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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주관의 큰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자치분권2.0 시대 어떻게 맞을 것인가?”였다. 지역언론들의 열띤 취재열기가 느껴졌다.
필자는 스모그 얘기로 지정토론을 시작했다. 스모그에는 런던스모그와 LA스모그가 있다. LA스모그의 주범은 자동차다. 미국의 대표적인 두 도시로 뉴욕과 LA를 꼽는다. 뉴욕은 대중교통의 도시다. LA는 자동차 도시다. LA는 대기오염공해가 심했다. LA시민들은 다른 도시보다 엄격한 자동차 배출가스 조례를 요구하였다. 마침내 조례가 통과되었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이 LA 기준에 맞추기 위해 기술개발 경쟁을 벌였다. 획기적으로 대기오염이 줄어든 새 자동차가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지방이 세계를 바꿨다. 더 정확하게는 ‘지방자치’가 세계를 바꿨다,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도입된지 30년이 되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지방자치의 효과에 대해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 반쪽짜리 지방자치제도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지금의 지방자치 상황은 ‘극강 단체장⇔극약 지방의회’와 ‘극강 자치단체 ⇔ 극약 지역주민’의 구조다. ‘황제시장’, ‘황제군수’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행히 지난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30년만에 이뤄낸 성과다. 자치분권2.0 시대의 시작이다. 필자는 개정의 가장 큰 성과가 ‘주민주권선언’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자치분권 강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중앙정부에 대한 자치단체의 권한과 재정 강화였다. 주민은 실질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자치분권의 성과가 궁극적으로는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이를 제도적 그리고 선언적으로나마 바로잡아 준 것이다.
‘주민주권선언’이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풀뿌리 주민자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우선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 과정에서 삭제·누락된 ‘주민자치회 법적 근거 마련’을 재추진해야 한다.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 주민발의, 주민소송, 주민참여예산제 등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보완해야 한다. 지역에서는 변화된 자치분권 환경에 맞추어 관련 조례와 지침을 신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서 풀뿌리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요건들이 일부 정비 또는 완화되긴 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 활용은 현장에서 여전히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소환을 예로 들어 보자. 2007년에 주민소환제도가 도입되었다, 2019년까지 12년간 101건의 주민소환운동이 있었다. 이중 투표가 진행된 곳은 8건에 불과하다. 성공 사례는 하남시의원 2명 소환이 전부다. 주민소환이 어려운 것은 3분의 1 투표율 확보도 쉽지 않지만 투표에 이르기 전 절차와 규정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청구인수 확보에 ‘지역균형요건’이라는 제한이 있다. 청구인이 특정 지역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시군구별 또는 읍면동별 최소 청구인수를 의무화하였다. 이런 규정이 과도한 제한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다른 선출직 소환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소환투표운동에 필요한 경비는 청구인 대표의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 일반적인 투표라면 자기 선거인데도 일정비율 이상의 득표를 하면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주민소환은 대체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도 비용을 돌려받지도 못하고 모금도 금지되어 있다.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취지에 맞춰 후속 하위 법령과 지침, 예규, 매뉴얼에 들어 있는 각종 규제 조항들은 과감하게 삭제 또는 완화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자치역량 강화를 위해 가칭 ‘주민자치아카데미’를 제도화하고 주민자치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변화되고 있는 지방자치 환경에 맞추어 지역차원의 홍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풀뿌리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고 주민주권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