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주민자치회와 함께 하는 ‘슬기로운 소비생활’
노계향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전문위원
김포시 풍무동 행정복지센터 앞, 탑차량이 들어오자 상자를 내리고 내려진 상자를 정리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된장찌개 꾸러미 배부처’가 빠르게 만들어졌다.
풍무동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된장찌개 꾸러미를 신청한 사람들의 명단을 확인한 후, 꾸러미 상자에 쓰여진 수령자 이름이 잘 보이게 상자를 배열해 놓았다. 잠시 후, 꾸러미를 찾으러 온 주민들에게 교환권을 확인하고 꾸러미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2020년 4월3일 오후 2시경부터 김포시 각 행정복지센터마다 같은 풍경이 연출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각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 급식으로 공급하여 우리 아이들을 먹이려고 준비했던 친환경농산물과 기타 식재료가 갈 곳을 잃었다. 농산물의 특성상 소비가 되지 않으면 폐기될 수밖에 없어 생산자, 제조자들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이에 김포시와 14개 읍면동 주민자치회, 학교급식지원센터, 김포교육지원청 등이 힘을 모았다.
아이디어는 김포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위원회와 학교급식 모니터링단에서 나왔다. 김포시민들에게 판매 가능한 꾸러미를 만들자고. 컨셉은 된장찌개, 된장찌개에 필요한 농산물과 식재료를 중심으로 일반 가정에서 소비가 많은 계란, 코로나 19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새싹인삼, 쌈채소 등이 추가되었다. 판매는 카카오톡채널을 활용하기로 하였고, 결제는 김포페이로만 가능하게 하였다.
‘농브랜드’라는 이름의 카카오톡채널이 만들어졌고 구매를 원하는 시민은 농브랜드와 카카오톡 친구를 맺은 후, QR코드를 전송받아 김포페이로 결제를 하면 된다. 수령을 원하는 행정복지센터명과 수령가능시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면 교환권이 날라온다.
시스템을 만들고나니 꾸러미 만들기, 배송, 배부 등 적지않은 과제가 주어졌다. 학교급식모니터링단이 주축이 되어 꾸러미를 포장하는 작업이 진행되었고, 지역의 급식업체가 탑차를 이용한 배송을 도왔다. 제품촬영과 홍보영상은 마을공동체 ‘청년수작’이 제작하였으며,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고 생산자와 조율하고 꾸러미 신청을 받는 작업은 지역내 생산자들로 이루어진 엘리트농부에서 진행하였다. 홍보는 김포시 홈페이지와 SNS 등을 활용하여 온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꾸러미 수령장소 제공과 배부는 각 읍면동 주민자치회가 담당하였다.
판매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꾸러미 전체가 완판되었다.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시민들은 지역 내 좀 더 다양한 방안으로 홍보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다. 지나가다가 신청 안했는데 혹시 살 수 있냐고 물어 오시는 시민분도 계셨고, 추후에 2탄, 3탄도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기도 하였다.
학교 급식 중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친환경 급식용 농산물 재배농가를 돕기 위해 마련된 농산물 꾸러미 판촉행사는 이미 경기도에서 진행된 사례가 있지만, 김포시의 경우는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급식지원센터 운영위원회와 엄마들로 구성된 학교급식 모니터링단이 주축이 되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주민자치회, 자원봉사단, 마을공동체 등이 결합되어 시민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김포시 주민자치회는 지난 1월30일 발족식 및 임명식을 가지고 출범하였다. 14개 읍면동의 주민자치회가 구성되었는데 대다수의 지역이 추첨으로 위원을 선정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예정되었던 교육, 활동 등이 취소되었지만 주민자치회 위원들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특히 돋보이는 활동은 방역이다. 김포시에서는 소독용품을 지원하고 주민자치회에서는 주로 상가 방역작업에 참여했다. 주요 시설들은 김포시에서 자체방역을 실시하지만 지역 내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은 상가지역의 경우 소독약품 구입 및 방역 인건비 등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주민자치회가 자신이 속한 지역의 상가 방역을 담당하면서 상인들과 상가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안전한 상황을 제공하였다. 김포시 주민협치담당관실은 읍면동으로 소독약품 및 방역복, 기타 방역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주민자치회 위원들은 이를 활용, 상가 방역작업을 실시하면서 민관협력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된장찌개 꾸러미 프로젝트에 읍면동 주민자치회가 함께 한 것은 주민자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자치단체 혹은 관련 기관이 시민 대상의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읍면동의 주민자치회를 그 파트너로 인정하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를 주민의 대표조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그 대표성을 무엇으로 가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김포시의 사례는 선출과정의 대표성이외에 활동을 통한 대표성에 방점을 두게 한다. 실제 주민대표로서 공동체 활동을 통해 주민들로부터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내는 규범적 정당성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뽑히지 않는 절차적 정당성의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에 큰 불안과 위험을 안겨주었지만,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상생’과 ‘공감’의 감수성을 회복해가고 있다. 사소한 듯 보이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공적마스크 양보 캠페인을 비롯하여 의료진을 향한 응원, 감염이 많은 지역에 보내는 도시락 등등이 그러하다.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방역에 나서고 어려운 농가를 돕는 작업에 적극 나서는 주민자치회 위원들의 모습을 보며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떠오른다. 모두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우리 사회, 그 사회의 중심에 주민자치회가 있기를 바라며 김포시의 사례를 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