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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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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주거안정과 주거권 실현을 위한 주거정책의 자치분권 필요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1.02.26
조회수
1,859
문영록
사단법인 한국사회주택협회
상임이사

  주거기본법에서 주거권은 “국민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주거권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우리사회에서 안정적인 주거를 누릴 권리로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지난 2월 4일 발표한 ‘공공주도의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한 아쉬움과 보완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방안은 공공주도로 대도시에 83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구, 산업, 도시공간구조의 개편에 따라 도심에도 충분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반면 공급 중심, 대도시 중심, 중앙 정부 중심이라는 한계에 머물러 있다.


  이미 우리 사회의 주거는 공급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물량을 몇 만호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요에 맞는 주택 공급과 관리·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리·운영에 있어서도 시설관리라는 하드웨어의 측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 등 주거서비스와의 접목 등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다양한 수요계층에 맞는 공급과 운영·관리가 필요하다. 청년, 노인, 중산층, 주거취약계층 등 우리 사회의 주거 문제는 이미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중심의 주택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정부 및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부문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도시 중심의 주택 정책은 지방 불균형을 심화시켜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의 수요에 주택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에 대응하여 집중적으로 대량 공급하겠다는 정책이라는 정당성은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 단기간 대량 공급하는 이러한 정책은 지역의 인구와 자금을 더 수도권으로 집중시키고 지역공동화를 더 가속시킬 것이기에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주거정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0년 12월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자치분권2.0 시대에 돌입하였다. 주거정책도 그에 맞게 지자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프랑스의 경우 사회주택 공급에 있어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의 사회주택 공급 의무 비율을 설정하고 각 지방정부는 지방정부의 수요에 따라 의무 비율 이상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대부분의 공공주택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LH공사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원 마련 등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럴수록 주택 공급에 있어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박미선 외(2019, 주거권 실현을 위한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 방안, 국토연구원)는 “단기적으로 계획 측면에서 지방의 의견 청취 과정 법제화, 운영 측면에서 협의과정의 공론화를 명문화, 재원 측면에서 지역주택기금 활성화를 제안했고 장기적으로 계획 측면에서 상향식 계획 수립, 운영 측면에서 지방 사무의 공식 이양, 재원 측면에서 포괄보조금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지금과 같은 주택 공급 대책만으로는 잡기 어렵다. 저금리 기조에서 발생한 버블의 붕괴 위험이 존재하고, 가계 부채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자칫 공급과 금리 인상에 따른 중산층 이하의 개인 파산 등의 심각한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공급 중심의 정책을 넘어서 사회주택이나 환매보증부 또는 지분적립형 주택과 같은 다양한 안정적인 점유형태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주택’ 정책이 아니라 ‘주거’ 정책을 주거권 차원에서 접근하여 수요자에 따른 맞춤형 주택 공급, 부담 가능한 임대주택 공급, 일자리·교육·교통 등 생활 SOC와 연계한 계획, 지역과의 상생 등을 고려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주거 문제로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소득의 30%가 넘는 주거비를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 있는 청년들도 많고 쪽방·고시원·여관 등 비주택 거주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


  주택 공급에 있어 수요자 맞춤형 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거 안정과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거주공간으로서의 주거가 아닌 생활공간으로서의 주거가 되기 위해서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고 그러한 역할은 지방정부의 몫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서는 큰 틀에서 통합적인 주거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역 특성과 수요에 따른 구체적인 주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3080+’ 방안의 후속으로 공급을 넘어선 포괄적인 주거정책, 다양한 계층을 위한 주거정책, 임대주택 확대 방안 등을 포함하여 자치분권2.0 시대에 맞는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주거대책 마련을 절실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