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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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양일괄법 제정 의의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9.12.20
조회수
2,098
김남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전문위원회 위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국정과제로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자치분권 3법 중 하나인 지방이양일괄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이 법으로서 제정되는 것은 자치분권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역대정부는 중앙권한 및 사무를 지방에 넘겨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이를 담당한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거쳐,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해 시대적 과제인 지방자치에 발맞추어 국가사무를 지방사무로 이양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법령에서는 국가사무 이외에도 수많은 사무들을 국가사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역대 위원회에서는 지난 2000년 이후 2012년까지 13년 간 약 3천여 개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을 확정하였고, 이 가운데 64%에 달하는 약 2천 개 정도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36%에 달하는 약 1천여 개 사무는 그 동안 법률이 개정되거나 상황 변화 등에 따른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중앙행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지방에 이양되지 않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시대적 소명인 자치분권 실현을 추진하는 역대 위원회 활동과 관련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치분권을 추진했던 역대 위원회가 없었다면 아마도 국가사무가 지방으로 이전되는 일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역대 자치분권 관련 위원회가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을 확정한 후에도 미이양된 사무들을 대상으로 이를 일괄하여 이양하도록 하는 내용의 ‘일괄법’ 제정이 시도된 바는 있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국회 안에 일괄법 내용을 심의할 상임위원회가 없다는 이유로 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지방자치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하였지만, 이 위원회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지 않음에 따라 매 정부에서 일괄법안은 계속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사정 변경, 관련 법령 제정과 개정, 법제처나 국회 이견 등 사유로 미이양 대상 사무 수는 계속 줄었다. 결국에는 약 1천여 개의 사무중 약 570여 개의 사무로 줄어들었지만, 지난 3년여 간 수많은 공무원들과 민간전문가들이 들인 노력이 빛을 봐야 한다는 간절함은 커져갔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운영위위원회에서 지방이양일괄법안을 받아주기로 함에 따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일본과 프랑스도 필요에 따라 일괄이양을 한 사례가 있고, 국내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면서 단계별로 사무들을 일괄이양한 사례가 있다. 독일의 경우는 다른 법률들을 개정하는 법률인 이른바 조항법률(Artikelgesetz)이라는 독특한 입법형식으로 서로 유사한 여러 개의 법률들을 한꺼번에 개정하기도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일괄이양’을 낯설어 하고, 국회서도 시간이 걸렸지만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면, 마침내  ‘일괄법’ 형식을 통한 법제 정비라는 선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제 수준도 한층 상승하겠지만 무엇보다 지방자치 이념에 부합하는 자치분권 시대로 도약하는 커다란 발판을 만들게 될 것이다. 


  국가는 법령을 만들지만 지방이 이 법령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일괄이양’으로 힘을 얻게 되면 이 길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