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휴먼링크 프로젝트] 조성희 영화감독


Q. 본인 소개 및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영화 연출하는 조성희입니다. 2009년 “남매의 집”으로 감독데뷔를 하였으며 “늑대소년”, “승리호” 등을 연출했습니다.
Q. 한국 최초로 우주 SF 영화를 만드셨습니다. 평소에 과학기술 쪽에 관심이 있으셨습니까?
관심이 없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이나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작가, 감독 등이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지 않기란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AI 서비스로는 영어 공부를 위한 챗봇 서비스 등이 있으며, VR기기로 촬영된 영상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Q. SF 영화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인류의 미래상을 그려내는 장르입니다. 따라서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시면서 공부도 많이 하시고, 전문가들의 도움도 필요하셨을 것 같습니다. SF 영화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SF영화에 따라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는 완전한 판타지이기 때문에 사실 과학기술에 근거하지 않는 설정들도 많습니다. “승리호”는 현재 과학기술로 상상가능한 세상을 그리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장비, 풍경, 설정 등을 과학자들이 언급했던 것 위주로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주쓰레기나 나노봇, EMP폭탄, 우주 엘리베이터 등을 장면화하고 시각화하기 위해 많은 리서치를 했습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영화의 장식이나 양념이 아닌 스토리에서 중요한 기능들로 사용되길 원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Q.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과 AI를 통해 시청자 취향에 가장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이제는 작품 기획이나 시나리오 작성 등에서 AI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앞으로 창작활동에 있어서 AI가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피할 수도 없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예술가나 크리에이터들의 마음속에는 가장 인간적인 직관이나 창의성은 AI가 영원히 흉내 내지 못하길 기도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인간이 한다는 가정하에,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어려운 부분을 AI가 대신해줄 수 있다면 즐거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Q. 과학적 상상력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토양이라는 차원에서 SF 영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SF 영화는 만들기도 흥행하기도 어렵다는 편견으로 인해 그동안 제작이 어려웠습니다. 이번에 SF 영화를 제작하시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작가님, 감독님들이 SF영화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승리호”라는 영화를 기획하고 최종적으로 만들어내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10년 전에 처음 기획되었는데 그때는 만들기 너무 비싼 영화이기도 했고 노하우도 없었고, 국내 관객들이 이런 영화를 과연 좋아해 주실까에 대한 확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도 많이 발전했고, 국내 관객 관객들도 한국영화가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는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다리는 시간, 제작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이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특히 SF 장르는 일반 영화보다 이런 시간들이 더 긴 것 같습니다.
Q.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셨습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영화시장도 많이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와 협업한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 OTT 서비스가 영화제작 및 공개의 새로운 무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요?
국내 투자배급사와 넷플릭스의 가장 큰 차이는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전 세계 동시 공개를 목표를 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는 장면이 있는지 점검하게 되고, 자막을 읽지 않는 나라의 경우 처음부터 현지 언어로 녹음을 한다든지, 기술적 정확성에 대해 까다로운 국가에 대비해 더 꼼꼼히 살펴보는 등의 활동입니다. 국내 극장에서 바로 개봉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지요.
이미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OTT기반 서비스들은 영화제작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형되고 확장되고 실제 극장과 어떻게 공존하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단점이라고 하면, 감독 입장에서는 큰 화면과 최고의 음향 등을 통해 최적의 컨디션으로 영화를 감상해주시기를 바라는데, 그럴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만드는 사람들이 적응해야 할 부분도 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선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영화를 보면 어떤 언어라도 즉시 번역해주는 이어폰 통역기,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 로봇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합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인공지능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AI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람을 닮아가는 기술”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통적인 컴퓨터의 데이터처리 방식은 인풋을 받으면 정해진 연산을 통해 정확한 아웃풋을 내보내는데, AI는 주어진 정보를 해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를 내놓는 것 같습니다. 인간 뇌의 작동방식과 점점 더 닮아가는 것 같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좀 더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술인 것 같습니다.
