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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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활성화 제도 추진방향에 대한 제언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8.09.07
조회수
4,555
김 석
순천 YMCA 사무총장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주민자치 전문위원회 위원)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추진방향은 앞서 추진된 주민자치의 제도화 경험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1999년 정부가 전국의 읍·면·동사무소의 주민통제와 민원업무 의 기능을 주민자치와 주민 여가활동이 가능한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한 것이 주민자치를 위한 첫 제도적 개혁이라고 볼 수 있다. 제도 도입 초기 주민자치의 경험이 없어 현장은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지역 주민, 전문가, 지역단체 등 다양한 인적 자원을 공개 모집하여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문호를 개방하였고 거버넌스(협치)를 지향하였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일에 정부도 지방도 전문가도 시민단체도 협력하고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지역과 마을을 스스로 바꾸고자 하는 주민 자치 활동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으슥하고 더러운 곳에 벽화가 그려지거나 한 평 정원이 조성되고, 홍매화를 자원 삼아 철도 관사를 자원 삼아 특색 있는 마을 만들기가 추진되었다. 


  동네를 일터 삼아 마을 기업이 생겨나기도 하였고, 수험생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엄마 마실단이 활동하고, 음식 솜씨 좋은 아줌마들이 동네 부엌을 열고, 아파트에 나눔 장터가 열리고, 절미 쌀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 반찬과 사랑빵을 나누는 동네 복지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과거 주민등록등본이나 떼러 가던 동사무소는 스포츠댄스, 서예, 건강교실, 노래교실, 생활영어, 과학교실, 작은 도서관, 어린이 공부방, 농악단 등 문화 여가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마을회의가 가능한 곳으로 바뀌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20년 동안 전국의 읍·면·동에서 왜 주민자치가 필요한가를 학습하고 실천하는 계기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주민자치위원회가 민주주의라는 가치 중심이 아니라 기능 중심으로 탄생한 것이라 주민대표 조직이라는 특성을 잃으면서 행정의 계층적 구조로 빠르게 편입되는 문제가 생겼고 급기야 2008년 이명박 정부부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주민자치 제도화의 경험으로 볼 때,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제도의 추진 방향은 첫 번째로 기능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풀뿌리 주민자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되어야 하고 지방 민주주의로써 주민자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읍·면·동 행정 혁신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군사정권 시절 말단 행정조직이었던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행정복지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변신을 시도하지만 책임은 공무원이 맡고 있다. 길어야 근무기간 1년 반이다. 주민자치나 마을 공동체에 대한 교육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 군수가 임명한다. 방도 따로 있고 권위적이다. 사람이 바뀌면 추진되던 정책도 바뀌고 일관성도 잃어버린다. 지금 읍·면·동 행정 구조에서는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기 보다는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다. 읍·면·동 행정을 자치단위로 두고 읍·면·동장을 직접 주민이 뽑던가 아니면 공모제를 도입하던가 현 단계에서 행정혁신은 반드시 담보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성과중심의 경쟁체제 말고 공유 중심의 지원체제로 설계되기를 바란다. 마을공동체는 구성원들이 공동의 이익과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하고 상호 조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될 수 있도록 지원 방법이 간단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유지될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 활동가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도 고려되어야한다. 지금의 보조금 지원방식으로 마을공동체를 지원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끝으로 획일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마을공동체에 대해 농촌과 도시가 다르고 아파트와 주택가가 다르고 서울과 순천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함이 인정되어야한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이 악물고 지역과 마을을 대안적으로 바꾸려는 치열한 활동과 노력이 인정받고 인정과 도리가 있는 사회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면 마을공동체라는 주민의 자율 영역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