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전문가 기고

공동주택에서의 공동체 활성화 성과와 정책적 시사점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0.03.13
조회수
3,597
은난순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연구·겸임교수
(한국주거복지연구소 대표)

  2010년대에 들어와서 공동주택에서의 공동체 활성화, 커뮤니티 회복, 이웃만들기 등의 키워드가 본격적인 정책적 이슈가 되고 있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으로 인해 와해되었던 이웃관계의 회복이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라는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공동주택은 벽과 천장, 계단 등을 이웃과 함께 공유하며 살지만, 서로 인사나 음식을 나눈다던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주는 행동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옆집에 도둑이 들거나 고독사가 발생하여도 알 수 없고,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아파트 관련 기사에서 보여지는 관리비 부과와 집행상의 문제, 각종 공사 및 용역업체 선정 관련 투명성 문제, 층간소음이나 흡연 등으로 인한 주민 갈등은 이미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이며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거약자를 위해 공급하고 있는 임대주택과 사회적 혼합(Social Mix) 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공급되고 있는 분양·임대 혼합주택단지에서 조차도 주민 갈등과 사회적 차별로 인해 주거만족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갈등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공동주택의 경우, 공동의 의사결정에 있어 이해관계, 소통 부재, 주민 참여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주민의 무관심과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현재의 삭막한 주거문화를 초래한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는 덴마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웃과 함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은 소외감, 고독, 자살 등 사회병리적 현상의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공동체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시도가 건축공간계획,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주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변화와 효과는 무엇인지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서울시의 경우, 커뮤니티실과 공동체 규약 등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주택’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공동주택에서는 커뮤니티 카페, 커뮤니티 센터 등 주민 교류를 유도하는 공간이 보편화 되고 있다. 공동주택 내 경로당의 활성화를 위해, 베이비 붐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계획 및 프로그램 개발과 세대 간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복합교류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공간설계와 함께 주민 활동을 어떻게 유도하고 지원할 것인가에 있다. 


  공동주택은 단독주택과는 달리 공용공간 관리와 관리비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민 공동체 활동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통한 관리비 절감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 시범 단지 조사를 통해 분석한 바에 의하면, 주민 공동체 활성화 단체를 통한 아이디어 넘치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10~30%까지 에너지 사용료를 줄인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착한 관리비 내리기’와 ‘나쁜 관리비 내리기’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합리적인 활동들로 평가된다.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으로는 축제나 음악회 등 전체 주민 참여 프로그램, 취미 등 소규모 동아리 프로그램,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비롯해 인기 만화 캐릭터를 이용하여 아이들로 인한 층간소음을 해결하고자 노력한 사례, 중년 독거남성을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과 고립감 회복을 유도한 사례, 장애가 있는 거주자도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아나바다 등 친환경 활동, 사회봉사 및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등 단지 특성과 주민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분양·임대 혼합주택단지에서도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통해 주민 대표 및 주민 간 화합과 소통을 만들어 가고 있는 모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공동체 활성화의 효과는 공동주택의 특성을 살린 합리적인 관리비 절감에서부터 아파트 관리에 대한 관심과 참여 증가, 민원 감소, 인사하거나 가벼운 부탁을 할 수 있는 주민의 증가, 행복감과 이웃관계 만족도 증가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의 감소까지도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공동체 활성화의 가치를 공동체성, 자립성, 지속가능성, 거주성, 지역연계성이라고 볼 때, 각 부문이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책적 방향이어야 한다. 주민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정부와 공공의 역할은 주민 역량 교육, 공간 개선 지원, 마중물 역할의 사업비, 공동체 코디네이터 등 주민 활동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