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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화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 세계가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대응은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는 지금까지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없는 코로나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성공적인 초기 대응 중심에는 다름 아닌 자치경찰이 있었다.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법 제정과 함께 자치경찰을 창설하여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을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장의 지휘 아래 전국적으로 통일된 지휘체계를 갖춘 국가경찰과 달리, 제주자치경찰은 도지사 소속으로 지역사회의 안전과 질서유지 사무를 담당한다. 재해와 재난 등 위기상황으로부터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제주특별법에도 명시된 제주자치경찰이 가진 주요한 임무 중 하나다.
제주도가 자치경찰을 통해 초기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판단된다.
첫째, 일원화된 도지사 지휘체계 아래 행정분야와 경찰분야가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협업하여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재난관리의 두 축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원화된 대응체계를 두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행정조치를 국가경찰과 기관협조를 통해 실효성을 담보하는 구조이다.
제주도는 자치경찰을 통해 기관협조에 소요되는 중간단계인 기관 간 협조요청과 내부검토, 협조사항 조정을 통한 통보를 생략하고 즉시성 있는 조치를 시행하여 초기 위기대응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단순한 지휘체계 문제를 넘어 제주자치경찰단장이 일일 실ㆍ국장 회의에 참석하여 각 부서의 정보와 조치사항을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영역에서 즉시성 있는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실제 제주자치경찰이 지원하고 있는 공항만 발열감시, 격리시설 경비, 집단이용시설 점검, 신천지 교회시설 점검, 확진자 동선 추적 및 이탈자 관리, 읍면동별 재난협력관 운영과 같은 조치들은 다른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와 국가경찰의 기관 협업이 필요한 분야로 신속하고 탄력적인 조치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재난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행정조치에 소요되는 절차와 단계를 줄이는 것은 골든타임 확보로 이어져 초기 대응의 성패를 결정짓게 된다.
둘째, 국가경찰은 통제와 규제와 같은 질서유지에 초점을 두고 자치경찰은 ‘친서민 치안활동’과 같은 지원업무에 초점을 둠으로써 지역사회 위기극복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도민들의 어려움도 지속되자, 제주자치경찰은 기존의 통제와 질서유지 중심의 경찰활동을 친서민 치안활동으로 전환하여 도민에 대한 위무(慰撫)와 지원활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하였다.
유례없는 학교 개학 연기 조치로 아이를 돌보아 줄 사람이 없는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아이 안전 지킴이 응답순찰’을 시행하였다. 주요 관광지에 ‘코로나 안심 순찰대’를 운영하는 한편, 순차적 등교개학 시 학교현장에서 대대적인 방역등교 지원활동을 전개하였다.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의 재난지원금 신청도 도와주었다.
동시에 코로나 극복을 위한 희망적 문구를 담은 플래카드를 경찰관서와 순찰차량에 부착하는 ‘희망나눔 운동’ 등도 펼쳤다. 이와같이 제주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서로 업무방향을 명확하게 분담하여 방역 질서유지와 도민들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경찰활동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지역 재난과 위기상황 시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경찰을 통해 제반 행정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지역상황에 맞는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위치추적 권한이나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상 단속 권한이 자치경찰에 없는데 재난과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자치경찰의 권한과 사무범위에 대한 한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치안행정과 일반행정을 융합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 문제에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치경찰제가 단순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권한 배분의 차원이 아닌 치안서비스 수혜자인 국민 입장에서 설계되어 보다 효율적인 경찰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