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태어날 때부터 소통의 언어였습니다. 세종대왕은 쉽게 익혀 서로의 뜻을 잘 전달하자고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한글은 세계 곳곳에서 배우고, 한국을 이해하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575돌 한글날을 맞아, 밤늦게 등잔불을 밝혔던 집현전 학자들과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켜낸 선각자들을 기려봅니다.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했습니다. 한류의 세계적 인기와 함께 한글이 사랑받고 우리의 소프트파워도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18개 나라가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고, 이 중 8개 나라의 대학입학시험 과목입니다. 초·중고 한국어반을 개설하고 있는 나라가 39개국에 이르고, 16개 나라는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했습니다. 각 나라의 대학에서 이뤄지는 950개 한국학 강좌를 통해 한국어를 하는 우리의 외국 친구들이 점점 많아질 것입니다.
현재 82개 나라 234개 세종학당에서 외국인과 재외동포들이 한글과 우리 문화를 익히고 있습니다. 오늘 한글날 역시 세계 27개 나라 32개 한국문화원에서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 최신판에 한류(hallyu), 대박(daebak), 오빠(oppa), 언니(unni) 같은 우리 단어가 새로 실린 것도 매우 뿌듯한 일입니다.
한글에는 진심을 전하고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덕분입니다’ 같은 우리말은 언제 들어도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지난 2005년부터 남북의 국어학자들이 함께 <겨레말큰사전>을 만들고 있으며, 지난 3월 가제본을 제작했습니다. 제가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전 세계에 보여주었듯이, 남북이 같은 말을 사용하고 말이 통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한글이 끝내 남북의 마음도 따뜻하게 묶어주리라 믿습니다. 누리를 잇는 한글날이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