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윌튼 그레고리’ 워싱턴DC 대주교와 면담을 가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제가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고,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가톨릭 신자인 한국 대통령이다. 추기경님을 직접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인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가톨릭 교회는 인권, 복지, 남북통일 등의 분야에서 큰 정신적 영향을 주는 지도력을 보이고 있다”며 “신부님들께서 이번 방미 때 그레고리 추기경님을 꼭 뵈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그레고리 추기경은 “한국의 가톨릭 교회가 사회정의 구현과 가난한 사람을 돕고,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그레고리 추기경의 인종 간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잇따르는 증오범죄와 인종 갈등 범죄에 한국민도 함께 슬퍼했다”며 “증오방지법이 의회를 통과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이 어려운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고, 갈등도 어려운 사람 사이에서 많이 생긴다”며 그레고리 추기경이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고 1주기가 화합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끔찍한 폭력이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저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님을 뵈었는데, 한반도 통일을 축원하는 특별미사를 봉헌해 주시는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다”며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워싱턴과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5만 명의 교민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15년간 애틀랜타 대주교로 활동했는데, 한국인들의 친절과 배려, 화합에 대한 열망을 잘 안다. 한국 사람들은 존중과 사랑을 받으면 보답하는 정신이 있다. 늘 함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면담이 끝나고 ‘손수레 십자가’를 선물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수십 년 전 동대문시장에서 노동자들이 끌고 다니며 일하던 나무 손수레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용만 前 대한상의 회장이 십자가로 만들었다”며 “노동자의 땀이 밴 신성한 상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그레고리 추기경은 성스러운 상징이라며 십자가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끝으로 그레고리 추기경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민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축복 기도를 했습니다.
2021년 5월 22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정만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