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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도 20년이 넘었지만 수도권 집중현상, 국가권력의 집중 문제는 여전하다. 지방자치는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고르게 향상시키고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이념이다.
지방자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는 전국의 모든 국민들이 고르게 잘 살고, 이와 같은 역량이 모여 국가를 부국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늦은 감은 있지만, 지방자치를 통한 국가발전을 꾀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특히 현 정부 들어서 혁신적인 자치와 분권을 추진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삼고 강도 높은 분권을 추진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하고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한다.
과거 정부에서부터도 대통령 소속으로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설치하여 중앙행정부의 권한 가운데 지방으로 이양할 사무를 발굴ㆍ심의하여 이양 여부를 결정하는 일을 추진해 왔다.
이 작업은 중앙과 지방의 수많은 공무원들, 지방자치와 관련된 많은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지난하고 오랜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서 이양 결정을 하고 이양을 촉구해서 대략 2천 건 정도가 개별적인 법률개정을 통하여 이양되었지만, 여전히 약 1천 건 정도의 이양결정이 오래 전부터 미이양 상태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동안 이와 같은 미이양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를 일괄하여 지방으로 이양하는 법제정을 추진한 적도 있었다. 이 (가칭) 지방이양일괄법은 위원회의 이양결정과 이양촉구에도 불구하고 오랜 동안 미이양상태로 있는 사무들을 하나의 법률의 통하여 일괄적으로 개정하는 법률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법률이 없었지만, 일본이나 프랑스에는 이미 이러한 입법례가 존재하고 독일의 경우도 필요에 따라 수시로 ‘법률개정법률’을 통해서 일괄적으로 여러 개의 법률을 한꺼번에 개정하기도 한다. 이 법률은 여러 개의 법률을 개별적으로 개정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한 입법기법이다.
그러나 과거 국회에서는 이와 같은 일괄법을 심의할 소관위원회가 없다는 이유로 일괄법안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차원에서는 혹여라도 국회의 입장이 바뀌어 법안을 제출하라고 할 때를 대비하여 거의 해마다 일괄법안의 현행화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이 작업도, 법률이 개정되거나 국회에서 논의하다가 폐기되거나 기타 중대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등을 해마다 가려내서 일괄법안에 반영하여야 하는, 결코 수월한 작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국회가 주장하는 ‘소관주의 위배’라는 덫으로 필자를 비롯하여 이 작업에 꾸준히 참여해 온 전문가들의 노력은 매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1천 여개의 사무는 위에서 언급한 사유로 약 800개 정도로 줄었는데, 현 정부에 들어와 정부의 분권추진의지에 힘입어 올해 5월 국회에서 운영위원회에서 일괄법안을 받아주기로 합의하면서 일관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실무작업팀을 꾸려 일괄법안의 국회제출을 위한 최종작업을 하고자 수차례에 걸쳐 중앙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노력하였고, 지방자치단체에게도 의견수렴결과와 일괄법안의 제정경위를 알리고 의견을 듣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도 매우 힘든 일은 이미 이양결정된 사무에 대해서 중앙부처에서 이양반대의견을 제출하는 경우였다. 위원회 차원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법률개정, 국회심의 후 폐기 기타 이에 준하는 중대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여러 차례의 심의과정을 거쳐 일괄법안에서 제외하게 되었고, 이로써 최종적으로 약 4백 여개의 사무로 일괄법안의 작성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일괄법안에 대해서는 찬반의 여러 의견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힘든 우여곡절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고, 또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를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앞으로 기능 중심으로 사무를 발굴하여 이양심의에 박차를 가하고, 만약 이양결정 이후에 많은 사무들을 한꺼번에 이양할 필요가 생기면 이를 모아서 또 다시 일괄적으로 이양하는 노력과 이양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는 어느 누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을 위한 것이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그래서 더더욱이 이번 지방이양일괄법안의 성공을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