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좋을

물과 탄소중립  오늘일기
봄을 따라 피어난 물길 섬진강, 구례 여행  이미지

총길이 212.3km의 섬진강은 남한에서 한강, 낙동강, 금강에 이어 네 번째로 긴 강이다.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에서 발원하여 남해의 광양만으로 흘러가는데, 바다까지 한 1/3정도 남았을 무렵 구례를 만난다. 섬진강은 구례를 지나면서 마치 태극의 하늘과 땅이 만나는 형상으로 온화한 곡선을 그린다. 우리나라에서 봄에 가장 아름다운 강을 말할 때 유독 섬진강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구례로 향했다. 섬진강과 나란히 흐르는 19번 국도 주변으로 이제 막 녹색 옷을 입기 시작한 낮은 봉우리들이 강물을 품어 안고 있었다. 자동차의 창문을 열자 따뜻한 바람이 훅하고 들어온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조용히 속삭인다.

섬진강 300리 벚꽃길  이미지

▲ 섬진강 300리 벚꽃길

구례 화엄사 IC를 빠져나와 구례로 들어서자마자 끝없는 벚꽃길이 열린다.

큰 도로뿐만 아니라 마을로 퍼져가는 작은 도로에도 온통 벚꽃이다. 곡성과 하동을 연결하는 17번과 19번 국도를 따라 길가 양편으로 벚나무가 있는데, 특히 섬진강과 나란히 흘러가는 구례의 구간이 아름답다. 창문을 열고 벚꽃 터널 속을 통과하면 꽃향기에 흠뻑 젖어 든다. 차를 잠시 세우고 섬진강 변 쪽으로 산책할 수 있는 나무데크를 걷는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섬진강의 속도에 보폭이 절로 맞춰진다. 파란 하늘과 강물 사이에 벚꽃이 샌드위치가 된 듯한 모습이다. 그새 바람이 불었는지 잠깐 세워놓은 차 위에 꽃잎들이 우수수 내려앉았다.

섬진강 300리 벚꽃길  이미지 서시천 이미지

▲ 서시천

구례를 지나는 섬진강의 북쪽으로 서시천이 붙어 있다. 벚꽃 구경 하나만 따지자면 여기가 진짜 진국이다. 서시교를 중심으로 양쪽 천변을 따라서 벚꽃이 가득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특히 아름다운 곳은 구례 공설운동장 맞은편의 원추리 꽃길이다.

이제 막 녹색을 드러낸 풀밭 위에 흐드러지게 노란 개나리꽃, 부어놓은 팝콘같이 하얀 벚꽃, 그리고 청명하게 푸른 하늘이 완벽한 봄빛의 하모니를 이룬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17번, 19번 국도보다 한산해서 좋다. 이날을 함께한 사람과 마음 편하게 눈부신 봄날을 누릴 수 있다.

섬진강 300리 벚꽃길  이미지 섬진강 대나무길 이미지

▲ 섬진강 대나무길

섬진강 대나무길은 구례와 순천을 잇는 17번 국도의 시작점에 있다.
주차장에서 이어진 정자에서 북쪽으로 약 600m 정도 대나무 군락이 있는데, 안에 들어서자마자 높게 솟아오른 대나무 줄기가 하늘을 완전히 가린다. 잠시 벤치에 앉아 대나무가 만들어준 천연 그늘의 시원함을 누리며, 댓잎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빼곡한 대나무 줄기 사이로 푸른 강물이 빼꼼히 보인다. 대나무숲의 반대편 남쪽으로 작은 대나무 군락과 개나리, 그리고 벚꽃이 어우러진 강변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의 끝에는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있는데, 섬진강 이름의 기원을 따서 두꺼비 다리라고 부른다.

섬진강 자전거길 이미지

▲ 섬진강 자전거길

섬진강 300리 벚꽃길  이미지

같은 섬진강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한창 연애 중인 사람에게 데이트 코스지만,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섬진강은 자전거길이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전북 임실 섬진강 체육공원부터 전남 광양 배알도 해수욕장까지 약 174km에 이른다. 자전거 국토 종주 인증 수첩 이후로 주말이면 섬진강 자전거길을 종주하기 위한 라이더들이 몰려든다. 언덕이 없이 평지 위주로 되어 있어서 편하게 달릴 수 있다.

구례를 지나는 구간은 약 30.2km의 제3코스로 자전거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자전거길 중간에 라이더들이 잠시 쉬면서 섬진강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정자가 마련되어 있다.

섬진강 어류생태관 이미지

▲ 섬진강 어류생태관

섬진강을 반듯하게 내려다보는 자리에 섬진강 어류생태관이 있다.

전남 유일의 민물고기 생태관이며, 작년에 멸종위기 토종어류 학습장으로 새 단장을 했다. 내부에는 섬진강 민물고기들이 노는 폭포 수조와 파노라마 수조가 있으며 해외 어종을 소개하는 테마 수조도 있다.

건물 외부의 정원도 잘 꾸며놓았다. 생태관 주차장을 나서자마자 다양한 공룡 조각상이 관람객을 반기며, 어류 모양의 놀이터와 작은 생태하천과 연못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한편, 어류생태관 주변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의 수달이 서식하는 생태·경관 보전지역이다. 수달관찰대와 2022년에 새로 문을 연 수달생태공원도 함께 들러보면 좋다.


TIP  구례의 벚꽃 개화 상황 확인하는 방법
벚꽃은 3월 말부터 제주도부터 개화하기 시작하여 4월 말까지 북쪽으로 이동하며 차례로 개화한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서 다른 시기에 개화하기 때문에 내가 사는 지역에서 그 시기의 구례 벚꽃의 개화 상황을 추측하기 힘들다.
이때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http://www.utic.go.kr/)에서 구례 19번 국도의 CCTV 2곳 화면을 확인하면 편리하다. CCTV는 60초간 화면을 전송하는데 화면 건너편으로 하얀 벚꽃 터널이 보인다면 바로 떠나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