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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부수립 후 제헌헌법에 근거하여 자유민주주의의 징표인 지방자치제를 보장받았지만 정치권으로부터 정권유지나 국가행정의 능률성 도모를 위해 유보당했던 시련을 겪으면서 마침내 1987년 6.29 민주화 항쟁이후 제6공화국헌법(1987.10.27)에 따른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지방의회구성을 위한 일련의 법개정으로 지방민주주의의 보루인 지방의회(지방의원선거)를 다시 구성하게 하였다. 즉, 1961년 5.16군사혁명으로 중단된 지방자치제가 30년 만에 부활되는 역사적 사실 앞에 대한민국의 지방민주주의는 새로운 희망의 돛을 올리는 벅찬 기대감에 자유시민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로부터 흘러간 30년의 세월 속에, 지방의회의 재구성(1991년 3월 26일 기초의원선거, 6월 20일 광역의원선거)으로부터 다시 시작된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아쉽게도 지방민주주의의 근원으로서의 지방의회제도가 주민의 생활 속에 자리잡지 못하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민주주의의 훈련장으로서의 지방자치를 추구하지 못하였다. 결국 중앙정부와 정치가의 권력추구의 필요성에 의하여 그들의 정쟁게임 하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지방자치(단체자치)를 시행하다보니 주민을 위한 진정한 지방자치(주민자치)와는 거리가 먼 제도로써 시행착오의 시기를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이에 오늘날 여전히 중앙의 정치논리와 국가행정의 전문적 우위성에 입각한 효율적 행정논리에 따른 ‘중앙집권방식으로의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지난 30년의 지방자치제도가 불완전하였지만 외형적이나마 지방자치의 토대를 제공해 준 시기로(지방자치 1.0)로 해석해 볼 수 있다면, 이제 앞으로의 30년은 이를 교훈삼아 지방자치제도의 내실을 다지는 진정한 주민주도의 자치분권(지방자치 2.0)시대로 진전해 가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문재인정부(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32년 만에 다시 지방자치제를 이제 온전히 주민의 손에 돌려주려는(주민중심의 지방자치 구현)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2020.12.9)과 75년의 국가경찰제를 자치분권에 맞도록 주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밀착형의 치안서비스(범죄예방,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를 담당할 자치경찰제도의 법제화를 단행하였다.
이는 행정안전부와 자치분권위원회가 2018년 제6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이하여 획기적인 주민주권 확립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지방)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며,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협력적 동반자관계로 전환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준비해왔던 것이다. 즉,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에게 있음을 명백히 하는 국민주권설에 근거하여 지방정부의 자치권도 주민주권에 기초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원동력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방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서 ‘주민참여에 기반한 지방자치’를 법목적규정에 명시하고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집행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한 것이다. 이런 연유에서 주민자치원리를 강화하는 주민의 참여권 확대, 주민조례발안제도 도입, 주민소환 청구요건의 차등적 완화, 주민투표·주민소환 개표요건 폐지, 확정요건 도입, 주민투표로 기관구성 변경 가능 등의 규정을 개정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치단체가 지역주민을 위해 보다 값싸고 양질의 행·재정서비스를 창출하고 배분하기 위해 지방의 자율성과 자기사무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였다. 즉, 사무배분기준으로 보충성, 불경합성, 자기책임성의 원칙을 규정하고 국가와 자치단체의 준수의무를 부과하였으며, 법령 제·개정시 사무배분 적정성, 자치권 침해여부 등을 사전적으로 검토하는 ‘자치분권 영향평가’를 의무화하였다.
또한 17개 시·도 행정수요 변화 등을 고려하여 기존 법정 부단체장 외에 특정분야전담 부단체장 1명을 필요시 조례를 통해 자율적으로 설치 가능하도록 하였다(조직운영 자율성 확대). 그리고 시·도지사권한이었던 시·도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임용권을 시·도의회의장에게 부여하여 지방의회 사무처 인사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게 하였고, 지방의회에 윤리특위설치를 의무화하여 책임성 확보를 꾀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국가와 자치단체와의 관계를 기존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인 협력적 동반자관계로 재편하고 자치단체 상호간 협력을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의 제도화를 모색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이 가능한 회의체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자치단체장의 효율적인 리더십전이를 위한 단체장 인수위원회의 구성을 제도화하였으며, 교통·환경 등 광역적 행정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수 자치단체의 연합으로 구성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운영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구체화하였다. 이외에도 자치단체간 공동·협력사무 활성화를 위해 행정협의회 설립절차를 간소화하였으며,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에 별도의 특례시를 부여하고 추가적인 사무특례를 확대해 가도록 하였다.
이렇듯 또 다른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문재인정부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국가중심의 자치에서 주민중심의 자치로 제도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는 지난 39년의 지방자치의 소중한 경험과 값진 교훈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런 배경에서 진정한 지방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헌법 제118조 ①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을 이해하여 주민주권의 주민자치를 기반으로 지역주민의 참여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동반자적인 협력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본질적인 주민중심의 자치분권의 논리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국가의 의사가 직접적, 수직적으로 침투하는 비대화된 행정영역을 줄이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주민참여와 주민통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자치의 영역을 키워나가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지방자치의 존립근거가 되는 기관이자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존재이유(la raison d'être de l'assemblée locale)를 재확인하여 주민의 일상생활에 함께하는 기관으로 재탄생시켜야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방자치제를 논의하면서 지방의회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일은 마치 “다리 없이 걷고자하는, 날개 없이 날고자하는” 헛된 바람으로 자치분권의 거대한 원동력을 차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해될 수 있음을 상기해 본다. 이와 함께 자유민주주의에 내재된 건전한 시민정신에 입각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자기이익에만 급급한 소아적인 주민이 아니라 우리 지역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주민을 길러내야 하는 것이다.
국가나 지방정부가 주민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주민이 국가나 지방정부에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를 물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의 제2의 도약을 견인해내는 자치분권2.0의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