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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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재정분권의 특징과 시사점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1.07.30
조회수
2,099
유태현
남서울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 재정분권은 내용, 추진 전략 등의 측면에서 이전 정부의 경우와 비교되는 차별성을 갖는다. 재정분권의 내용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는 궁극적으로 중앙과 지방 간 재정체계를 혁신하여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발전적 지방재정시스템 구축을 지향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 정부도 그런 맥락과 취지를 갖고 재정분권을 추구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더욱 진전되고 개혁적인 접근을 따르려고 노력했음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간 우리가 추진했던 재정분권의 경험과 학습효과가 밑거름으로 작용했고,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보다 강력하게 재정분권 의지를 드러낸 점이 실행력을 배가시켰다고 하겠다. 


  이전 정부에서의 재정분권은 중앙의 조치(정책)에 따라 지방세입이 감소된 상황을 보전하는 성격을 띠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루어진 2010년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도입이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재정분권 사례이다.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져온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국세인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하면서 야기된 지방교부세 재원 규모 감소, 종합부동산세의 근간이었던 세대별 합산과세의 헌법 불합치 판결에 따른 부동산교부세 위축, 부동산거래세인 취득세와 등록세 인하로 발생한 지방세수 저감,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비수도권 불만 등을 감안하여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가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은 중앙의 조치에 의해 지방의 세입이 줄었기 때문에 그것을 상쇄하기 위한 중앙과 지방 간 ‘주고받기식’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분권 조치 이전과 비교하여 지방세입(지방재원)의 순증을 이룩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은 중앙과 지방, 광역과 기초, 지방교육청 등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한편 지방세 확충이 초래하는 기타 재정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이었다. 나아가 지방세입, 지방세출, 일반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의 관계, 지방재정관리제도 등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개선 또는 개편 방안을 검토하였고, 중앙과 지방뿐만 아니라 광역과 광역, 광역과 기초, 기초와 기초 등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재정시스템의 정비를 고민한 특징을 갖는다.


  문재인 정부 재정분권은 전략 측면에서 과거 정부와 전혀 다른 방식을 따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국정과제 75(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에서 재정분권을 추진함에 있어 국세-지방세 비율을 기존 8:2의 관계에서 7:3을 거쳐 장기적으로 6:4 수준까지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런 접근을 하지는 않았다. 이와 같은 국세와 지방세 간 7:3 비율 실현 목표는 문재인 정부 재정분권 방안 모색의 기본전제로 영향을 미쳤다. 국세와 지방세 간 7:3 비율 설정은 재정분권의 개별 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준거의 역할과 동시에 족쇄인 걸림돌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정부는 지방이 새롭게 맡아야 할 기능(사무)을 찾아내고, 그것을 지방으로 이양했을 때 그에 따른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재정분권을 추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그간 재정분권이 중앙과 지방 간 기능 내지 사무분권의 후행 조치로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역발상으로 재정분권을 먼저 실행하고 그것에 맞추어 중앙과 지방 간 기능 내지 사무를 조정하는 조치를 뒤에 했다. 


  구체적으로 재정분권 1단계를 보면 지방소비세의 세율을 기존 11%에서 21%로 10%p 인상(8.5조원)하는 결정을 확정하고, 그에 맞추어 국가균형특별회계상  지역자율계정에서 3.6조원 수준의 중앙정부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조치를 후속으로 진행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접근이 더욱 바람직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재정분권의 실행력을 높인 점은 분명할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사항은 재정분권을 위해 지방세를 확충하게 되면 그 특성상 지역 간 세수(세입)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를 재정분권 논의 단계에서 핵심 의제로 선정하여 논쟁하기보다는 지방세수 확충, 중앙정부 기능의 지방이양 방향 등 재정분권의 기본 틀만 결정하고, 그에 따른 파생과제는 관련 부문들이 협력해서 해결하도록 함으로써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대안 도출 과정을 최소화하려는 접근을 하였다.


  문재인 정부 재정분권에서는 이전에 시도하지 않은 일반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 간 관계 재정립을 다루었다. 이는 크게 주목할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과거의 재정분권 논의에서는 여러 사정 때문에 지방교육재정 분야는 심하게 말하면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령인구의 급감 등을 감안할 때 일반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의 관계를 원점에서 점검하여 상호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운영 틀을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미룰 과제가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논의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이 함께 재원을 마련하여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었다. 그런 검토의 실행이 혹여 차질을 빚더라도 향후 정부는 그런 논의를 이어 보다 현실적이며 바람직한 양자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은 관련 부문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상호 상생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 오늘날을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하는데, 그 핵심 특징으로 무정형(無定形), 초연결, 융합 등이 지목된다.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이 주목한 관련 부문 간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재정운영체계의 모색은 시대흐름과 변화된 환경(여건)에 부합한다고 하겠다. 이는 차기 정부는 물론 그 이후 정부의 재정분권 방안도 관련 부문 간 연대와 협력을 기초로 하는 방식을 따라야 할 필요성이 큼을 시사한다.


  재정분권은 특정 시기에만 요구되는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할 영속적 과제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은 공과(功過)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바람직한 측면은 계승되어 발전되어야 할 것이며, 잘못된 접근은 반복되지 않도록 차단되어야 마땅하다. 차기 정부는 이런 측면을 면밀히 검토하여 우리나라 중앙과 지방 간 재정관계를 발전시키는 한편 지방재정시스템을 혁신하는 재정분권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