Q. 감독님께서 AI를 자유자재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면, AI로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지금 제가 무엇을 해야 될지 알려주는 앱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건강상태, 재정상태, 인간관계, 정신상태, 스케쥴 등을 전부 파악해서 식당에 가서 무슨 메뉴를 먹으면 좋을지, 지금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 이정표가 되 줄 수 있는 앱이라고나 할까요. 앱의 이름은 “신의 목소리”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나보다 조금 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앱이 나오면 편리할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 인공지능에 의존적이 될 수도 있겠네요. 역시나 AI 기술은 양면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인공지능 기술을 이야기할 때 우려하는 것들로 개인정보나 사생활 침해와 일자리 대체, 특정 기업 및 국가의 통제, 빈부격차 등이 있습니다. “승리호”에서도 빈부격차가 극대화된 미래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AI 기술의 역기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AI에 너무 의지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사용자가 자칫 현실을 눈감고 현실을 피해 달아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어떤 남자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내를 잊지 못해 AI 챗봇을 아내 이름으로 설정하고 매일 대화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남자가 AI 챗봇을 아내로 믿었다고는 보지는 않지만 온전히 가족을 떠나 보내지 못하는 것이죠. 이미 지금도 현실을 눈감기 위해 게임에서 더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이 자칫하면 현실을 잊게 하는 마취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 세상에 가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살면서 받는 고통도 때로는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들을 너무 쉽게 피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Q. 최근 사이버 인간에 대한 논의가 분분합니다. 사이버 배우를 활용하면 비용도 줄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이버 배우가 실재 배우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실제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어떤 표정을 짓고 목소리를 낼지는 순간의 몰입을 통해 마법이 발생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관객들도 이런 배우들의 가슴에서 우러나는 연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스토리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CG로 만든 배우가 인간 배우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아무리 자연스러워진다고 해도, 배우 마음속에서 나오는 진짜 감정은 쉽게 따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간 배우의 연기의 가치는 여전할 것이라고 봅니다.
Q. 감독님이 제작하신 영화 늑대소년이나 승리호를 보면 휴먼터치와 가족 구성원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미래에는 AI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되는데, AI와 인간의 만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우려사항이나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인간이 불안해하지 않고 AI와 함께 협업하며 살아가는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잊지 않고 꼭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AI 기술의 발전은 굉장히 눈부시고 빠른데, 우리가 AI에 대해 철학적인 준비를 하고 있느냐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A.I.”라는 영화를 보면 로봇아이가 가정에 입양되어 사랑을 받다가 버림을 받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잊지 못해서 수천년 동안 엄마를 기다립니다. 과연 이 AI의 감정은 진짜일까요? 아니면 그러한 감정을 흉내 내도록 설계가 된 것일까요? 이러한 AI의 감정을 우리가 구별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전자 신호로 치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여러 질문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다음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AI와 함께 자랄 텐데, 지금부터 답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법이나 정책은 철학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기본적인 철학이나 원칙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항상 제1의 원칙은 “사람이 먼저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4차위는 AI를 특정 사람(계층)이나 기업, 국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인공지능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감독님도 AI 기술을 본인의 업무와 잘 접목하여 활용하신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AI 대중화”에 대한 의견 및 “AI 대중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제일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고도화된 최첨단 기술이라도 대중화가 되지 않는 기술은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로켓기술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60년대 이후로 멈춰있지 않습니까. 기술의 대중화는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화가 속도를 내려면 기술에 접근하기 쉬워야 하고, 놀이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영상기술은 정말 큰 기계로 몇몇 사람만 할 수 있는 고급기술이였는데 지금은 “틱톡” 같은 도구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놀이처럼 번져 확산이 되고 있습니다. AI 기술도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학교 같은 곳에서 과외활동이나 동아리로 AI로 친구 얼굴과 내 얼굴을 합성하는 등 놀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대중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도 결국 그것을 통해 많은 즐거움과 놀이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발전했다고 봅니다. AI도 엔터테인먼트가 되야 더 빨리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위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인공지능 대중화”는 어느 정도 진척됐다고 보시나요?
사실 아직은 실생활에서는 크게 체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를 본적도 없고 알파고 등 신기술도 미국 기업의 성과로 보도되고 있지 실생활에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Q.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대중화”를 추진하는데 긍정요소와 제약요소는 ?
긍정적인 면은 우리나라가 현재 굉장한 컨텐츠 강국이라는 점입니다. 드라마, 음악, 영화 등 많은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컨텐츠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품질과 출력 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좀 답답한 점은, AI 기술이 점점 우리의 삶을 장악해 가고 있는데 대부분의 서비스가 구글, MS, 애플과 같은 해외기업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다 선점하고 주도해 버린 상황인 것 같고,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서 이런 큰 기업들이 하고 있지 않은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벽처럼 느껴집니다.
Q. “인공지능 대중화”를 추진 중인 4차위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민간과 정부의 역할이 구분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AI 대중화를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즐거움, 놀이가 주도가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부분은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반면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 표준을 마련한다거나, 사람들의 인식을 높인다거나,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부분 등입니다. AI는 고도화되고 세련된 기술이지만 위험도 굉장히 큰 기술이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나 제도, 기준 등이 도덕적인 측면, 철학적인 측면에 기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담론들을 주도하고 바탕을 만들어 가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