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숙 여사, 이탈리아 한지 전문가 간담회 및 로마미술대학 학생들과 한지 특강 참여
-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등 한지로 완벽 복원"
- "천년 후에도 한지가 인류의 귀중한 자산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유럽을 순방 중인 김정숙 여사는 30일 오후(현지시각) 로마미술대학에서 이탈리아의 한지 관련 전문가 간담회와 안치용 장인(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이 진행하는 한지 제작 시연 및 실습 특강에 참석했습니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현지에서 높아지고 있는 한지의 위상 등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정숙 여사는 인사말을 통해 "한지에 담은 글들은 천년의 세월을 건너 오늘에 전해진다"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인 한국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300년 전에 인쇄된 한지 유산이다. 한지를 ‘천년지’라고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김정숙 여사는 "세계문화유산의 보고인 이탈리아에서는 문화재 복원에도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교황 요한 23세의 지구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같은 소중한 인류의 유산들이 한지를 이용하여 완벽하게 복원됐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숙 여사가 언급한 것처럼 최근 유럽에서는 소중한 문화재들이 우리의 한지를 이용해 완벽하게 복원되고 있습니다.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카르툴라)와 6세기 비잔틴 시대 로사노 복음서,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다 카르토나의 작품 등이 한지를 이용해 복원됐습니다.
또한, 루브르박물관 소장 문화재 '바이에른 막시앙 2세 책상' 복원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인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 바티칸박물관 소장 로마 카바콤베벽화 복제화 5점, '성 루카 아카데미'의 그림들 중 270번 그림 복원에도 우리의 한지가 쓰였습니다.
"한지의 미덕을 일찍이 알아보신 전문가 여러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한 김정숙 여사는 "천년 전부터 한국에서 만들어 온 한지가 천년 후에도 인류의 귀중한 자산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립로마미술대학 체칠리아 카소라티 학장, 리카르도 아요싸 국립로마미술대 종이연구실장, 키아라 포르나챠리 바티칸 박물관 종이복원실장, 루이지 쿠포네 국립로마산업미술대 교수 등과 안치용 장인이 참석해 문화유산 및 작품 복원, 미술과 산업디자인 등에서 한지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키아라 포르나챠리 바티칸박물관 종이복원실장은 "2015년부터 작품 복원을 위해 한지를 굉장히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섬유의 특성 때문에 한지는 복원에 매우 유용한 종이로 대체 불가능한 복원 도구로 1600년대의 지구본과 천구본 등의 작품들 복원에 한지를 계속 활용해 오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한국과의 교류가 잘 지속되어 한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리카르도 아요싸 로마미술대 종이연구실장은 "한지를 공부할수록, 연구할수록 한지의 오랜 역사에 대해 더욱 깨달을 수 있었고,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우리의 목표는 한지를 현대미술계에 도입하는 것이고, 학생들도 한지를 만드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김정숙 여사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한지의 특성은 한국인의 특성"이라며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한지를 지켜온 대한민국 한지 장인들의 노고를 이 자리에서 기억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한지를 전통의 방식대로 만들고 있는 한지장인을 한국에서 모셔왔다"며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 네 분 가운데 한 분"이라며 안치용 장인을 소개했습니다.
이어진 한지 제작 시연 및 실습 특강에는 김정숙 여사와 로마미술대생이 참여해 안치용 장인으로부터 한지를 뜨는 물질 기법 등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황토색 앞치마를 입고 한지 제작 시연에 참여한 김정숙 여사는 안치용 한지장이 "물질에도 박자가 있다"면서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이라고 구호를 외치자 박자에 맞춰 한지를 뜨는 물질을 학생들과 따라해 봤습니다.
이날 한지 손가방을 들고 참석한 김정숙 여사는 로마미술대 학생들에게 한지를 활용한 앞치마와 노트를 선물하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