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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2018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치분권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계승함은 물론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보여준 공약 또한 혁신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와 지방자치의 날에 발표된 자치분권 로드맵을 통해 자치분권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자치분권 로드맵은 5개 분야 30개 과제와 개괄적인 추진일정을 포함하여 발표되었다. 자치분권 로드맵에는 자치분권 개헌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었다. 현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자치분권 개헌이 완료된다.
자치분권 개헌은 우리나라가 자치분권 국가임을 선언하고 이에 따른 중앙-지방정부 간 사무배분 원칙으로 보충성의 원리를 규정하고자 한다.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권한과 사무 및 재정이 순조롭게 지방으로 이양되면, 향후의 지방자치는 주민주권에 기초한 생활자치를 구현하고 지역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 이후 매 정부마다 자치분권을 전담하는 추진기구를 설치하고 자치분권 개혁을 추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곤 그 성과는 매우 미미하였다. 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반대 세력의 강한 저항 및 지역주민들의 무관심이 주요 요인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정부의 소극적 태도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자치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이미 정부의 자치분권에 대한 태도를 크게 변화시켰다.
향후 과제는 반대세력의 저항을 극복하고 지역주민들을 자치분권의 흐름에 동참시키는 것이다. 이미 몇몇 야당들이 자치분권 개헌 및 자치분권 개혁에 소극적 내지는 적극적으로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국회라는 장벽을 넘는 과정도 매우 어려운 관문이다.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의 지방이양은 담당 상임위원회의 심의와 의결 후 법사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최종적으로 본회의에서 의결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일련의 입법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치분권위원회(안)를 신설하여 자치분권위원회가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괄이양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그런데 국회는 이를 한결같이 반대하며 자치분권 개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치분권의 성패도 국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
국회의 자치분권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는 유권자의 의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제까지 지역주민들은 자치분권에 대하여 관심이 없거나 때로는 지방자치에 대하여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방자치가 낳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선거로 선출된 지역 지도자들의 일탈이 크게 부풀려진 탓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방자치의 긍정적 효과 및 자치분권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알리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지방자치와 자치분권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재정의 낭비를 줄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들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여야 할 것이다.
자치분권의 효과를 지역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안 중의 하나이다. 자치분권 과제의 선택과 추진방식도 전략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효과를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과제로는 자치교육과 자치경찰을 검토할 수 있다. 자치분권추진기구가 주도적으로 자치분권을 추진하는 기존의 방식과 더불어 이양권한 및 사무를 지역주민들이 제안하는 공모방식을 병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경험하고 자치분권의 당위성을 체득한 지역주민은 자치분권에 소극적인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준엄하게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다. 이러한 주체의 양성을 통하여 자치분권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완성하는 자치분권의 금자탑을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