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정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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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 우수 사례 소개 -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

담당기관
자치분권위원회
게시일
2018.11.23
조회수
1,751

농촌마을 주민과 전문가들과의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

노계향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전문위원



행복 농어촌을 바라는 사람들과 주민들이 만나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마을로 일 나가는 걸 보고 결심했습니다. 마을 안에서 먹고사는 일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겠다. 오늘이 그 시작의 자리입니다” 동해시 삼화동 신흥마을 김영삼 통장의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신흥마을에 대한 소개, 10여 년 전 시작된 농촌개발지원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갈등과 분쟁에 휩싸인 마을, 갈등을 해결하고 다시 한마음으로 마을을 재건해보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열심히 분석한 마을의 장점과 주변 환경 등 마을이 가진 자원과 비전에 대해...


  김영삼 통장의 발표가 끝난 뒤,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의 강원연구원 김주원 박사의 마을진단이 이어집니다. 지난 보름간 진행한 마을주민 대상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마을의 현실을 진단합니다. 마을에서의 행복도, 만족도, 공동체의식 등등.. 이 진단은 마을이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고 함께 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기본이 됩니다.



  평소라면 불이 꺼져있어야 할 저녁시간의 마을회관이 이 날은 마을주민들과 외부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빔프로젝트. 화면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한쪽으로 치우친 벽면에 화면을 쏘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곳에 모인 모두는 오로지 신흥마을의 현재와 미래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마을주민들이 제시한 마을의 자원들을 어떻게 연결하여 활용할지에 대한 전문가 컨설팅이 계속됩니다.

  주변의 관광자원을 마을주민들의 뛰어난 음식솜씨와 연계한 음식스토리텔링, 다른 농촌체험마을과 차별성을 갖는 상품개발 등 신흥마을에 대해 마을주민들만큼이나 많은 고민을 한 전문가들과 함께 새벽까지 논의는 이어집니다. 

  다음 날은 신흥마을 주변에 조성중인 소금길과 농촌체험 활동 현장을 둘러보고 다시 종합토론을 시작합니다. 백두대간 동해소금길* 개발을 기회로  마을 주생산물인 백봉령 산채와 동해소금을 연계한 신흥마을만의 브랜드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기억하여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명칭으로 '동해 소금길마을'로 바꾸어보자는 마을이름에 대한 제안도 있었습니다. 

* 백두대간 동해소금길 : 과거 동해시 북변장터에서 산 소금을 정선, 임계장터 등 영서지역으로 나르기 위해 지났던 산길로, 동해시가 관광명소화 하기 위해 ‘백두대간 동해소금길’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이 마을에서만 만드는 '감자잼떡'의 상품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불편함을 청정지역이란 장점으로 오히려 부각시키면서 마을 자체를 힐링치유공간으로 특성화하는 방안도 제기되었습니다.


  1박2일간 진행되는 농촌상생농도상생포럼(이하 포럼)의 현장 모습입니다. 마을주민들은 마을의 실상과 자원에 대해서 가장 잘 알지만 이들을 어찌 연결하여 마을을 살리는 토대로 써야 할지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서는 최고이지만 실질적으로 각 마을에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마을에 연결하여 그 마을만의 유일한 방법,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특화된 마을로 재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포럼의 역할입니다.

지식재능 나눔을 실천하는 농촌전문가들의 연대,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

  포럼이 만들어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2000년 초부터 침체된 농어촌마을을 살리기 위해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사업들이 무수히 진행되었으나, 단위마을의 특성, 주민역량 등 기본적인 마을에 대한 이해도 없이 예산만 투입되어 오히려 비슷비슷한 농촌체험마을, 정보화마을만 양산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사업으로 인해 평화로운 마을이 갈라지고 소송으로 얼룩지는 사례도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사람들이 농어촌마을을 돕고자 자발적으로 연대하여 만든 조직이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입니다.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은 강원지역 전문가들이 거버넌스를 구축해 2006년 창립하여 강원 농어촌이 자생력을 갖춘 마을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식재능 나눔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포럼은 3대축으로 구성됩니다. 전문가(포럼회원), 포럼대상마을(마을회원), 마을네트워크(주민과 주민, 주민과 전문가, 마을과 마을 연계 네트워크). 연초에 강원도 및 각 시군과 협력하여 마을의 신청을 받아 포럼대상마을을 선정합니다. 마을사업을 처음 시작해서 어찌할 바를 잘 모르는 마을과 마을사업을 계속 진행해왔지만 벽에 부딪힌 마을들이 주로  그 대상지역이 됩니다. 2015년부터는 기존에 찾았던 발전방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마을도 대상지역으로 선정했습니다. 

  고령화되고 낙후된 농촌마을, 더 이상 젊은이들이 오지 않아 소멸이 눈에 보이는 마을, 단순히 농사짓는 걸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 마을. 이 모든 마을들이 포럼의 대상지역입니다. 마을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스스로 해결책을 찾지 못한 부분에 대해 포럼이 그 해결책을 함께 찾아갑니다.

  마을마다 특성이 있으므로 연계되는 전문가들은 계속 달라집니다. 휴양마을이 가능한 곳은 숙박, 음식, 체험프로그램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길을 알려줍니다. 그 마을만의 특이상품 개발이 가능한 곳은 상품개발을 위한  전문가가 연계됩니다. 홍보, 포장 디자인, 마케팅 등등..


