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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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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지방간 재정관계 개편과제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0.01.03
조회수
4,574
이재원
부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재정분권 전문위원회 위원)

  새로운 한 해, 또다시 촛불에서 시작한다. 완전히 다른 나라, 나라다운 나라.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개헌안, 제1조 3항 “대한민국은 분권국가를 지향한다”. 처음의 기대와 절실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중앙정부가 모든 일에 책임지는 지금의 집권국가를 분권국가로 개편해야 한다. 촛불민주주의 이후 사회질서는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수직 위계를 중앙-지방정부의 수평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중앙정부는 국가와 지역에서 당면한 모든 문제를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중앙정부가 감당 못하는 사회 경제적 문제가 많아졌다. 저출생과 지역소멸, 청년실업과 노인돌봄 그리고 가족해체. 지방의 대학은 봄꽃피는 순서대로 지속가능성 위기를 맞는다. 지금의 수직체계는 문제해결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과부담과 책임을 줄여야 한다. 지방정부가 핵심 국정과제 하나 이상은 책임져야 한다. 중앙정부에 모든 책임을 맡기고 재정지원만 요구하는 잔여적 분권은 곤란하다. 자치분권의 보충성원칙에 따라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이 주민생활을 우선 책임지는 분권투자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분권정책은 ‘자치’분권이다. 지방정부는 주민을 위한 자치역량을 갖춰야 하고 주민들로부터 분권국가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 시작은 지방세 중심의 재정분권이고, 구체적으로 국세-지방세 7:3 구조 설계이다. 2018년 10월말, 정부는 재정분권 2단계 계획을 발표하였다. 1단계로 지난 2년 동안 8.5조원의 국세를 지방소비세로 이양하였다. 2020년도에는 모든 지방정부의 재정에서 순수한 증액이 있다. 역대급 재정분권이다. 중앙정부가 이양한 몫 돈이 지방정부의 푼돈이 돼서는 안된다. 주민들에게 재정분권으로 이양받은 돈을 공개하고 성과에 책임져야 한다.


  2단계 재정분권을 위해 추가로 12조원 정도의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해야 한다. 2단계는 1단계보다 복잡하다.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면 지방교부세 규모가 축소되고, 국고보조사업을 지방이양하면 재원과 사업 수행 방식이 개편된다. 1단계 때 지방소비세 확대가 광역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기초지자체가 불리한 재정상황이 형성되었다. 2단계에서는 1단계의 쟁점들에 대응하면서 정부 간 상생의 합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시작점은 명확하다. 12조원 상당의 국세를 줄이고 지방세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지방세입 규모가 절대적 수준에서 커져야 한다. 그래서 국민과 주민들이 재정분권을 체감해야 한다. 또한 지방책임이 필요한 중앙정부의 국고보조 사업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사업예산 뿐 아니라 조직, 인력, 법률을 일괄 이양하고 중앙과 지방정부를 동시에 개편하는 정부혁신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역량을 갖춰야 한다. 지방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조정 준비금으로서 1단계와 유사한 수준의 재원 순증 보장도 필요하다.


  지방세 중심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하면 지역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중앙의 가용예산이 축소되고 낙후지역 지원 재원이 축소되면 지역불균형이 악화된다. 따라서 재정분권에서는 ‘균형’의 국정과제를 지방재정도 분담해야 한다. 다만, 지금 방식은 아니다. 불균형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분권과 균형 양립을 위한 차세대 플랫폼이 필요하다. 균형은 분권의 전제조건이다. 재정선진지역 뿐 아니라 모든 지방에서 자치분권이 가능한 균형된 분권국가라야 한다.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신자유주의 분권은 정의롭지 않다.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위한 재정조정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재정선진지역에 지방세를 지원하고, 지방교부세는 비수도권과 중소도시에만 배분하면 재정불균형의 일부를 해소할 수 있다. 지방정부들 간에 재정연대 사업들을 개발하여 주민 중심의 서비스를 확충하면 새로운 시각에서 지역균형이 가능하다. 균형의 가치를 공간과 건물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지리적 이동이 활발하여, 사람과 제도의 공간이 일치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행정구역 독점체제를 해체하고 지방정부가 서비스 경쟁을 통해 국민과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균형’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연대의 구조는 다양할 수 있다. 대중교통 환승체계를 기초로 하는 세종과 서울의 지역연대, 그리고 서울과 부산의 재정연대도 생각할 수 있다. 수도권 청년들이 지방 이주할 때 청년주택 투자비용을 수도권 재정에서 부담하는 연대도 가능하다. 부산-울산-경남이 하나의 생활권에서 동등한 지방서비스를 공급하는 주민 중심의 부울경 연대체계를 만들 수 있다.


  주 4일 근무제가 되면 4일의 생산공간과 3일의 생활공간이 달라질 수 있다. 주민 입장에서는 두 가지 공간이 단일 행정구역에 묶일 필요가 없다. 청장년기의 공간과 노년기의 지역공간이 다를 수 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시대, 5천만 국민이 모든 지방의 공간을 공유하는 분권과 균형의 공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두 개의 법정 주소를 부여하는 주민공유플랫폼으로서 복수주소제를 검토할만하다. 관점을 바꾸면, 모든 지역이 모든 국민의 지역이 되는 지역연대의 균형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2020년은 재정분권의 원년이다. 2단계 재정분권을 성공적으로 계획하여,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양립 가능한 정부 간 재정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국민이 납부한 조세에 국세와 지방세의 꼬리표를 붙이고, 정부 간에 소유권 갈등을 만들 필요가 없다. 일과 책임의 양에 따라 조세 수입을 배분하면 된다. 정부개헌안 제124조 3항에는 “조세로 조성된 재원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사무부담 범위에 부합하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지방정부에 중앙의 재정을 이양하면 지역과 국가 발전을 통해 중앙정부의 재정이 더 튼튼해질 수 있다. 포용적 성장과 보편적 복지를 통해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같은 맥락에서 ‘재정분권-국가재정 확충’의 분권국가 재정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국세-지방세 7:3의 재정분권혁신은 주민들을 위한 자치신뢰와 지역문제 해결 그리고 지역연대와 균형을 선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올 해는 차세대 정부간 재정관계를 설계하는 첫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