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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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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자치경찰위원회 출범과 자치경찰제 전국 실시를 앞두고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1.05.07
조회수
1,993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전 자치경찰제 특별위원)

  2021년 4월 2일 전국 최초로 강원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했다. 1945년 10월 대한민국 경찰이 창설된 이후 76년간 공고히 유지돼온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체제에 변화가 시작된 역사적인 날이다. 다른 17개 시도에서도 오는 7월 1일 자치경찰제의 전국적 시행을 앞두고,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출범과 관련하여 전국 곳곳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일고 있다. 여성 배제, 셀프 추천, 친인척 추천, 짜고 치는 고스톱 등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이 과연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적지 않다.자치경찰 조례의 제정과 관련해서도 자치경찰사무 범위를 개정할 때 시도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와 ‘들을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서 경찰과 지자체 간 갈등이 격해진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잡음과 갈등만을 주목하여 자치경찰제 시행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자치경찰제의 전면 시행은 76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경찰이 독점하던 경찰체제에 변화를 주는 일이다. 76년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경찰패러다임의 획기적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어찌 순조롭기만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옥동자를 탄생시키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산통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된 이상 다시 국가경찰체제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치경찰제는 오히려 더 확대 발전될 것이다. 따라서 자치경찰위원회가 법에서 요구하는 역할, 즉 자치경찰과 시도 정치세력 간 완충제 역할을 하면서 자치경찰사무를 관장하는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도록 더 관심을 가지고 견제해야 한다.


  이번에 시행되는 자치경찰제는 이른바 국가경찰 중심의 일원적 자치경찰제이다.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을 자치경찰로 전환(또는 이관)하여,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등 2개의 경찰이 존재하는 이원화 모델이 아니다. 즉, 기존 경찰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둔 채 경찰사무만을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구분하여 그 사무에 따라 지휘ㆍ감독관계를 달리하는 모델이다. 국가경찰사무는 경찰청장의 지휘ㆍ감독을 받고, 자치경찰사무는 자치경찰위원회에서 관장하는 방식이다(이 경우에도 수사사무는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에 관계없이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ㆍ감독을 받게 된다). 


  무늬만 자치경찰, 약한 형태의 자치경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이는 지금까지와 같은 국가경찰의 또 다른 모습(무늬만 자치경찰)이냐, 아니면 ‘지역주민과 지역경찰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자치경찰’이 되느냐는 전적으로 자치경찰사무를 관장하는 자치경찰위원회의 역량과 지자체, 지역주민, 지역언론 등의 관심에 달려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전국 최초로 자치경찰위원회를 출범시킨 강원도는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정도로 자치경찰제의 출범에 여느 시도보다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았다. 1호 사업으로 ‘지구대·파출소 근무환경 개선’을 선정하고, 도 예산 6억원을 투입해 에어컨·공기청정기 등을 지원하기로 하여, 일선 경찰관들은 물론 출범 준비 중인 여타 지자체에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사례는 18개 자치경찰위원회에서 경쟁적으로(그러나 협력적 경쟁(coopetition)) 이루어질 것이다. 경찰청을 먼저 생각하는, 그래서 경찰 관점에서 ‘관리’중심의 치안을 하던 국가경찰제 하에서는 언감생심이었다.


  이제 겨우 자치경찰제는 출발했을 뿐이다. 여전히 약한 형태, 무늬만 자치경찰제적 요소가 적지 않다. 심지어 ‘자치경찰제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자치경찰위원으로 선정될 정도로 자치경찰제에 대한 인식도 공감대도 불충분하다. 자치경찰이 능동적ㆍ창의적인 경찰활동으로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안전의 주체로 우뚝 서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기존 국가경찰제하에서 일사불란한 지휘통제에 따른 경찰의 경직된 운영 관행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할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직을 ‘나눠먹기 자리’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지역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치경찰제를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자치경찰제에 대한 관심과 견제가 필요한 이유다. 왜냐하면 자치경찰은 종전 “경찰청의 사무”를 수행하기 위한 경찰청의 하부기관에 불과했던 ‘지방경찰청’에서 벗어나 시․도의 (자치)경찰로서, 행정자치 및 교육자치와 함께 지방자치제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