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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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으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만들자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9.03.08
조회수
4,169
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성장”의 새 비전을 강조한 바 있다. “혁신적 포용성장”이라는 용어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가 포용성장이며 이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 정부혁신임을 엿볼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혁신적 포용성장의 목표를 “국민의 삶을 전 생애 걸쳐 책임지는 국가”로 정의하였다. 이때 혁신적 포용국가는 우리가 달성하여야 할 가치인 동시에 복지국가를 향한 수단이 된다.


  한 사회의 경제적 이익이 창출될 때 사회에 속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규범적 개념이 ‘포용성장(inclusive growth)’이다. 통상의 경제성장은 주로 국내총생산(GDP)와 같이 거시적인 총계의 개념에 기초하였으나 포용성장은 미시적인 소득분배·이전 및 소득구조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정부혁신’은 보다 다의적인 개념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가치에 기초한 정부 운영, 공공서비스의 혁신적 설계, 그리고 국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상향식 문제해결에 전략적으로 비중을 두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하였던 자치분권 역시 이러한 정부혁신과 맥을 함께한다. 자치분권은 중앙의 이익보다는 지방분권적 가치의 실현을 추구하고, 공공 서비스의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발전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의미하며, 통일성보다는 다양성과 독창성에 기초를 둔다. 자치분권은 특히 공공 서비스 제공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부혁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자치분권은 종전과 같이 공공서비스를 중앙집권적, 하향식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지양하며 국민의 참여와 협력을 전제로 한 상향식의 문제 해결 방식을 지향한다. 


  자치분권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자치분권위원회는 ‘자치분권 종합계획’ 제1장에서 주민주권의 구현을 천명하였다. 주민주권은 주민이 주인이며 모든 권력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어왔던 국민주권은 중앙집권체제의 사상적 기초였다. 국민의 주권은 중앙정부에 위임되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헌법과 법령으로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자율성이 허용되는 자치체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최소한으로 보장된다. 이에 국민주권의 개념은 장기간의 걸쳐 중앙집권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하였고,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주민주권은 국민주권과 달리 자치분권체제를 뒷받침한다. 자치분권체제는 우리나라에서 중앙집권체제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하여 필요하다. 정부혁신의 측면에서는, 주민주권에 기초한 자치분권체제 하에서 공공서비스의 제공이나 주민참여의 방식이 변화하면서 혁신적 성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앙집권체제가 지속하여 온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분권형 헌법의 개정, 다양한 법령의 정비 등이 선행되어야 자치분권체제로 발전할 수 있다. 자치분권은 제도적 입법화를 통하여 완성되기 때문이다. 자치분권위원회도 이 같은 제도화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올해를 자치분권의 제도화 원년으로 선포하였다. 


  주민주권 역시 헌법이나 법률 등 제도화를 통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이다. 헌법에 국민주권에 갈음하는 주민주권을 명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보충성의 원리 등을 보장함으로써 자치분권체제를 용이하게 구축할 수 있다.


  제도화 이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주권을 활성화할 수 있다. 첫째, 주민주권의 논의를 확산하고 개념을 완성하는 것이다. 아직은 주민주권의 개념이 보편적으로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 주민주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학자들 간에도 개념과 내용의 범주가 상이하다. 주민주권의 개념을 정립하여 보편화한다면 많은 법령이 이에 기초하여 해석될 수 있다. 


  둘째, 주민주권을 토대로 주민자치를 활성화할 수 있다.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의 참여를 통하여 협력에 의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자치 또는 마을자치는 중앙정부의 법령이 없더라도 가능하다. 


  셋째,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마을 또는 지역의 문제를 숙의하는 과정이다. 다수의 주민이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종전의 하향식 문제해결을 지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상향식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주민자치는 그 훈련의 장을 제공한다. 


  주민자치가 발전하면 그 연장선상에서 리빙랩(Living Lab)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리빙랩(Living Lab)은 시민의 주도와 정부-기업-시민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이른다.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기후변화 등 당면한 사회문제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행‧재정적으로는 주민참여예산과 연계된다면 생활 SOC(사회간접자본)의 추진과 집행에 혁신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주민주권,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통해 자치분권이 성숙되면 이는 곧 혁신적 포용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