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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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 수사(Rhetoric)가 아닌 실질적 ’지역균형발전’을 위하여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2.07.29
조회수
733
원숙연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윤석열정부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비전을 가지고 출범하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 이슈를 전담하는 특별위원회 설치는 이례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윤석열정부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정치적·정책적 의지는 확고하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균형발전 의지가 강하게 표명된 이래 자치분권이나 지역균형발전 이슈만큼 장밋빛 수사(修辭)가 난무했던 영역도 없었다는 생각이다. 


  특히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이나 ‘자치분권형개헌’등 지난 정부에서 제시한 거대담론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대를 하게 했지만 그 기대가 무색하게 지역불균형은 위기상황에 있다.


  위기의 징후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측면에서 발견된다. 1970년 대비 수도권 인구가 184%증가한데 반해 비수도권 인구는 12%증가에 그치는 등 인구의 양적 격차는 물론 지방소멸지역의 지속적인 증가와 지역 공동화는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경제활력의 주체인 청년 노동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급격하게 유입되고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간 지역내총생산(GRDP)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일로에 있음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그간의 자치분권·균형발전 정책과 관련한 다음의 질문에 과연 ‘그렇다’라는 답을 할 수 있을까? 지방교부금이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규모가 커지고 지방이 원하는 대로 다 주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1년에 1조씩 10년간 지방소멸 기금을 쏟아 부으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나? ‘공모방식의 찍어내기’ 도시재생사업은 인구(청소년)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지방의 활력을 만들 수 있을까? 지방대학 대상 재정지원은 우수청년을 지방대학에 남아있게 할 수 있을까? 정부주도의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혜택의 특구정책은 지방의 산업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까?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을 견인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균형발전 전략은 ‘낮은 위험과 높은 이득’(low risk, high return)의 유인구조에 반응하는 기업을 비수도권으로 유도할 정도로 매력적인가? 


  이처럼 그간의 관련 정책이 지역균형발전을 상징적 수사를 넘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게 했는지는 회의적이다. 이제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균형발전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자족적 산업생태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기존의 재정투입 위주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효율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인구든 기업이든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이유가 ‘일자리’라는 점에 주목해 지역의 산업생태계 구축이 최우선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족적이고 기업(시장)중심 혁신생태계를 통해 가능해진다. 조세특례제한법이나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에 근거한 지역 유인구조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이어서 지역으로 이전하던 기업의 수도권으로 유턴하려는 욕구를 저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체리피킹’(Cherry Picking) 식의 기회주의행태를 자극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보다 파격적이고 기업중심적 유인구조의 재설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의 구축이 시급하고 윤석열 정부가 제시하는 ‘기회발전특구’(Opportunity Development Zone)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지방정부의 자율과 책임간 정합성(fit)이 시급하다.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업유치 등에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지방정부가 기업을 유치하고 적극적으로 세원을 발굴할 유인이 거의 없다. 오히려 교부금이 줄어드는 역설적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중앙에 의존하는 재정분권구조는 중앙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많이 받을수록 유능한 지자체로 평가되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재정요구에 진력하고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유인이 적다. 이처럼 중앙으로부터의 재원에 의존할 경우, 불필요한 중복투자와 재정 비효율성은 불가피하고 지속가능성과 지방정부 책임성 담보는 요원하다. 


  따라서 이러한 역설적 구조를 넘어 지방정부가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동법인세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세인 법인세를 지역의 특성과 재정구조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지방과 공동으로 활용하되 지역에 따라 차등적용 하는 공동법인세는 세원발굴을 위한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견인할 파격적인 유인구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30여년 우리의 균형발전 정책은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원하는 어리석은 일”이었을지 모른다. 우리사회가 당면한 지역불균형의 심각성은 그간 하지 않았던 파격적이고 새로운 노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강하게 웅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