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물관리 정책에 따른 설계기준 개정 고려 사항
-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설계기준을 중심으로 -
박 진 현
한국농어촌공사 통합물관리추진단장
급격한 기후변화로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농림축산식품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2050 농업분야 탄소중립 중점 관리 과제」를 수립하는 등 정책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또한, 2019년 「물관리기본법」이 시행되고, 2021년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농업용수 관리 체계도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농업용수 여유 수량의 타 용도 활용, 관행(기득)수리권의 허가수리권 전환, 농업용수의 효율성 제고 등을 요구하는 농업계 외부의 목소리가 있다. 한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이행계획에서 농업용수 분야의 경우, 효율적인 물이용 체계 구축, 정확한 농업용수 수요 및 공급량 조사, 수리시설물의 내한능력 조사 등이 농식품부의 새로운 이행 과제로 도출되었다. 이에 따라,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설계기준 역시 물관리 정책 패러다임 및 대내외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개정 및 보완에 대한 방향성 설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농업용수 공급 체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수로화 추진 등 효율적 농업용수 이용 체계 구축에 부합하는 설계기준 개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농업용수는 대부분 개수로 형태의 공급 체계로서, 중력에 의한 내리흘림식으로 용수가 배분됨으로 인해 적시·적량의 용수 공급에 한계가 있다. 상류와 하류의 농경지 간 공급량 격차가 크고, 경지면적 감소가 용수 공급 필요량 감소로 연결되지는 않아, 용수 공급량 대비 벼 생육에 사용되는 수량의 비율이 48%에 불과한 실정이다. 2009년 제정 이후 개정이 미진한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설계기준 관수로편」 내용을 보면,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설계기준이 농업용수 효율화 및 최적 운영 가이드라인 등 최근의 용수 관리 개념과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효율적인 물이용 체계 구축과 현장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모 등 관련 설계기준의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농업용 저수지의 다목적 활용을 위해서는 현장의 정확한 농업용수 수요량 및 공급량을 파악할 실태조사 및 새로운 농업용수 물수지 분석 모델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조사 개념 및 방법 등이 확립되면 관련 설계기준 내용도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농업용수는 계절별 및 작부체계별 사용량 편차가 커 정확한 실태 파악이 쉽지 않으나, 우선 수원공별로 명확한 수요·공급량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다목적 활용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농업용수 물수지 분석에서 사용한 수리시설물 모의 조작시스템인 HOMWRS(Hydrological Operation Model for Water Resource System) 및 저수지 설계기준도 수로의 공급과 배분이 고려되지 않는 등 현장 여건과 차이가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통합물관리추진단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및 전국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의 물수급 분석에서 사용한 국가유역수자원모델(K-MODSIM)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 농업용수 유역 물수지 분석 모델 개발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한 물수급 분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새로운 모델의 개념, 분석 방법, 분석 인자 및 평가 지표 등이 다양한 검토 및 검증을 거쳐 공식적으로 인정받는다면, 이에 맞추어 향후 설계기준 개정과도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농업용수 관리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수리시설 내한능력 조사 실시 계획에 따라 조사 지표, 개념, 조사 방법 및 결과 적용 등도 설계기준과 연계하여 개정되어야 한다. 농업수리시설물은 시설 개수가 많고 노후화 되어 정확한 농업용수 관리와 물 배분이 어렵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수리시설 내한능력 조사를 통한 농업용수 빅데이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한발빈도는 내한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수리시설의 규모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현재 통계연보상 한발빈도 값은 80년대 조사 결과치로서 최근 기후변화 조건에서는 적정하다 보기 어렵다. 따라서, 수리시설 내한능력 조사는 기존 수원공이나 들녘에 대한 가뭄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며, 시설물의 규격과 공급량을 파악한 후, 한발빈도별 수요에 대한 시설 공급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접근의 모색이 필요하다. 결국 과거 10년 한발빈도 기준이 현재 또는 미래에도 과연 적정한 것인지, 미국 등 선진국은 가뭄 빈도가 높을 시 50년 1회 또는 과거 최대 가뭄을 기준으로 하는 점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이를 실행하는 이행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농업용수 부문의 새로운 사업 및 조사들의 추진 방향과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설계기준」(관수로편, 관개편, 농업용댐편 등)의 개정 방향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 진행되어야만 통합물관리 체제에 부합하는 농업용수 관리 체계 구축이 원활할 것이며 향후에도 이에 대해 세심하게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