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7대 통신사의 제안으로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참여 통신사
연합뉴스(한국), AFP(프랑스), AP(미국), EFE(스페인), 교도통신(일본), 로이터(영국), 타스(러시아), 신화통신(중국)
역대 대통령 중 임기 말까지 가장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거나 평가할만한 업적,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이것만큼은 계승해서 발전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정책은 무엇인가. 반대로 가장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무엇인지 혹은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로서 북핵 위기, 일본의 수출규제, 세계 경제질서의 급변, 코로나 위기 등 숱한 위기를 헤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위기일 때 더 단합하는 국민들 덕분에 우리나라는 위기 극복의 모범국가가 되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며 선도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위기 극복에 전력을 다했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정부가 사심 없이 국정에 전념한 점을 국민들께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셨다고 생각하며, 감사하게 여긴다.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업적으로 평가받고 싶다. 대한민국은 경제, 국방, 외교, 문화, 보건의료 등 종합적으로 '세계 TOP10' 국가가 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승격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고, 지난해 3만 5천 달러를 넘어섰다. 신생 독립국으로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데 이어 혁신과 문화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되었고, 지난 7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로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게 되었다. 국민과 함께 이룬 놀라운 국가적 성취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적 전략과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한국판 뉴딜을 통해 디지털과 그린 대전환과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국가발전 전략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도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다. 둘째, 탄소중립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나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인류 공동체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일이며 국제 무역 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셋째,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평화를 제도화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에겐 평화가 곧 경제이다. 우리 경제의 규모를 대륙으로 확장하는 길이며, 청년에게 고구려의 웅장한 꿈을 갖게 하는 일이다.
임기 절반을 코로나 위기 속에 보내면서 많은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겪게 된 것이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책에 있어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 점이 가장 아픈 일이 되었다. 개별적인 사건으로서는 북미 간의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것이 참으로 아쉽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했다면,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임기 후반기 남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들어서면서 좀처럼 진전이 없었는데 그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가. '하노이 노딜'이 결정적 장면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핵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어떤 점에서 더 잘 접근했어야 한다고 보는가. |
'하노이 노딜'은 그때까지 좋은 흐름을 타고 있던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멈추게 하고, 장기간 교착국면을 초래하게 되어 두고두고 아쉽다.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형성된 적대와 대립의 관계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평화 질서를 구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사상 최초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 싱가포르 선언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빅딜'이 성사되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것이 어려웠다면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스몰딜'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대화의 계속'이 담보되었어야 했는데, '노딜'로 끝난 것이 매우 아쉽다. 그 경험을 교훈 삼으면서, 지금이라도 싱가포르 선언에 입각해서 서로 수용 가능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면 해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와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단계적이며 실용적 접근,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결 방향에 합의했다. 내가 종전선언 논의를 제안한 것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신뢰를 더욱 튼튼히 하며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서 내놓은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다시 대화와 협상에 나선다면 진전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북한은 최근 무력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의 관계가 5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얘기한다. 대통령도 본인의 정책이 실패라고 보는지, 아니면 이런 분석에 대해 어떻게 반론을 제기할 것인가. 반대로 대통령이 생각하는 한반도 외교의 가장 큰 치적(legacy)은 무엇인가. |
최근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많다. 나 역시 현재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5년 전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과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조성되었던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상황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 같은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시작된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을 일거에 몰아내고 지금까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왔다. 그 자체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남북 간의 세 차례 정상회담뿐 아니라, 북미 간에 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 역시 큰 성과이다.
또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사상 최초로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 모인 15만 명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한 것은 남북 관계에서 최고의 장면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나는 임기 5년간 전쟁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했고, 군사적 대결 대신 대화와 외교로 방향을 전환시킨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 남북미가 함께 기울여 온 대화와 외교의 노력이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의 결실을 맺는다면 그야말로 남·북·미 정부 모두에게 역사적인 위업이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5년 전의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끈질긴 대화와 외교를 통해 그 같은 위기를 막는 것이야말로 관련국들의 정치 지도자들이 반드시 함께해내야 할 역할일 것이다.
