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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와대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 모두발언

2022-01-12
 
새해를 맞아, 우리 종교 지도자님들을 청와대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님, 류영모 한교총 대표님, 이홍정 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님, 이용훈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님,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님, 손진우 성균관장님, 송범두 천도교 교령님, 이범창 민족종교협의회 회장님, 문덕 불교종단협의회 수석부회장님,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님을 새해 벽두에 우리가 이렇게 함께 뵙게 되어서 저도 복 받을 것 같습니다.

원행 스님께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으로 연임되셨습니다.
종교 간 화합과 교류를 이끄는 큰 역할을 다시 맡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7대 종단 지도자님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먼저 코로나 극복을 위해 오랜 기간 고통을 나누며 함께 노력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각 종단마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조치에 적극 협조하여 법회, 예배, 미사 같은 신앙 활동을 자제해 주셨고, 심지어 부처님 오신 날 경축법회와 연등회 같은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까지 방역을 위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같은 협조 덕분에 이번의 4차 유행에서는 종교시설 관련 감염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4차 유행이 점점 진정되어 가고 있지만, 코로나의 완전한 극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아주 큰 고비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설 연휴와 맞물리며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화할 그런 가능성입니다.
이웃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오미크론 변이는 위중증으로 악화되는 비율은 낮아도 일단 우세종이 되고 나면 확진자 수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정부와 종교계 간에 코로나 대응 실무협의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오미크론의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종교계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방역 당국과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접종 대상자가 3차 접종까지 빨리 마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의 4차 유행에서도 60대 이상 고령층의 3차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많이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50대 이하의 3차 접종률이 오미크론의 피해 정도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 해소에 종교계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백신접종 확대를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드리겠습니다.

우리 종교계가 기후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 운동에 앞장서 주시고, 또 국민의 마음을 모아 주시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모두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사실은 종교가 오랫동안 가르쳐 온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경제 성장에만 몰두하며 지구환경을 파괴해온 탓에 심각한 기후 위기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탄소중립의 목표 달성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과 기업의 노력이 하나로 결집되어야만 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과 참여일 것입니다.
종교지도자들께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시고, 탄소중립을 위한 생활 속 실천 운동을 격려하며 이끌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부도 국제 사회에 한 약속을 반드시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코로나를 맞으면서 우리나라가 오히려 국제적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경제력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방역·보건, 문화, 군사력, 외교, 국제 협력 등 모든 분야에서 G7 국가에 버금가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공인받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오기까지 종교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면서 또 한편으로는 나라를 근대화하고, 민주화하고, 남·북의 화해를 도모하고, 국민의 복지를 확대해 나가는 데 종교가 매우 큰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통령으로 한 가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국민들 사이의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연히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히려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습니다.
통합의 사회,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종교 지도자들께서 잘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가 한마음으로 서로 격려하며 위기를 넘는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되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께서 큰 역할을 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오늘 평소에 늘 생각해 오셨던 그런 문제점들과 함께 국민을 위한 여러 가지 지혜로운 말씀들을 청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추운 날 이렇게 귀한 걸음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