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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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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와 일상적 민주주의의 사회적 효과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8.07.20
조회수
6,436
장수찬
목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주민자치 전문위원회 위원)

  주민자치는 기본적으로 특정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스스로를 통치하는 정치적 지배단위 (political jurisdiction)를 말한다. 


  정치적 지배단위 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권위(authority)를 생산해야 되고, 자신들의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권한(political power)이 주어져야 한다. 엄격히 말해서 언급한 두 가지 요건을 갖추지 않는 주민자치단위는 자치정부(municipality)라고 말할 수 없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에 따르면, 주민자치는 지역주민들의 공적사안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킨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주권과 자유를 사용하는데 익숙하도록 만든다. 적극적 시민참여는 효과적인 정부를 낳을 뿐만 아니라 주권자들의 시민적 의무를 확장시켜 사회적 통합을 낳는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존정부가 시도해온 주민자치 활성화 방안들은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건(주민대표의 선출, 중요자원 배분권한)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시민참여-정치참여-정치효능감-사회적 통합의 효과는 지극히 한정적으로 발생했다. 


  주민자치위원회나 마을회(통)의 기능을 행정의 보조적 기능, 지역 문화적 공동체 활성화, 혹은 지역복지 보조적 기능 등에 국한 시켜 운영하여 왔다. 다시 말해서 현재의 주민자치 활성화 방안들은 지역단위에서 정치를 배제하고 있다. 


  정치는 ‘가치(자원)를 권위를 가지고 배분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지역에서 권위(authority)를 생산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선거과정이 있어야 하고, 주민대표성을 확실히 갖는 대표자들(representatives)에게 중대한 자원(가치)을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지역정치 없이 주민들의 민주주의 훈련은 발생하지 않는다. 


  근린자치의 부재는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정치적 책임성을 회피하게 만든다. 현재 한국 ‘주민들의 참여역량’(한국 5.2/10, 스웨덴 7.9/10), ‘공공정책결정과정에서의 영향력’(한국 4/10, 스웨덴 9/10), ‘정책결정권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준’(한국 5.7/10, 스웨덴 8.4/10) 등은 일상적 민주주의의 잘 발전된 스웨덴, 노르웨이 등과 비교하여 대단히 낮은 편이다. 


  주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낮은 사회에서 주권자들은 정치적 소외를 크게 느낀다. 소외된 주권자들은 정부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다. 단지 정치로부터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뿐이다. 


  아래 표에서 쉽게 읽을 수 있듯이, 일상적 민주주의가 잘 발전된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비용을 많이 지불하고도 국가부채가 대단히 적은 편이다. 이것은 주권자들이 정부와 함께 정치적 책임을 공유하고 기꺼이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중추수주의 정치가 지배하는 지중해연안 국가들은 복지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부채가 북유럽 국가들 보다 훨씬 많다. 북유럽과 지중해 연안 국가들 간에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이들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민주주의의 질(일상적 민주주의)에 있다.


국가유형 국가 민주주의 질
(10 scale)
납세의무감
(10 scale)
복지비용(%) 국가부채(%)
순순환 유형
(virtuous circle)
스웨덴 9.38 9.04 37.9 38.6
핀란드 9.37 8.83 32.3 53.5
노르웨이 9.43 8.26 33.2 30.3
순환 유형 독일 8.76 6.73 33.2 81.7
영국 7.66 6.21 25.9 88.7
프랑스 7.32 5.31 34.9 89.9
악순환 유형
(vicious circle)
포르투갈 7.54 7.93 25.5 123.6
스페인 7.24 5.15 25.3 85.3
이탈리아 6.26 2.17 28.6 126.1
그리스 6.26 2.48 28.4 161.3
미래 유형? 한국 5.47 4.48 11% 33.7

  한국은 과감한 기초자치정부 도입을 통하여 지역주민의 자치역량을 확충하는 전략을 긴급히 사용하여야 한다. 한국사회의 최대 현안 과제는 ‘선진 민주주의 시민사회 따라잡기(catch-up civil society)’이다. 


  자치역량을 확보해야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사회구성원들이 협력해서 풀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필자는 이미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구성하는 기초자원들(교육수준, 정치적 정보, 미디어 활용능력 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기초자치정부제도가 도입되어 지역이 하나의 통치단위(governance jurisdiction)가 될 때 지역주민들의 지역공동체 의식이 발전할 뿐 만 아니라 실질적 시민참여와 정치참여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