임기 내에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대면이 어렵다면 화상으로라도 추진할 수 있을지, 혹은 남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선결해야 할 조건은 무엇이 있다고 진단하나. |
대화 의지가 있다면 대면이든 화상이든 방식이 중요하지 않다.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대화에 선결 조건을 내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선결 조건 역시 대화의 장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나는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가온 선거 시기와 선거의 결과가 남북정상회담을 갖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핫라인의 가동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동안 핫라인이 가동된 적이 있는지 혹은 친서 등의 소통이 수시로 이뤄졌나. 종전선언 진전 가능성도 궁금하다. 종전선언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최근 6천만 회분 이상의 대량 백신 제공을 활용해 북한과 소통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도 있는데, 유효하다고 보는가. |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차례 만나 장시간 대화하였고, 깊이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소통을 해왔다. 그동안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했던 많은 노력들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동안 노력했던 것을 최대한 성과로 만들고, 대화의 노력이 다음 정부에서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종전선언은 적대관계의 종식과 함께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고,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로 나가기 위한 과정으로 유용성이 있다. 사실 '종전'은 남북 간에 여러 차례 합의했었고, 북미 간에도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바 있다. 또한 지금 한미 간에는 북한에 제시할 '종전선언'의 문안까지 의견일치를 이룬 상태이다.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 임기 내에 종전선언을 이루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지나친 욕심일 수 있지만, 적어도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욱 성숙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
차기 정부는 미국이나 주변 국가인 일본, 러시아, 중국 등과 어떤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6자회담 형식을 되살리는 것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한국과 러시아의 백신접종 증명 상호 인정 합의는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가. 이미 한국에서 러시아 백신 일부가 생산되는 상황에서 2022년 한국 정부가 러시아 백신을 승인하는 것을 기대해도 되나. |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통해 동북아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왔고,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다음 정부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국익과 호혜적 관점에서 주변국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를 포함하는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음 정부는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우리의 변함없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국과는 우리 정부 초기에, 어려웠던 관계를 정상 궤도로 복원시키면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왔다. 특히 올해는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는 해다. 양국관계는 소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활성화하면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지속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우리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실질 협력 사안을 분리하여 접근하면서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노력했다. 다음 정부도 여전한 숙제로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현안에 대해 외교적 해결 노력을 지속하면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동반자이자 우리 신북방 정책의 핵심 협력국이다. 2020년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내실화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교역 300억 달러, 인적교류 100만 명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안정적 협력과 교류를 지속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6자 회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 왔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하고 있다. 한미 공조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집중하면서, 대화가 재개되고 진전을 이루게 되면 다자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백신 인정) 국가 간 예방접종증명서 상호인정은 교류 필요성, 코로나 위험도 평가, 국내 방역에 미치는 영향, 백신 상호인정 용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약품 허가 당국에 러시아 백신 품목허가 신청이 되어 있지 않다. 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식약처가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 유무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검증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추구할 것이라는 주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실제로는 이것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한다. 현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북 포용 능력에 도움이나 방해가 됐다고 생각하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을 어떻게 점치고 있나. |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와 대화를 통한 접근과 함께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또한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과거의 '전략적 인내'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고 본다.
과거 북미 간에 합의한 문서들을 계승했고,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함으로써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우선순위에 있고, 언제 어디서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도 꾸준히 강조하면서 실제적인 대북 접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우리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한 결과로서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이루기 위한 매우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접근으로 크게 환영하며 지지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장기간 대화와 협상 국면이 열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 문제를 푸는 것은 대화일 수밖에 없으므로,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은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고 북미 정상이 또다시 역사적 만남을 갖게 된다면, 이번에는 하노이에서와는 달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로 나아가는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며 희망한다. 관련국들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대화와 외교로 해결한다는 원칙 아래 지혜와 창의적 전략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원하면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북관계가 예전처럼 경색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인권 상황을 부각시키거나 돕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닌가. |
우리 정부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중시하며, 국제사회 및 민간과 협력하여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과 인도적 상황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 국제사회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보다 투명하고 개방된 사회로 나아가도록 이끌어나가는 것이 북한 인권의 실질적 증진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믿는다.
