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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정책은 크게 4가지의 문헌을 통하여 정책추진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2017년 4월 대통령후보공약집에 나타난 자치분권에 관한 정책이고, 둘째는 2017년 10월에 만들어진 자치분권로드맵(안)에서부터 시작하여 2018년 10월에 확정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나타난 자치분권정책이다. 셋째는 2018년 3월에 대통령이 발의한 대한민국헌법개정안에 나타난 자치분권정책을 살펴보아야 하고, 넷째는 2019년에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나타난 자치분권정책이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후보공약집에서는 자치분권에 관한 정책목표와 수단을 보면, 크게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분권에 관한 것이 2개, 자치에 관한 것이 1개이다.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지방분권을 실현’, ‘지방의 재정자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이 분권에 관한 정책목표이고, ‘주민참여 확대로 자치분권과 풀뿌리민주주의 강화’가 자치에 관한 정책목표이다.
정책수단들을 보면, 분권 관련하여서 ‘제2국무회의제도 도입’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4대지방자치권 보장’ ‘지방이양일괄법 제정’ ‘지방의원 입법정책 지원전문인력 확충’이 그것이다. 한편 자치 관련하여서는 ‘주민발의 주민소환 주민투표제 확대’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국가예산 국민참여예산제 도입’을 정책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약들이 구체적인 추진전략과 과제로 만들어지는데, 1년 반 정도의 기간이 걸려서 2018년 9월 ‘자치분권 종합계획’으로 나타났다. 즉 자치분권을 위한 로드맵이 만들어져서 초안이 만들어 진 것이 2017년 10월이었고, 이 초안을 6개 전략 33개 과제로 정리를 해 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치분권로드맵(2017. 10)에서는 자치분권정책 비전으로서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비전전략으로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제시하였다. 그런, 자치분권 종합계획(2018.10)에서는 비전으로서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고 하면서도 비전전략으로서 ‘주민과 함께 하는 정부, 다양성이 꽃피는 지역, 새로움이 넘치는 사회’라고 하여 비전전략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권한과 조직, 예산과 인력을 지역(region)으로 이관하여 3위 일체적 이관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은 중앙정부와 17개 광역시도의 중간에 새로운 자치행정계층을 신설해야 하는 자치제도의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작업일 수 있다. 즉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러한 비전전략을 포기하고, ‘주민’에 초점을 두면서, 주민과 함께 하는 정부로 비전전략의 변경을 한 것이다. 이것이 정치적 합의과정을 거친 것인지, 정무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행정관리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불명하다.
결과적으로 정책수단들의 우선순위가 달라진 것이다. 즉 자치분권 로드맵에서는 추진전략으로서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제 구축’ 등을 제시하였고, 이를 위한 추진기반으로서 ‘지방분권형 개헌 지원’을 제시하고 있었다.
반면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는 추진전략으로서 ‘주민주권 구현’, ‘중앙권한의 획기적인 지방이양’, ‘재정분권의 강력한 추진’,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간의 협력강화’,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 ‘지방행정체제개편과 지방선거제도개선’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달라진 것이 ‘주민주권 구현’을 첫 번째 추진전략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제 구축’이 사라진 것이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에 비전전략이 변경되면서, 추진전략의 우선순위(priority)가 바뀐 것이다. 그리고 국가로부터의 분권에 초점이 갈 수 있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제 구축’이란 추진전략이 사라진 것이다.
정책결정(policy decision-making)과정에서 누가, 어떤 합의과정을 거쳐서 이러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가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단지 그러한 정책구조(policy structure)의 변경이 이루어진 것을 산출물을 놓고 추정할 뿐이다. 이러한 정책결정과정이 투명하게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고민과 가치선택이 공개될 때, 한국의 자치분권정책의 발전과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책전환(policy transform)과정이 비공개될 때,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시되어, 시민사회의 건강한 발전에는 오히려 역행하는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성숙한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민주와 자치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국가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정부라고 할 것인데, 특정한 국가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론적으로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든가 ‘수도권의 집중을 해소하기 위하여’라든가 하는 수단으로서 자치분권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자치분권정책을 ‘정권상실을 막기 위해서’ 라든가 ‘차기정권을 획득하기 위하여’라는 하나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자치분권정책은 시민사회 성숙과 건강한 발전을 위하여 필수적인 정책이고, 다양한 정책영역을 횡단하는 ‘융합정책’이자 ‘선도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정책구조적으로 말하면, ‘메타정책’이어야 할 것이고 다양한 정책들의 기반(infra)을 설계하는 제도설계정책(institution- design policy)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상을 가지는 자치분권정책을 여타 사업적 성격을 가지는 정책이나 프로그램적 성격을 가지는 정책과 같이 ‘하나의’ 정책으로 간주한다면, 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자치분권정책은 5년 단위의 정권에 따라서 가변적이어서도 안될 정책으로서 시민사회의 항상적이고 지속적인 성숙과 발전을 위하여 ‘상시적’으로 추진되고, 건축되어야 할 시민사회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즉 정권을 넘어서는 일관성과 지속성,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 정책이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정책의 대변경이 일어난 이유는 추정컨대, 대통령 제출의 ‘대한민국헌법개정안’이 국회의 2/3 동의를 얻지 못하여 폐기되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즉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분권은 헌법개정사항에 해당되는데, 헌법개정이 무산된 상황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분권’이란 비전전략을 견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치분권정책이 정권의 임기 내에 할 수 있고, 현재의 행정부의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범위와 규모로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 ‘주민과 함께 하는 정부’로 비전전략이 바뀌게 되고, 다양성이 넘치고 새로움이 넘치는 지역과 사회가 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불가피한 선택이었겠다는 동의는 되지만, 자치분권정책의 중대한 전환을 의미하는 이러한 정책과정이 ‘관료제 내부’에서만 일어나고, 학계와 시민사회의 숙의 공론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1000인원탁회의라든가, 숙의공론조사와 같은 숙의 민주주의 기법을 사용하여 자치분권정책이 추진된다면,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정책이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