.
“국립중앙박물관뿐 아니라 현대미술관, 도서관, 자연사박물관을 조성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국립극장을 지을 계획도 했고요.”
— 3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청와대가 용산으로 이전할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감회가 남다르겠습니다.
“그게 실현되면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600년 전 조선왕조의 이성계와 정도전이 북악산 아래 경복궁을 짓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청와대는 그 뒤편에 자리하고 있고요. 그렇게 600년간 면면히 내려오던 역사의 현장이 용산으로 이동하는 셈이니 엄청난 일인 거죠.”
〈문화예술 종합단지 조성 연구〉 보고서에 실린 용산 미군기지 활용 계획(문화예술 복합단지). 사진=김원 대표 제공 |
“조선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 대통령 어느 누구도 청와대를 이전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왕조 까지 포함하면 600년 만에 아무도 실현하지 못한 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실천하려는 것이죠.”
— 청와대 용산 이전에 대해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내가 정치에 대해선 할 말이 없어요. 다만 건축 전문가로서 긍정적으로 봐요. 용산 이전에 더해 관심이 가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어떤 겁니까.
“윤 당선인의 지금의 청와대를 ‘시민에게 돌려드린다’는 말이 내 눈길을 더 끌더라고요. 청와대 용산 이전과 더불어 현재의 청와대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지, 그것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 지금의 청와대를 ‘콘서트홀’로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 전경. 사진=‘엘프필하모니’ 홈페이지 |
— 혹시 그에 대해서도 구상하고 있는 게 있습니까.
“그곳(지금의 청와대)을 단순히 공원으로 조성하는 건 반대입니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원을 만들자? 그 방안은 식상하지 않나요? 일단 대통령 역사기록관을 조성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이 집무하고 거주했던 곳이니 얼마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꾸미면 시민들이 역사도 배우고, 공원으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갤러리나 미술관으로 꾸미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것도 생각해볼 수는 있죠. 그런데 경복궁 옆 송현동에 ‘이건희 컬렉션’을 짓기로 한 마당에 미술관이 또 들어서는 건 어떤 면에선 감흥(感興)이 덜하죠.”
— 그렇다면 어떤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까.
“제가 독일 함부르크에 가서 놀란 게 있어요. 함부르크 인구가 30만 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거기에 2017년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이 완공됐는데, 외형과 시설 모두 완벽하더군요. 제가 알아보니까 콘서트홀을 짓는 데에만 한화(韓貨)로 약 1조원 가까이 소요됐다고 하더라고요. 독일 음악의 진수(眞髓)를 그 콘서트홀에서 맛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뿐 아니라 일본도 콘서트홀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 일본의 예는 어떻습니까.
“도쿄에 있는 콘서트홀 ‘산토리홀’을 아십니까? 일본의 주류(酒類) 회사 산토리(Suntory)가 지은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입니다. 클래식계에서 산토리홀은 최첨단 음향 시설로 아주 유명합니다. 객석에서 듣는 소리의 안정감과 선명도, 홀 전체를 울리는 소리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심지어 산토리홀은 1980년대 중반에 완공됐으니, 일본의 기술력이 어떤지 엿볼 수 있죠.”
— 청와대를 콘서트홀로 조성한다는 건 의외의 발상입니다.
“자, 한 번 생각해보세요. 돌아가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를 만들었습니다. 한예종이 배출한 조성진, 손열음 모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됐습니다. 그전까지는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발상의 전환을 하면 되는 겁니다. 이어령 장관은 그걸 간파했던 거고요.”
◎ ‘제2의 센트럴파크’
— 그런데 이미 세종로에 세종문화회관, 서초동에 예술의전당이 있지 않습니까.
“세종문화회관은 본래 정치 집회를 하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 무엇보다 두 곳 모두 음향 시설만으로 봤을 때, 세계적 수준과 견주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물론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요. 그리고 서울시향을 위해서라도 청와대 본관을 콘서트홀로 만드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 서울시향요?
“서울시향의 경우, 시향 단원이 쓸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서울시향 수준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뒷받침 안 되니 단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역대 서울시장이 이에 관심을 가졌지만, 흐지부지됐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청와대를 콘서트홀로 만든다면, 시민들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주고 무엇보다 국가적으로 큰 자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청와대 본관을 콘서트홀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나올까요.
“공간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청와대 본관 정문에 들어서면 큰 계단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응용하면 콘서트홀로 멋진 콘서트홀이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청와대 정원이 좀 큽니까? 여름에 그곳에서 야외 협연(協演) 같은 걸 하면 정말 아름다울 겁니다. 아마 세계적인 콘서트홀로 손색이 없을 거예요.”
— 다시 청와대 용산 이전 현안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을 하고 난 뒤 그곳을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청와대를 그리로 이전하면 공원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도 있습니다.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갔지만, 실제 반환된 부지는 미군기지 전체 부지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아까 뉴욕의 센트럴파크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청와대가 용산으로 가면 또 하나의 센트럴파크가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제2 센트럴파크’는 역사적인 의미도 있다”
— 그건 무슨 얘기입니까.
“현재 청와대 뒤편에 북악산이 있습니다. 북악산은 남산보다 더 값어치가 있습니다. 게다가 북악산의 우백호(右白虎)에 해당하는 인왕산이 과거와 달리 많이 변질돼 있어 안타깝습니다. 지금의 인왕산은 청와대를 방호(防護)하는 군부대 막사와 대공포(對空砲)로 빼곡히 차 있습니다. 군사 목적으로 만든 도로도 나 있고요. 과거엔 이렇지 않았습니다.”
— 그땐 어땠습니까.
“인왕산엔 30여 군데나 되는 약수터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 우리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것들이 산 중턱 곳곳에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인왕산 ‘제 모습 찾기’가 시급합니다.”
— 인왕산과 ‘제2의 센트럴파크’가 어떤 관련이 있는 겁니까.
“제가 염두에 두는 게 인왕산과 청와대, 북악산, 그리고 공원화 작업이 한창인 광화문광장까지 한데 연결되는 ‘제2의 센트럴파크’입니다. 인왕산이 제 모습을 찾고, 지금의 청와대가 시민들 품에 온전히 반환되고, 경복궁을 지나 광화문광장까지 완성되면 서울 한복판에 엄청난 공원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그냥 공원이 아니라 ‘역사·문화·예술 공원’이죠.”
— 그런 생각은 어느 누구도 해본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엄청난 거예요. 지리적인 면이나 상징적인 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센트럴파크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더 의미와 실익(實益) 있는 공원으로 탄생하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 용산 이전이 그 시발점이 되겠죠.”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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