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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대 국회에서 정부는 30여년 만에 「지방자치법」전부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전부개정안의 내용 중 지방의회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 지방의회의원들의 자치입법·예산·감사 심의 등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제도의 도입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20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지방자치법」전부개정안도 폐기되었다. 이에 정부는 「지방자치법」전부개정안을 다시 21대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는 상황이다.
지방의회의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되었다. 보조인력, 보좌직원 등 명칭은 다르지만 도입근거 마련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18대, 19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발의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19대 국회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유급 보좌직원을 두게 되면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현재 전문위원 등 지방의회의 위원회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바 비용소요 측면 및 보좌직원을 통한 전문성 제고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검토하였다.
국민들이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지방의회의원 개인비서 역할이나 특정 이익단체를 대변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방의회의원에게 정책 보좌를 위한 인력을 주민의 혈세로 고용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보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지방자치 시행 이후 중앙정부의 사무가 지방으로 대폭 이양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의 양적 증가와 함께 지방행정의 전문화·복잡화하고 있고, 전문위원 등 의회사무처 직원들의 인사권이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는 상태에서 단체장이 집행한 사무에 대해 제대로 견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방의회의원이 복잡 다양해지는 지방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혼자서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사례가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정책연구위원 제도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정 당시부터 제39조에 도의회의 조례의 제정ㆍ개정ㆍ폐지, 예산ㆍ결산 심사, 행정사무 감사와 조사 등의 활동 지원 및 도의회의원 또는 상임위원회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21명의 정책연구위원을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임기제 5급 지방공무원 또는 5급 상당의 별정직 지방공무원으로 임명된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연구위원은 모두 각 전공별로 석·박사급의 전문인력으로 의회사무처에서 전국 공개모집을 통해 의장이 독립적으로 선발하여 임명하고 있으며, 임기제 5급 18명, 별정직 5급 3명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별정직으로 임명된 정책연구위원은 공무원 정년까지 근무기간이 보장되고 있다.
이들 정책연구위원은 각 상임위원회별로 3명씩 배치되어(다만 의회운영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각각 2명과 1명씩 배치) 각 상임위원회 소관 부서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및 예산·결산심사, 그리고 각종 조례 제·개정 등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정책연구위원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의원의 개인 비서화 우려와는 달리 도지사의 권한이 확대됨에 따라 도의회의 정책기능을 강화하여 도정에 대한 합리적 견제를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제주출신이 아닌 타 지역 출신뿐만 아니라 국회 보좌관 출신도 정책연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구성의 다양성으로 중앙과 지방을 연결하는 고리로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면서 지방의회의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사례로 볼 때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지방의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국민정서와 기초자치단체의 재정규모 등을 감안할 때 시·도의회에 우선적으로 도입하여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를 견제와 감독하는 것은 결국 지역주민을 위한 것이다. 지방의회가 전문화되고 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곧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의회의 정책기능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도입에 대해서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