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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
충남연구원 원장
올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새 정부 국정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5대 국정목표 중 하나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재인 정부 국정 비전을 잘 드러내는 4대 복합혁신 과제 중 하나가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 결합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자치분권 때문에 지역 간 불균형을 더 악화시켜서는 안되며,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구실로 자치분권을 미루어서도 안된다.
균형발전을 도외시한 자치분권 정책 추진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우려하는 상대적 저발전 지역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정책 추진이 좌초될 수 있다. 반대로 자치분권 없는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 정책 추진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보듯이 지역 현장과 유리된 정책 내용, 부처 간 할거주의에 따른 비효율로 인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현재와 같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한 상태에서 균형발전을 고려하지 않는 자치분권, 특히 재정분권을 추진한다면 발전 수준이 높은 지역은 그렇지 못한 지역에 비해 더 많은 지역발전 재원을 사용할 수 있어서 현재의 지역 간 발전 격차가 더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자치분권 정책 추진에는 반드시 지역 간 재정력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방재정 조정제도가 포함되어야 한다. 자치분권의 정신에 걸맞게 지방정부들 간의 자율적 합의에 의한 수평적 지방재정 조정제도의 도입과 함께, 세원이 부족한 지역에 좀 더 많은 중앙정부 재원이 갈 수 있는 수직적 지방재정 조정 장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역의 세원 여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더라도 그 과정은 객관적이고 투명적이어야 하며, 재정의 구체적인 사용은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균형발전 정책 역시 자치분권의 원칙에 입각하여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즉 중앙집권형 균형발전 정책에서 자치분권형 균형발전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지역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강력하고 일사불란한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 정책은 지역 간 차이와 현장의 실정을 무시한 획일적이고 탁상공론적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필연적으로 풍족하고 강력한 중앙이 가난하고 힘없는 지역에 일방적으로 나누어주는 시혜적 방식의 정책일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시혜적 방식의 정책이 계속되면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은 자기 지역 발전에 대한 책임성이 약화되고 중앙정부 의존성만 높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에도 중앙집권적 국가일수록 수도에 대한 일국 집중도가 높고 지역 불균형도 심하다. 중앙집권형 국가는 권력이 집중된 수도에 기업과 일자리, 인재들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서울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지방분권 수준이 높은 연방제 국가의 경우 대체로 지역 간 격차가 적다. 연방 국가인 독일이 대표적인 지역균형 국가이다. 중앙집권은 지역 불균형의 해소 방안이 아니라 지역 불균형의 원초적 원인이다. 자치분권은 균형발전과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정책이 아니다.
더 큰 권력이 있는 곳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라는 우리 옛 속담이 상징하듯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국가의 주요 권력이 집중된 서울은 또한 기회가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정부와 지역주민들에게 분산될 때, 각 지역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문재인 정부가 획기적인 자치분권을 통해 균형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