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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종영된 후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를 낳고 있다. 이른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득권층의 세태를 풍자한 드라마이지만 특권층 뿐 아니라 입시지옥에서 고통 받는 보통의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 드라마는 교육이 공동체성을 상실하고 상업화되어 입시기술로만 인식될 때 학생과 학부모 등 관계자들이 얼마나 파편화되고 비인간화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초중등 교육은 교육의 전문성 및 특수성, 정치적 중립성 등의 명분으로 지역사회와 높은 벽을 쌓았고, 그 결과 교육은 학교 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제도적으로도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은 지방자치의 영역에서 엄격히 분리되어 있다.
교육은 지식의 전수라는 기능뿐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교육의 현실을 뒤돌아보면 후자보다는 전자의 기능에 급급하고 있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초중등교육과정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참여와 체험을 통해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교육이 그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학교 등 교육자치의 영역과 시·군·구 등 일반자치의 영역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 학교의 담장을 넘어 마을과 결합하고, 아이들이 자신을 학교의 학생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체의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이 대학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또 다른 소외를 낳는 부작용을 막고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벽을 낮추고 학교와 마을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아이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아직 초기단계에 있어 질적 수준의 차이가 있고 시행착오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100여개 지방정부와 해당지역 교육청이 혁신교육, 행복교육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협력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올해는 그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사업들은 대부분 민·관·학 거버넌스(협치)를 운영원리로 삼아 지역사회 내에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또 60여개의 지방정부가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하여 마을과 학교의 결합,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협력을 통해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많은 지역에서 마을 주민들이 교사가 되어 운영하는 수많은 마을학교가 생겨났다. 도봉구만 해도 2018년 한 해 동안 120여개의 다양한 마을학교를 운영한 바 있다.
도봉구는 특히 그동안 학교에서 운영해오던 방과후학교를 자치구가 직접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시도를 통해 교육부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로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자체와 학교가 협력하여 학교는 정규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가 마을교사와 함께 아이들의 방과후 돌봄과 교육활동을 책임지는 방식은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새로운 협력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온종일돌봄체계구축’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또한 민·관·학의 긴밀하고도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필수적이다. 분업에 기초하여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엄격히 분리된 현행제도에 안주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시민으로의 성장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스카이캐슬’처럼 상업화된 교육이 ‘괴물’을 양산하는 것을 막고 마을교육 공동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을과 학교의 협력,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협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반자치와 교육자치를 일원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우선 양자 간의 협력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는 이를 위해 교육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교육청과의 생산적 논의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