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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지방자치사에서 아주 특별한 해이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소위 ‘자치분권 3법’이 시행되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30여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지방일괄이양법제정안,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경찰법 개정안이 통과함으로써 주민주권의 구현과 실질적인 제도화의 토대를 구축하였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가 중앙을 중심으로 공전을 강조하였다면 ‘자치분권 3법’을 통해 지방의 자전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제 확보된 자전력을 바탕으로 새 지방자치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주민자치 등 입법 보완과 내부 자치역량 제고 등을 통해 지방의 수권능력을 제고하고, 자치역량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환경변화에 더하여 자치분권 3법이라는 제도적 변화는 지역 주민에게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지방자치와 자치경찰 등 바뀐 제도에 대한 주민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발굴 등은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난 30년간 지방자치를 되돌아보면 허허벌판에서 꽃밭을 일구어왔다고 할 수 있다. 30년 전 지방자치의 토양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시적인 수준이었다. 이른바 ‘관존민비(官尊民卑)’와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사회에 만연하여, 강한 자의 상징인 중앙정부와 공무원이 의제를 독점하고 주도하였다. 이러한 척박한 토양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는 다양한 성과를 이루었다. 정치적, 법적, 사회문화적 3측면에서 살펴보자.
우선, 정치적으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링컨이 게티스버그에서 선언했듯이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의(of the people), 시민에 의한(by the people), 시민을 위한(for the people)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의 시행은 지역주민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토대를 구축하였다. 또한 지방자치 전면개정 법률에서 지방자치의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주민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실질적 주민자치(by the people)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둘째,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지방자치는 실질적 법치제도의 확립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1992년 기초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하면서 정보공개제도를 정착시켜 주민의 알권리를 제고하였고, 최근에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실시하여 예산편성에도 주민이 참여하게 되었다. 자치분권 3법을 통해 도입된 자치경찰제는 수사과정에서부터 주민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자치제도를 확립하였다.
셋째,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지방자치는 다양하고 건강한 사회 확립에 크게 기여하였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다양성을 존중하는데 있다. 지방마다 방언이 다르고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다. 다른 것을 다르게 다룰 때 그 사회는 더욱 성숙한 사회가 된다. 분권이 필요한 이유는 지역마다 다른 상황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정책들을 좀 더 세밀 다루기 위해서이다. 이런 점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까지 다양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30여년 간 지방자치는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측면에서 아쉬운 점과 부족한 부분이 있다.
첫째, 자치분권 3법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이슈가 소멸한 측면이 크다고는 하지만 우리 스스로 지방자치의 성과를 홍보하고 자치분권 3법을 알리는 측면이 소홀했다.
둘째, 주민참여(by the people) 차원에서 볼 때, 많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주민투표법 등 직접참여제도가 있지만, 현행 주민발안제를 더욱 실질화하고, 주민소환제 등으로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행정자치, 입법자치, 교육자치에 이어 경찰자치제도가 도입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제도의 도입 차원이라 실질적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으로 많은 연구와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의 지위와 위상을 헌법적 차원으로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
역사는 2보 전진과 1보 후퇴를 반복하며 발전한다고 한다. 지난 30여년 간 우리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 원동력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방자치 관계자들의 염원임이 분명하다. 우리 스스로 나부터 각자의 위치에서 더 나은 지방자치를 위해 실천할 때, 더 좋은 세상이 더 빨리 도래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