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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에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한국의 지방자치는 새로운 진보와 발전의 역사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자치는 풀뿌리민주정치의 꽃이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나 제임스 브라이스(James Bryce)가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갈파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지방자치제도는 건국헌법 지방자치 조항(78장 96조)에 근거하여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공포됨으로써 확립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사에서 지방자치의 발전은 순탄치 않았다. 헌법 및 지방자치법의 규정에 따라 1952년에 지방의회를 개설했지만 전시였던 탓에 한수 이북과 지리산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만 지방의회가 개설되었다. 1960년 4.19 이후 지자체 장을 모두 주민 직선에 의해 선출하는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중앙집권적 관치행정의 관성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지방자치는 실시 9년 만에 군사정부에 의해 중단되면서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되기까지 오랜 기간 질곡의 역사를 겪어야 했다.
지난 2021년은 1991년 지방의회 재개원(再開院)으로 시작된 민선자치가 30주년을 맞는 해였으며, 2022년은 2020년 전부개정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따라서 민선 8기 지방자치는 민선자치 부활 이후 한 세대의 역사 토대 위해 전부개정 지방자치법의 취지를 구현하고 실천해야 할 각별한 책무를 지니고 있다.
민선 지방자치 부활 이후 30 여 년 동안 한국의 지방자치는 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지만,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1991년 지방의회가 주민의 직선에 의해 선출되고 1995년 단체장까지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됨으로써 한국의 지방자치는 헌정 가치가 비로소 구현되기 시작했다. 민선자치 부활 이후 지방중앙정부가 아니라 주민에 책임을 지는 지방의 독자적인 의사가 형성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앙-지방 정부 간 관계에서 볼 때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크지 않았으며, 지방의회의 권한은 제한적이었고,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주민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8장에 지방자치에 관하여 제117조와 제118조의 두 개 조항을 두고 있다. 2018년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의 내용 중에는 지방자치와 관련된 괄목할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헌법 개정안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한 제121조 제1항에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 주민은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데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바 있다. 동조 제4항은 ‘국가와 지방정부간, 지방정부 상호간 사무의 배분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치권의 주체는 주민임을 선언하고 사무배분에서도 주민에 가까운 지방정부를 우선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헌법 개정은 무산되었지만 민선자치 부활 이후 꾸준히 논의되었던 지방자치의 다양한 가치와 열망을 담은 개정지방자치법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중앙권력의 지방이전을 통한 지방분권국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와 지방의 관계가 지도‧감독하는 상하관계가 아니 대등한 관계의 설정을 전제로 하여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186). 또한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변경하여 강화하고(§28), 사무배분에 있어서 보충성의 원칙(§11),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확대(§13) 등 국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둘째, 주민주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주민주권은 지방의 모든 권력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면개정 지방자치법에는 그 목적 규정으로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를 명시하고(§1),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신설하고(§17), 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청구 등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기관구성형태도 주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4).
셋째, 지방자치단체에 있어서 의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의회의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확대하고(§28), 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 권한을 부여하고(§103), 지방의회의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를 도입하였다(§41).
넷째, 지방분권과 의회주의를 채택함과 동시에 여기에 대한 윤리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의회 내에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65).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방의원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 준수여부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이를 전문적으로 자문하기 위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두도록 하였다.
또한 주민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하여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를 신설했다(§26). 정보공개제도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지방정부 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주민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지고 주민에 대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자율통제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다섯째, 자치단체의 역량 및 효율성 강화의 내용도 담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경계조정의 효율성 제고(§6), 매립지 등 중앙분쟁조정위 심의를 통한 행안부 장관의 결정(§5), 단체장 인수위원회 제도화(§105), 10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명칭 부여 및 시군구에 대한 특례 부여(§198)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개정지방자치법은 전술한 바와 같은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도 엿보인다. 최근 세계는 생태 위기 외에도 저출산ㆍ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지방소멸, 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COVID-19이 팬데믹이 되는 미증유의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는 뉴노멀 시대를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와 같은 위기 요인은 지구공동체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민선 8기 지방자치는 이와 같은 환경변화와 시대정신을 자각하여 지역발전과 주민 복리 증진에 힘써야 할 것이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자체 장과 지방의원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새로운 지방자치법 질서 속에서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실천적 성과를 낼 때 민선 8기 지방자치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