미중갈등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설정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국 압박전선이 강해지고, 미국은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미중 사이, 중일 사이 균형을 잡기 위해 차기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 한중관계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을까. |
(미중관계 등)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으로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자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초석이다. 중국은 한반도와 연결되는 가까운 이웃이자 최대 교역국이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다.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 다음 정부도 이런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미중 관계는 양국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미중 간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기여하는 것도 한국 정부에게 필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중일 관계 또한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하지만 연례행사로 추진되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지난 2년간 열리지 못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3국 정상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동북아 역내 협력 증진은 물론 한중일 3국 간 양자 관계도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중관계)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30년 동안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앞으로 30년을 바라보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보다 성숙하고 견실한 관계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경제협력을 계속 강화하여 양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함께 노력하면서 특히 양국 미래 세대인 젊은 층 상호 간의 이해를 제고하고 우호 정서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인적·문화적 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 양국은 2021∼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하고, '한중관계 미래발전 위원회'를 통해 향후 30년의 양국관계 발전 청사진을 함께 구상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양국은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한반도 문제만이 아니라 코로나 대응,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소통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팬데믹 상황 때문에 제약을 받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진척이 없다.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을 위해 한일 기업과 국민이 낸 성금으로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는 '문희상 안(案)'도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한 근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나. 이를 풀기 위한 복안이 있는지, 혹시 전격적인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할 생각이 있나. |
한일 간에 풀어야 할 현안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왔으나, 아직까지 접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게 여긴다. 과거사 문제의 본질은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이 되어야 하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원칙이기도 하다.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진정한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역사 앞에 진정성 있는 자세와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정부는 어떠한 제안에 대해서도 열려 있으며, 대화로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 유감스러운 일은, 최근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과거사 문제의 진전을 위한 대화 노력과 함께 한일 간에 미래 협력과제를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일본 총리와의 소통에 항상 열려 있다는 입장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5년 간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번 기회에 일본이라는 이웃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묻고 싶다. 일본 국민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새 정권에게 한일관계에 있어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한·일 양국은 양국관계뿐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과거사 문제 해결과 실질 분야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구분하여 접근하면서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노력해 왔다. 다음 정부도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힘써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사나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맞서 한일 양국 간 대화와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오랜 세월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 왔다. 지금도 양국 국민들은 음식과 음악,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며 함께 즐기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삶에 양국의 문화가 깊숙이 파고들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활발하고 친숙한 문화적 교류는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모든 역사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어두운 부분이 상처로 남기도 한다. 그 점을 직시하면서 함께 상처를 치유해나간다면,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양국 관계가 더 튼튼히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 양국 국민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류를 정상화하여 인적교류 1천만 시대를 다시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임 기간 대통령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 중에는 단 한 곳,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다. 