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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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자치 현장경험으로 본 자치분권위원회 역할과 책임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8.06.01
조회수
3,291
김윤식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시흥시장)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중앙집권 체제하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 세계를 놀라게 하는 저력을 발휘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중앙집권적인 현 체제의 한계로 인하여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저출산 ‧ 고령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 불균형 등 여러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선진국 대열에 안착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은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꽃피우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자치분권이다. 


  주민자치를 기반으로 지방정부가 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자기 책임 하에 집행하는 ‘자치’와 중앙과 지방, 지방 상호간의 권한과 역할을 분담하는 ‘분권’을 바탕으로 자율과 창의의 근본적인 혁신을 꾀해야만 한다.


  지난 9년여 간의 시흥시장 재임기간 동안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참여와 협치를 바탕으로 주민이 주인되는 주민자치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여 자치분권의 싹을 틔우고자 힘써왔다. 


  시흥시는 전국 최초로 주민자치국을 신설하는 등 시민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무엇보다 주민의 자치력을 키우는 것이 곧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생명, 참여, 분권을 시정철학의 중심으로 삼고 지난 9년간의 시정을 펼쳐왔다.  


  그동안 시흥 주민을 주인되게 하기 위해 시흥형 주민자치회의 전면 도입, 주민 및 공동체 중심의 주민참여예산제,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 등 다양한 주민참여와 자치경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해 왔으며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 등 시민과 함께 하는 지방정부 나름의 의미 있는 실험들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그 과정에서 시흥시가 달라지고 시민이 달라지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치분권을 자각하고 행동하는 시민이 증가하는 등 시민들에게 권한이 주어지면서 서비스의 대상자였던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주인으로 나서게 됨으로써 공동체가 활성화 되고 주민자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시민들이 주도하는 ‘동네관리소’ 운영, 다다커뮤니티센터 운영, 도서관 ‘희망씨’가 그 대표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주민세 인상분 전액을 주민참여예산제로 추가 편성하였는데 이러한 시도는 주민참여예산이야말로 지방정부가 가진 권한을 주민에게 돌려주어 주민이 시의 정책 수립과 집행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흥아카데미의 경우 2천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는데 시민, 공무원, 전문가가 함께 학습하고 정책 기획 및 제안,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학습을 통한 주민자치역량 강화로 주민을 주인되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시흥시 주민들의 자치역량은 크게 성장하였다. 지방은 준비가 안됐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시흥시의 주민들은 다양한 자치경험을 통해 이미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갈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분권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시민은 얼마나 분권을 하고 있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시민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면 시민도 주인으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시민 참여’가 아니라 ‘시민 주도’가 되어야 한다.


  지난 6기 민선자치 경험을 되돌아보면 지방정부 입장에서 볼 때,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 간섭과 통제에 따른 갈등 심화와 개헌무산으로 인해 분권추진이 가로막히고 정체된 반면, 주민과의 관계에서는 중앙정부의 통제 속에서도 시민소통을 통한 주민주권을 확장시켜 나가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은 여전히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울 만큼 권한의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풀뿌리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주민자치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중앙집권적 체제로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31년이 지난 낡은 국가운영체제를 바꾸고 대한민국의 기틀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치분권 개헌’이 반드시 실현되어야만 한다. 개헌 논의를 회피하면 자치분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헌 논의과정에서도 보았고, 역대 위원회 활동내용과 성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위원회가 자치분권을 단지 국정과제의 하나로 본다면 어렵게 살린 자치분권의 불씨가 유야무야 될 수 있다. 자치분권은 국가를 낡은 체제로부터 환골탈태하는 국가개조의 문제라는 절박한 인식을 가지고 치열하고 비상한 각오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소속 위원회로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논쟁적 이슈에 대해서 보다 공격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 논쟁을 두려워해서는 역대 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혁신적인 분권은 추진할 수 없다. 본인 또한 소모적 논쟁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치거나 관념적으로 과격한 논쟁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번 자치분권위원회는 역대 위원회에서 논의되었던 내용 중 가장 전향적으로 자치분권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주요 자치분권 이슈에 대해 치열한 논쟁 과정을 거쳐 국가개조 차원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수립한 후에, 더 나아가 종합계획이 부처의 실행계획에 얼마나 잘 반영되고,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 점검과 평가 또한 필요하다. 


  계획 수립과 이행은 또 다른 문제이다. 자치분권위원회가 계획수립부터 이행점검까지 꼼꼼하게 챙기면서, 한편으로는 학계, 시민사회와 폭넓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개헌의 동력을 모아내는 거점역할과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는 국민소통의 플랫폼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역대 위원회 활동을 살펴보면 ‘구의회 폐지’ 주장과 같이 지방자치 일선에서 볼 때 오히려 자치분권에 퇴행하는 정책을 주장하기도 하고, 계획만 수립하고 이행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등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운영의 핵심 철학으로 자치분권을 내세우고 있고, 국민들의 기대 또한 큰 만큼 자치분권위원회에 주어진 사명과 역할을 전향적으로 수행해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