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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혁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2017년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21세기 초반 노무현 참여정부가 갈망하였지만 미완성에 그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에의 과제들을 보다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 가야만하는 당위론적 시대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2018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역사에 새로운 자치분권적 국정운영의 동력을 가동할 수 있는 천운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그동안 정부수립 후 36년의 지방자치의 소중한 경험과 교훈을 토대로 대한민국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그 책임감과 기대감이 자못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배경에서 그동안의 지방자치분권의 공과를 고찰하고 그에 따른 미래과제를 제시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운영의 나침반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우선 지방자치의 제도적 성과로서 지역주민이 자기의 대표를 선출하여 자기지역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자치행정에 반영하기가 용이하였으며, 지방정치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교육장으로 자율과 책임을 갖춘 시민사회를 형성해 나가는데 기여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행·재정서비스가 주민(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고객만족 행정추구가 보편화 되면서 서비스 질이 향상되었다. 이와 더불어 지역별 여건에 맞는 차별화된 행정서비스(예 : 치안, 복지 등)를 충족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하게 되었고, 해당 지역사회에 적합한 특화산업을 육성하여 지역발전의 신성장동력으로 하여 지역경제활성화를 통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직선된 자치단체장과 의회의원은 주민들에게 ‘표’라는 무기로 전시행정 내지 인기행정의 유혹에 매몰되는 등 여러 부정적인 평가에 직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분권이라는 국정운영체계에 힘입어 국가의 주요정책이 민생의 주체인 주민들에게 가장 근접한 곳에서 그 지역의 여건에 맞게 정책의 과실을 실효성있게 체감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학습효과를 토대로 이제 새 시대의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을 견인해 내는 내치(內治)로서의 자치분권의 이정표를 바로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국가의 성격(국가형태)을 규정하고 그 안에서 지방자치분권의 기본이념 및 방향을 국가체제와의 관계 속에(국정운영 : 국가-지방관계) 큰 틀 안에서 제시해 주고, 그에 따른 하위 목표 및 원칙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자치분권의 논리가 국가의 단일성 체계 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것이라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논리가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정치․행정체제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즉, 한편으로는 국가중심의 논리에서 지방행정을 수행하려는 고리가 있어야 할 것이고(분산행정·행정적 분권), 한편으로는 지방자치단체중심의 논리에서 해당지역의 사무를 자율과 책임 하에 지방행정을 수행하려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분권행정·자치적 분권).
요컨대, 지방자치분권이라 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만을 강조하는 지방자치단체(지방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자치분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과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정치․행정적 통합적 자치분권을 이루어내야 한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정치적 측면에서는 지방의원과 국회의원이 함께 국가의 문제와 지방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정치적 장(하원)을 마련해야 하고, 행정적 측면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국정참여방안(제2국무회의)이 모색되어야 한다.
셋째, 자율행정 강화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분권의 성공적 열쇠는 어떻게 하면 자치단체의 자유스러운 행정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율(자치)행정을 근간으로 하여 분권과 참여, 책임의 논리가 적용되는 법규범으로서 헌법 및 지방자치법을 제·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의 지방자치분권은 국가의 정책이 지방에서 수용되지 못하고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되어 갈등을 양산해내는 측면이 많았다.
이는 그동안의 지방자치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과 책임이라는 논리에서만 접근되었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차원에서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보장이라는 지방분권목표가 설정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세부과제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이에 상응하는 행정역량 및 책임성을 강화하는 자치분권이어야 한다.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을 추진하고, 국세와 지방세의 합리적 조정과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해 재정자립도를 제고하며, 자치입법권 확대 및 지방인사의 공정성과 개방성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자치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신장시켜주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게 자치권을 확대해 주어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게 행했던 강력한 중앙통제게임을 바꿔주어야 한다. 새로운 자치분권시대의 통제방식으로 권력적·사전적 통제의 폐지와 행정법원에 의한 적법성의 통제, 감사원(지역감사원)에 의한 예산·회계의 적법성 통제를 논의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자치분권사회에 맞는 성숙한 주민의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 매번 자기이익에 반하면 비판과 저항만하는 고객지향적인 주민에서 국가와 자기 자치단체의 공익을 생각할 수 있는 성숙한 가치지향적인 새로운 주민으로서의 변화를 이끌어 내주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자치분권제도를 법과 함께 내놓는다 하더라도 공익적·공동체적 사고에 가치지향화된 공동생산자(co-producer)로서의 주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두 허상이 되고 만다. 따라서 새로운 주민의 창출을 모색해야 하는 바, 시민교육을 어떻게 정립하여(시민주도, 정부지원)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