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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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지방행정기관을 넘어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0.02.21
조회수
5,011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1990년대 이후 세계화에 따른 지역화(Regionalization)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국민국가는 역할과 기능이 약화되고 제2 근대화의 주역으로 지역(Region)이 부상하고 있다. 즉,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세계 각 국가들은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분권화 및 광역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이 시급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결과(2014, 2015)에 의하면, 지역(대도시권)의 거버넌스 패턴이 경제성장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즉, 중앙 주도의 거버넌스보다는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가 지역의 역량을 충분히 살려 지역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중앙부처가 지역별로 특별지방행정기관 설치를 통해 지역경제, 교통, 환경 등 지방사무에 해당하는 행정서비스를 공급하는 중앙집권적 관행을 혁파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위해 지방분권 확대와 함께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역대정부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이관정책은 중앙부처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하여 왔으며, 향후에도 중앙부처의 반대 논거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중앙부처의 특별지방행정기관 지방이관의 반대 논거는 광역정부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사무가 광역시ㆍ도에 걸치는 사무이므로 지방이관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앙부처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효율적인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이관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중심의 대표적인 거버넌스 체제인 특별지방자치단체 도입을 통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이관이 유력한 해법이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복수의 자치단체가 연합하여 특수목적의 광역행정을 수행하는 자치단체로서 법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경비는 구성 자치단체의 특별회계와 중앙정부 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특별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은 구성 자치단체의 장 및 의원이 겸직할 수 있다(직선하는 경우도 있음). 


  이러한 특별자치단체의 도입의 당위성은 지역화 시대에 대응한 광역권(City-region)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 광역권은 규모의 경제 구현을 위해 최소인구가 500만 이상이 바람직하다. 특히 중심도시와 주변도시 간의 협력정책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 이후에 광역시ㆍ도의 인위적인 분리에 따라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중심도시를 도(道)로부터 분리함으로써 잔여도부(殘餘道部)는 행정ㆍ경제ㆍ사회의 중추적 기능을 상실하고, 광역시는 내부의 공간 활용만으로는 도시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여 도시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다. 그리고 광역권 구축을 위해 협력해야 할 광역시·도가 오히려 경쟁하고 있어, 지역경쟁력 약화와 주민 불편의 가중 등 시대착오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참으로 잘못되었다. 


  그 결과, 서울과 울산을 제외한 광역시들은 주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가 국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보다 낮은 실정이다.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기준에 따르면, 대부분의 광역시들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 뮌헨 등 세계도시들의 주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에 비해 1/3 내지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21세기는 행정구역 중심의 칸막이 행정보다는 지역 단위로 지방정부가 연합하여 광역행정을 수행하는 특별자치단체의 시대이다. 미국은 대체로 주정부간, 주정부 내 지방정부간 특별자치단체를 운영 중에 있다. 유럽은 프랑스 파리 및 리옹, 영국 맨체스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특별자치단체를 운영하거나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일본은 1997년에 광역연합형 특별자치단체를 도입하여 현재 20개의 특별자치단체가 설립,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특별자치단체는 중앙권한의 이양이 가능한 수용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이다. 특별자치단체에 차등적 분권을 시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역 단위의 특별자치단체를 도입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제2조 3항)에 특별자치단체는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특별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자치단체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그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현 정부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2018년 9월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특별자치단체 도입을 주요 과제로 선정하고,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특별자치단체의 설치, 규약, 운영 등 구체적인 설치 및 운영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러한 특별자치단체 설립, 운영방안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반드시 20대 끝자락 국회에서 통과되어, 대한민국의 지역화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민·관·정이 합심하여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