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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현
남서울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이제는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성장의 격랑에 휘말리지 않고 그 파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기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 전반을 다듬어 새로운 생존 틀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과 지방재정 모두 저성장 시대에 부합하는 현실 수용성을 갖춘 운영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지방재정을 둘러싼 여건이 이전과 비교하여 크게 달라졌다. 저성장 시대의 도래에 따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이전재원에 의존하여 지방재정을 이끄는 전통적 지방재정 운영 시스템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한편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비 급증, 주민의 안전욕구 증대, 인구의 급속한 저감, 환경문제의 심화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지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달라진 사회경제 상황에 실효성 있게 대처할 수 있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재정기반을 구축하여 대응하는 기틀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7년 당초예산 기준으로 53.7%에 불과하다. 낮은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에 해당한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최대 현안과제는 여하히 그 취약성을 개선할 수 있느냐로 집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사회경제 환경변화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지방재정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재정분권 개혁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첫째, 지방재정 시스템의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한정된 방식보다는 관련 분야를 포괄해야 한다. 특정 분야에 한정된 지방재정 운용방식 개선은 해당 분야를 정비하는 성과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지방재정 전반을 점검하여 변화된 여건에 부합하는 지방재정 운용 틀의 구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방재정 시스템의 개혁은 그 영역을 지방세입, 지방세출, 지방재정관리 등으로 구분하여 각 분야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의 취지와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지방세입의 근간은 지역이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자체재원으로 삼아야 하며,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지방교부세 등 이전재원의 몫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지방세입의 확충은 지방재정의 중앙의존성을 낮춤으로써 세입과 세출의 괴리를 줄이는 한편,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여 그 성과의 향상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특별행정기관 정비, 자치경찰제 도입, 사무구분체계 개선 등을 통해 중앙정부의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될 때 발생하는 소요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중장기적 차원의 대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세를 비롯한 자체재원의 확충과 동시에 이전재원인 지방교부세를 현재보다 늘리는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과 관계없이 동일한 재정시스템을 통일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고수해오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 등 재정여건이 양호한 지역은 지방세 강화를 통해 필요한 만큼의 세입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인다. 반면 재정여건이 취약한 지역은 이전재원의 뒷받침 없이 자체재원을 강화하여 필요한 만큼의 세입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 지역으로 하여금 자구노력을 통해 자체재원을 늘려 소요 세입을 확보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지역의 실상과 괴리된 대안 제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재정시스템을 구분하여 시행하는 맞춤형 재정분권(차등적 또는 이원적 재정분권)의 추진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재정여건이 양호한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재원 중심으로 세입을 구성함으로써 재정운용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여 재정성과의 향상을 이끌도록 유인하고, 재정력 취약 지방자치단체는 현행처럼 지방세입의 큰 몫을 이전재원으로 지원하되 중장기적으로 자체재원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넷째, 지방세를 확충함에 있어 지역 간 세수 격차 문제는 그런 조치의 시행을 장애하는 주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력 격차 완화 장치의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장치를 강구함에 있어 중앙의 개입과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들 간에 재정력 격차를 조정하는 방안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지방소비세의 인상에 따라 늘어나는 세수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가중치를 조정하거나 지역상생발전기금의 역할을 합리화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방소득세 확충을 추진하는 경우 증대된 세수의 일부를 관련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공동세로 하여 그 재원을 배분함으로써 지역의 재정력 격차 완화를 도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다섯째, 그간 지방재정세제 운용은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후속조치로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방식을 따랐기 때문에 미래를 전망하고 그에 대처하는 개편을 실현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향후 지방재정세제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선제적 맞춤형 기획기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관련 부문의 의견을 충실하게 수렴하는 등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