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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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방안 발표의 의의와 과제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8.11.23
조회수
5,531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 위원)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는 2018년 11월 13일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한 자치경찰제는 이제 논의의 단계를 넘어 본격적 시행을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광복 이후 그 필요성이 줄곧 제기되어왔던 해묵은 과제이다. 이는 안정된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현행 국가경찰체제에 한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전국 약 12만 명에 이르는 경찰이 소수의 경찰지휘부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중앙집권적 경찰체제에서 다양한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자율적⋅창의적 치안활동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경찰의 관료화만 구조화할 뿐이다. 


  그럼에도 자치경찰제는 2006년 7월부터 제주지역에 한해 겨우 시범 실시되고 있을 뿐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이 발표 그 자체로도 대한민국 경찰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지고 있다.


  첫째, 국가경찰 조직의 분산을 통한 자치경찰제다. 자치경찰제의 주요한 목적은 자치분권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중앙집권화된 국가경찰을 지역적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경찰권의 분산은 최근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논의되는 수사권 조정 등이 결과적으로 경찰권을 확대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다. 특위의 자치경찰제는 2022년부터 시작되는 3단계까지 총 4만3천명의 국가경찰 및 그에 수반되는 사무를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체 경찰력의 36%를 자치경찰로 분산함으로써 경찰의 총량을 유지함과 동시에 추가적 예산의 투입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다만, 수사의 경우 성․학교․가정폭력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제한된 수사권한만을 행사하게 된다. 때문에 자치경찰제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권의 비대화 우려를 불식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이 있다. 하지만 수사에 있어 확대되는 경찰권은 국가수사본부의 설치를 통해 수사경찰과 일반경찰로 분리된다. 이처럼 수사경찰과 일반경찰로 분리된 국가경찰을 다시 자치경찰로 분리한다면, 자칫 경찰조직을 와해시켜 치안력의 급격한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과 지방자치 수준 등은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우려가 자칫 자치경찰제의 도입 자체를 좌초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동시에 향후 지방분권국가 시대에 부응하는 자치경찰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둘째, 제주자치경찰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제주자치경찰은 경찰활동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이 부족하고, 범죄진압을 위한 초동조치권이 없다.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안의 자치경찰은 총 4만3천명의 인력으로 최일선 종합치안의 출발점인 지구대와 파출소 업무를 사실상 책임진다. 공무수행 방해사범에 대한 수사권과 더불어 사건사고현장에서 초동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치안의 보조자에 불과했던 제주자치경찰과 달리 치안의 주체로서 지자체의 인적(CCTV통합관제센터), 물적 자원(보안관, 특사경 등)을 활용하여 치안활동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셋째, 추가적 재정투입을 최소화해 지역별 치안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지자체별 편차가 큰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자치경찰제 도입에 필요한 예산은 국가부담을 원칙으로 한 것이다.


  넷째, 지역 토착세력이나 정치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치경찰을 보호함과 동시에 자치경찰을 통제할 장치로서 시도경찰위원회를 두고 있다. 특히 법적으로 독립성이 강한 합의제 행정기관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 자치경찰의 수사권을 제한한 것도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마지막으로 현 단계에서 도입가능성을 고려한 방안이다. 이는 첫째, 현행 국가경찰체제에 의한 치안이 안정되어 있고, 둘째 급격한 변화로 자치경찰제 추진에 대한 국민적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며, 셋째 그래서 국가경찰이 잘하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지역적 차원의 치안대응력을 높이는 것을 우선하면서 경찰권 분산은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바로 이 점에서 모든 사건사고현장의 초동대응(수사)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공동사무로 정하고,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자치경찰 또는 국가경찰이 초동조치를 하도록 함으로써 관할 떠넘기기를 방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