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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재정분권의 궁극적인 목표는 포용국가의 구현을 뒷받침하는데 있다. 포용이란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평한 기회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을 말하며, 이런 상황이 이루어지는 국가가 포용국가라고 하겠다. 포용국가의 핵심 지향점으로 사람과 지역의 존중을 들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사람이 주인 되고, 지역이 중심 되는 새로운 질서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의 재정분권은 포용국가 실현과 연계하여 중앙과 지방 간 재정관계를 재정립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재정 여건을 개선하여 지방이 능동·주체적인 위치에서 중앙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국가적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그간 재정분권 1단계는 이런 목적에 기초하여 추진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2단계도 이런 틀 속에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고 하겠다.
재정분권 추진의 필요성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불합리한 지방재정 운영방식의 개선을 위해 재정분권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체계는 재정여건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그렇지 않은 곳보다 국고보조율을 높게 설정하는 방식을 따른다. 그 결과 국고보조사업의 팽창과 더불어 그것의 수행 과정에 수반되는 지방비 매칭으로 말미암아 재정자립도가 낮은 재정여건 취약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을 더욱 압박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의 의존수입을 축소하는 대신 지방세입의 근간을 자체수입인 지방세 중심으로 개편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둘째, 지방세입 시스템 유지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의존수입 중심의 세입 체계를 고수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세수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저성장 흐름의 지속에 따라 국세기반이 약화되고 있으며, 국가부채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지금처럼 지원하는 체계를 계속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세입 틀을 지방세 중심으로 개편하여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스스로 확보하는 재원 범위 내에서 지역재정을 이끌도록 만들어주는 조치가 시급하다.
셋째, 최근 사회경제 환경의 변화와 자치의식의 성숙은 지방세입 시스템의 개혁을 요구한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 국민의 안전 욕구 증대 등 이전과 달라진 환경으로 인하여 지방은 더 이상 중앙을 보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독립된 위상을 갖고 중앙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요구에 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을 개선하는 재정분권의 실효적 추진이 불가피하다.
넷째, 재정분권은 그것의 시행을 통해 얻어지는 긍정적 파급효과 확산을 위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맞서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방자치의 경험이 쌓이면서 국민(주민)의 자치의식이 향상된 점과 문재인정부의 1단계 재정분권 추진에 따라 지방이 재량재원을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다소 증대된 점 등이 작용했다고 하겠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재정분권이 왜 필요한가를 이해시키는데, 상당한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1단계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이 큰 폭은 아니지만 그런 조치 이전보다 개선된 점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지방이 주체적으로 맞설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런 측면 등을 감안할 때 재정분권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포용국가 실현 뒷받침을 위해 재정분권 2단계는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재정분권 2단계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1년부터 2022년의 기간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분권 2단계는 세입과 세출 모두를 개혁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국세 대 지방세 간 7:3의 비율 달성(지방세 12조 이상 확충), 지방세 확충과 연계한 중앙정부 기능의 지방이양, 국민최저보장적 복지사업 부담 관련 중앙과 지방 간 역할 정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 개편, 지역 간 재정불균형 해소장치 강구 등이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2018년 10월 30일 발표된 범정부 재정분권 추진방안의 기본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지역의 일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지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재정분권 2단계는 지방세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어느 지역도 현행 지방재정제도보다 불리해지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행전략이 마련되어야 하고, 지방세수의 확충과 중앙정부 기능의 지방 이양을 연계하되 양자 간에 균형 및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 세입 측면에서는 지방세 확충과 더불어 의존재원의 확대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지방세 확충 방안으로는 국세의 추가적인 지방세 이양, 지방교육청에 지원되고 있는 국세인 교육세의 지방세 전환, 국세인 개별소비세 세원 가운데 지역성을 띠는 일부 항목의 지방세화 등이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세를 지방에 이양하는 방식으로 지방세를 확충하게 되면 지방교부세 재원 규모가 줄어듦으로써 지방세입이 감소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대책으로 지방교부세 법정교부율 인상도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세출 측면에서는 국고보조사업 보조율의 합리적 조정, 중앙과 지방 간 복지사업 재편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정분권에 따른 지방세 확충과 궤를 맞춘다는 명분으로 모든 국고보조금의 보조율을 획일적으로 낮추게 되면 지방세 기반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수 증대가 미미하여 국고보조율의 축소에 따라 해당 국고보조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세 확충에도 불구하고 주민 필수적 국고보조사업의 보조율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인상하는 조치가 검토되어야 한다.
한편 국민의 기초생활 기반 강화 차원에서 노령층에 대한 기초연금 부담은 중앙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아동과 관련된 영유아보육료, 가정양육수당, 아동수당 부담은 지방이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중앙과 지방 간 사회복지 기능(사업) 빅딜(Big Deal) 방안은 달라진 여건에 맞추어 중앙과 지방 간 사회복지 기능을 재조정하는 조치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