  포럼을 진행한 마을은 포럼과 지속적인 연결을 가지며 다른 마을이 포럼을 진행할 때 함께 참여를 합니다. 다른 마을 사례 견학을 통해 마을 리더와 주민들의 역량이 강화되는 동시에  자연스레 정보와 자료,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마을간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기회가 됩니다.

  포럼의 활동이 십년 넘게 지속되면서 포럼회원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 대학교수, 연구기관의 연구원, 유관기관 직원, 개인사업자, 선도마을 리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럼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강의료는커녕 여비도 줄 수 없는 환경임에도 강의를 요청하면 마다않고 달려오는 회원들. 이 회원들의 컨설팅은 주민들에게는 단비와 같습니다. 주민들은 포럼회원들의 제안을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한다고 합니다. 절실한 곳일수록 더욱 그러한데요. 그래서 포럼회원들은 더욱 큰 책임감과 부담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그 마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하룻밤의 마력, 주민 속으로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초대한 강사가 마을의 현실과 맞지 않는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주민들과의 교류가 일회성에 그쳐 실질적으로 마을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전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내용을 분석해 지역자원현황은 물론 주민역량 및 의식을 파악합니다.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여 주민교육, 주제 선정, 테마개발, 컨설팅, 지역개발 사업 선정으로 마을별 맞춤형 포럼을 진행합니다. 



  주민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포럼회원들은 하룻밤을 주민들과 지새웁니다. 
“처음엔 당일치기로 진행을 했는데 주민들이 우리를 손님으로 여기더라구요. 깊이 있게 마을의 이야기, 뿌리 깊은 갈등의 문제까지 꺼내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안되겠다 싶어 포럼회원들이 하룻밤을 새며 새벽 두세 시까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막걸리도 한 잔하며 얘기를 나누다보니 마음이 열리고 진짜 이야기들이 나오더군요” 

  총무를 맡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부의 김기업 부장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입니다.



  그 후, 포럼은 1박2일로 진행을 합니다. 말이 1박2일이지 거의 무박2일의 강행군이 됩니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다보면 그대로 날이 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음 날 오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발표했던 마을의 대표적인 경관, 역사 문화유산, 시골마을이 주는 정취 등 농촌어메니티 자원을 돌아보고 이어서 마을발전방안에 대한 종합토론을 합니다.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의 토론은 강의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전날의 토론과는 질적으로 달라집니다. 모든 마을의 문제를 다 내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결실을 맺어가는 마을, 농도상생의 꿈을 그리다

  지난 십여 년의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부터 포럼의 마을회원이 된 인제군 남면의 햇살마을은 마을의 갈등원인이었던 장묘센터를 오히려 마을의 재원으로 활용하며 다양한 체험활동 및 상품개발 등을 통해 연인원 1,500여명을 고용하고 17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마을로 변모했습니다. 

 

  홍천군 명개리의 열목어마을은 포럼을 통해 2009년 마을의 중장기계획을 수립하면서 열목어서식지라는 장점과 약용작물을 연계한 수제꽃차, 약선음식, 테라피도시락, 산림치유 등의 상품개발로 산속의 낙후된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벗었습니다. 그 결과, 열목어마을은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제5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강원도 대표로 출전하여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지역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빈곤에서 탈피하며 자신감을 찾아가는 마을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포럼 자체에도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2017년까지 142회의 포럼을 개최하여 521건의 주제발표를 하면서 주민과 포럼회원 등 8,492명이 마을발전에 대해 논의하며 활동한 결과, 제1회 2017 한국생활자치대상 시상식에서 지역활동가부문의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주어 포럼을 모델로 한 ‘함께하는 우리 농어촌운동, 농촌현장포럼’ 및 ‘농촌재능기부사업’을 2012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속과 자립이 가능한 마을을 위하여

  포럼은 농촌마을의 활성화를 위해 물고기를 주는 곳은 아닙니다.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 즉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며 더 나아가 물고기를 잡겠다는 마음을 심어줌으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주민 스스로 발전방향을 찾도록 유도하면서 주민들이 발전방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하여 고민할 포인트를 짚어주는 형식(넛지,nudge)으로 도와주고 지원하는 방법을 취하여 주민들의 역량강화는 물론 자존감과 자긍심을 높이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강원일보 등 언론기관과 협력하여 포럼개최시마다 포럼마을을 보도하면서 마을 홍보까지 함께 해갑니다. 


  어느 개인이나 기관이 주도하는 모임이 아니라 다양한 기관과 다양한 전문가가 하나의 협치체가 되어 진행하는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 이 포럼의 모든 의사결정 기준은 ‘농촌마을의 행복과 발전’에 있습니다. 처음 9명의 포럼회원이 현재 160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만큼 마을 여건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포럼의 이러한 활동은 전국적인 마을단위 지역사업의 지원체계에 대해 생각할 부분을 던져줍니다. 전국적으로 지방소멸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마을은 다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을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마을의 불편한 요소들을 해결하며 마을이 가진 특성을 찾아 경제적 자립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 그래서 마을이 살아나고 마을의 다양성이 회복되고 지역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게 하는 것, 그 방안을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의 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