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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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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에 부쳐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0.01.17
조회수
4,427
최진혁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2020년 1월 9일 마침내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 이름은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일괄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46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이다.


  지방이양일괄법이 제정되면서 그동안 단일사무별로 세분화된 입법방식으로 논의해야하는 이양사무의 비효율적인 사무배분방식에서 탈피하여 이를 일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보다 자치권확대 수단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되어 그만큼 지방자치단체는 자치분권 논리에 맞는 자치권행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요컨대, 지방정부인 지방자치단체는 확대된 자치권한을 가지고 해당 지역의 여건에 맞게 주민에 보다 나은 양질의 행정·재정서비스를 창출하고 배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사무를 논의해 오면서 16년 간 쌓아온 자치분권 정책의 소중한 경험과 교훈을 토대로 이루어낸 값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방민주주의의 기본요체로써 자치분권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우선 국가와 지방정부 간 권한(역할, 업무)과 책임이 바로 정립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국가와 지방 간 사무(기능·역할)배분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국가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며,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업무를 맡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 것인지를 바르게 정리해 주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분담하게 하여 주민주권에 기초한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지방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지방자치(지방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정부수립 이후 반세기 넘게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체제 속에 너무 길들여지다 보니, 지방자치단체가 자율과 책임으로 해야 하는 일을 국가(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1991년 지방의회 재구성에 따른 지방자치 부활이후 1994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구분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무 총수가 15,744개로 국가가 직접 처리하는 사무는 11,744개(75%),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사무는 1,820개(12%), 지방자치단체가 자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무는 2,110개(1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이를 증명하고 남음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에서는 지방분권시대에 맞게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추진하기 시작하였고(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도 꾸준히 국가와 자치단체 간 사무를 주민편익 증진과 집행효과 등을 고려하여 배분하여 왔다. 


  이 과정에서 주민 복리 및 생활편의와 직접 관련된 권한 내지 사무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에 우선적으로 배분하고,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함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 여건 및 능력을 고려하였다. 아울러 이양받을 지방자치단체 의사를 존중할 것을 권고하였고, 권한의 지방이양과 함께 이양된 사무가 원활히 처리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병행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개별 단위사무 중심의 지방이양사무를 결정하다 보니 이를 처리할 법적 근거로서 다수의 법률들을 처리해야만 하였다. 국회에서 관련된 개별 법률마다 해당되는 상임위원회별로 각각 법안을 심의·의결해야만 하는 절차적 문제에 봉착하여 서로 상이한 의결결과와 소요기간이 길어지는 등 비효율적 행태를 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제정된 지방이양일괄법은 국가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주기 위해 개정되어야 할 단위사무별로 세분화된 다수의 법률들을 하나의 법률에 총괄하여 개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16개 부처 소관 46개 법률의 400개 사무가 한꺼번에 이양되게 된다.


  지방에 이양해야 할 사무 수가 많은 부처별로 보면 해양수산부(135개 사무, 7개 법률), 국토교통부(70개 사무, 9개 법률), 여성가족부(51개 사무, 1개 법률), 산림청(31개 사무, 2개 법률), 문화체육관광부(26개 사무, 3개 법률), 산업통상자원부(22개 사무, 4개 법률), 행정안전부(20개 사무, 6개 법률), 교육부(15개 사무, 2개 법률), 보건복지부(12개 사무, 3개 법률), 환경부(5개 사무, 2개 법률), 기획재정부(4개 사무, 1개 법률), 식약처(3개 사무, 1개 법률), 과학기술정보통신부(2개 사무, 1개 법률), 농림부(2개 사무, 2개 법률), 국방부(1개 사무, 1개 법률), 소방청(1개 사무, 1개 법률) 순이다. 


  400개 사무 중 349개 사무(87.2%)는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51개 사무(12.8%)는 광역자치단체(시도)에서 기초자치단체(시군구)로 이양하는 것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광역자치단체(시도)에 이양하는 사무가 절대 다수인 242개 사무(60.5%)이고 국가가 기초자치단체에 이양하는 사무는 50개 사무(12.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이번 지방이양일괄법은 자치분권에 도움이 되는 총괄적인 사무이양을 통하여 각 자치단체의 지역여건에 맞는 지역개발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해양수산부의 지방관리항 항만시설 개발·운영권한 이전은 지역 내 산업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항만시설의 투자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럼으로써 지역주민 고용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개발부담금 사무는 부담금액의 정확한 산정·부과 및 신속한 징수, 지역여건을 반영한 부담금 감면 등을 통해 시군구 주도로 지역개발 기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의 외국인 환자 유치의료기관 및 유치업등록 관련 9개 사무이양은 지역별로 한방, 성형 등 지역 내 특화된 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발굴·등록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해외마케팅, 연계관광상품 개발 등 국제의료관광객 유치에 인적·물적 자원의 집중투자로 지역개발에 큰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간 기능배분 및 배분방식을 규정한 지방이양일괄법은 우리나라 자치분권화정책의 실효성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법률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확장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자치단체는 지역여건에 맞는 개발효과로 지역주민에 실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실제적인 권한행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자치분권화 시대에 부응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합리적인 관계모형을 설정해 보면서, 지방의 자율과 책임성이 더욱 강조되고 중앙의 지원협력체제가 가동되는 중앙과 지방의 사무배분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무이양으로 인해 자치단체들 중 어느 하나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게 어떠한 형태라도 감독을 행사할 수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어떠한 권한이양도 혜택받는 자치단체에게 새로운 부담을 야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계기로 제2, 제3의 지방이양일괄법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실질적인 자치분권 실현에 더욱 탄력받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