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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조정이 현실화되면서 확대되는 경찰권 분산의 방안으로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은 현행 지구대·파출소 대부분을 18개 광역시도의 자치경찰로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제주자치경찰제와 달리 국가경찰의 지역적 분산이 기대된다.
현재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경찰법 개정안으로 구체화되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입법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자치분권위원회의 도입모델 및 이를 반영한 법안에 대한 꼼꼼한 고민없이 각자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이념에 따른 백가쟁명식 비판이 분출되고 있다.
굳이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하는가에서부터 경찰권 분산효과가 더 큰 모델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업무 분담에 대한 혼란 및 지역별 치안 불균형 등 자치경찰제 정착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비판 등이다.
과연 그런지 살펴보자. 첫째,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치안을 확보하고 있는데 왜 자치경찰제인가? 이를 뒤집어보면 그 정도로 우수한 경찰이므로 자치경찰로 바뀐다고 해서 치안에 커다란 문제가 있을 수 없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론 현재의 치안은 경찰의 노력과 더불어 유교사상에 익숙한 국민, 18세 이상 모든 국민의 지문등록제, 남북분단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의 결과다. 자치경찰제 그 자체가 치안문제의 근원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자치경찰도 보통의 경찰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자치경찰제로 그간 권력을 위한 경직된 치안에서 주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국민을 위한 자율적·창의적 치안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이다.
둘째, 경찰권 분산의 효과를 높이는 모델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른바 실효적 자치경찰제 주장이다. 사실 이상적인 자치경찰제는 현재의 18개 지방경찰청을 18개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국회 입법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
시도지사가 정보권과 모든 수사를 할 수 있는 자치경찰을 통해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방토착세력과의 유착에 대한 우려는 차지하더라도, 자치경찰제 도입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경찰의 반발과 저항도 간과하기 어렵다.
국가수사본부의 설치로 인한 일반(행정)경찰과 수사(사법)경찰의 분리, 여기서 다시 18개 자치경찰로 분리할 경우 경찰조직은 공중분해되는 셈이다. 이러한 자치경찰제를 경찰이 수용할 리 없다. 오히려 검찰과 법원도 지방자치화해야 한다는 반격에 직면할 것이다.
이상론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수용가능한 자치경찰제 모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처럼 ‘지금까지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개혁 차원에서 추진된 수사권조정과 달리, 자치경찰제 도입은 국가경찰의 치안에 문제가 없음에도 논의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부에서는 경찰권 분산 효과를 의문시하나, 현 정부의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의 약 40%를 자치경찰로 전환한다. 특히 지구대ㆍ파출소는 종합치안의 출발점이자 경찰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최일선 치안기구라는 점에서 자치경찰제는 안착된 이후 추가적으로 확대 발전될 것이다(확대되어야 한다).
현 정부의 자치경찰제는 최종 단계에서의 구체적 모습을 한정하지 않은 채 완전한 자치경찰제로 가는 단계적 시행모델이다. 이것이 안착될 때 비로소 실효적 자치경찰제의 꿈을 가질 수 있다.
셋째,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업무 분담에 대한 혼란, 지역별 치안 불균형, 지방토호세력과 유착 등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바로 이 점에서 3단계에 걸친 시범실시를 거치는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하여 이를 사전에 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이는 결국 자치경찰을 국가경찰과 같이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보통의 경찰'로 만들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현재에도 중앙집권적 사고에 익숙한 기득권 세력은 가능하면 자치경찰에게 권한과 임무를 적게 배분하여 절름발이 경찰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것이야말로 전체 치안력을 약화하는 주범이다.
지금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마련한 자치경찰제가 중앙집권적 사고에 익숙한 기득권에 의해 축소ㆍ왜곡되거나 어그러지지 않도록 입법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