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전문가 기고

자치경찰 시행 100일 평가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1.10.08
조회수
1,805
최천근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21년은 경찰에게 패러다임적 변화의 해이다. 2021년 7월 1일부터 자치경찰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2021년 1월 1일 개정 형사소송법 등의 시행으로 경찰이 수사의 주체로서 책임을 갖게 된 이후 6개월만에 다시 맞게 되는 아주 큰 변화이다. 지금 경찰은 국가경찰, 자치경찰, 수사경찰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치경찰이 시행된지 100여일 지난 시점에서 제도 도입의 성과를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으나, 국민과 경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째, 경찰의 지향이 변화하고 있다. 수사경찰은 수사주체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치경찰은 지역사회 친화적인 경찰업무 수행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을 시작으로 각종 지역치안 사업을 시도경찰과 자치단체가 협업하여 시행하면서 지역치안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책임이 높아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인해 국민의 체감안전도가 높아지거나 범죄발생률이 줄어드는 등의 직접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장경찰이 지역주민을 바라보는 시각, 경찰의 역할에 대한 기대, 지방자치단체의 치안행정에 대한 관심에 있어서 변화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러한 변화가 모이고 쌓여서 커다란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자치경찰제도의 전국적 도입으로 인한 혼란은 없었다. 무릇 새로운 행정 제도의 도입은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는데,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행정에 있어서 시스템의 변화는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도 큰 것이어서 부작용과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경찰행정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경찰행정서비스가 나쁘게 변화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나의 경찰 아래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나뉘어져 있기에 상호 간의 관계설정 과정에서 새로운 비용과 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내부적인 행정 변화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내부적인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발생하는 새로운 행정 비용은 현재의 경찰행정 수준과 역량 측면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찰행정과 지방행정의 연계성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이전에도 기초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지역치안협의회가 열리기도 하였지만, 제도 도입 이후에는 보다 실질적으로 지역내 협력 강화를 위한 안건들이 논의되고 각종 치안조례의 제정 또는 개정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오는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행정을 두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하는 과정은 상호 분리되어 있던 두 기관 간에 이해와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자치경찰제도가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시도단위에서 도입되었지만, 현장에서는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도 자치경찰사무를 두고 경찰서와 시군구청 간의 협업이 보다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제도의 도입이 갖는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불식시켜야 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사와 승진을 두고 갈등이 보이기도 하고 예견되기도 한다. 현장 경찰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시도경찰청장에게 직접 청탁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시도경찰위원회 위원장에게 인사청탁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도경찰청장과 시도경찰위원회 위원장이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에 대한 승진전보권을 두고 권한 싸움을 하지 않도록 서로 긴장하면서 협력과 양보가 이루어지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 직원 간의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 사무국이라는 한 공간에서 일반직공무원과 경찰공무원이 함께 일하고 있어 물리적 결합은 이루어졌으나, 제도가 제대로 안착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무국 직원부터 서로 이해와 협력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일반직 공무원은 치안행정의 전문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경찰공무원은 일반행정의 서비스 정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70여년간 국가경찰이 가졌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한순간에 변화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자치경찰제 도입과 함께 지역주민을 위한 경찰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시도경찰과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