한국은 점점 글로벌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상황이며 라틴 아메리카 지역은 인구 6억 명 이상이 거주하는 전략지역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과 라틴 아메리카 사이의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어떤 지역을 선호하는가. |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중남미 지역을 더 많이 방문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한국과 중남미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운데, 교역·투자, 건설·인프라, 인적·문화교류 등 다방면에서 실질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특히 우리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지향적 파트너로서 중남미 국가들을 중시하면서 외교 다변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중남미 주요 국가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적극 추진해왔고, 특히 한-중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CABEI(중미경제통합은행) 가입, 태평양동맹 준회원국 가입 추진 등 중남미와의 경제·통상 협력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11년 만에 한-SICA(한-중미 통합체제)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디지털 전환, 친환경·녹색성장, 보건 안보 등 중남미의 협력 수요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중미 북부 3개국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대상 ODA(공적개발원조)를 2021∼2024년간 2억2천만 달러로 확대하는 등 개발 협력도 가속화 하였고, 지난해에는 미국, 스페인 등 주요 우방국과 정상회담 시 중남미 지역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올해는 한국과 중남미 15개국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서,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을 한층 더 심화하여 상생협력의 동반자로서 앞으로의 60년을 더욱 발전된 관계로 함께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국내 경제에서 가장 아픈 대목으로는 부동산 문제가 꼽힌다. 지금 돌아보는 집값 폭등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라 보는가. 상대적으로 소득 불평등 지수가 나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가. 나아가 국내외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경제질서가 큰 변화를 맞고 있는데, 이후 한국 경제 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야 한다고 보는가. |
부동산 문제가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는 속에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돈이 부동산으로 급격히 몰렸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도 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했지만, 수도권 집중화가 계속되고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며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를 더 일찍 서둘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상황 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최고의 민생문제로 인식하고 투기 억제, 실수요자 보호, 공급 확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그 노력으로 부동산 가격은 최근 확실한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며 주택 공급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사전청약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주거 안정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여 부동산 문제가 다음 정부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자산 격차가 심화된 것이 큰 과제로 남았지만, 소득 면에서는 소득불평등 지수가 정부의 정책적 효과로 지속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것이 지표로 확인되었다. 시장소득 격차가 커졌음에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한 포용정책과 코로나 위기 시 펼친 적극적 확장 재정정책의 성과라고 본다. 정부 출범 이후 5년 내내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지표가 모두 개선되었으며, 특히 코로나로 타격이 가장 심했던 2020년에도 모든 계층의 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늘어나 분배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었다. 위기 시에 소득불평등이 확대된다는 공식을 깬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자부한다. 포용정책은 완성이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를 위해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노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되며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속에서 코로나 사태는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고, 탄소중립 시대는 국제 무역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격변, 대전환의 시대다. 이제 한국 경제는 디지털·저탄소 경제구조로의 전환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면서 디지털, 그린, 휴먼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고, 탄소중립 시대를 주도적으로 개척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국민이 힘을 모으고 있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린 일로서, 미래 신성장 동력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반 세계화 여론의 확장 및 국제사회의 분열과 갈등, 점점 커지는 신냉전의 위험에 따라 세계는 좀 더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모델을 필요로 한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국제정치 및 경제 질서는 무엇인가.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가 글로벌 공급 및 산업망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어떻게 글로벌 공급 및 산업망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
감염병 유행, 기후변화 등 우리가 새롭게 당면한 글로벌 현안들은 개별국가들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국제사회의 긴밀한 공조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연대와 협력'을 통한 '상호 신뢰와 포용'을 기반으로 당면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국제사회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의 방역 대응 경험과 정보를 전 세계와 공유하고, 백신의 공평한 보급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동참해 왔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대폭 상향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국가 간 상생과 포용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가교국가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코로나와 기후 위기 등 글로벌 현안은 세계 경제질서와 산업 지도에도 영향을 미쳐각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선점을 위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가 그동안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를 통해 상생과 공동번영의 길을 걸어온 것과 같이, 다자주의와 호혜적 협력에 기반한 자유무역 질서의 복원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한 한국은 FTA 네트워크가 잘 형성된 국가로서 개방적이고 공정한 무역 질서를 확립하는 데 적극 협력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제1교역국으로 양국 간 긴밀한 경제협력이 이뤄지며 산업구조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양국의 상호보완적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공급 불안 속에서도 양국은 기업인 출입국 지원, 중국내 주요 공장 방역 지원 등을 통해 경제협력과 활동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한 바 있다. 앞으로도 양국은 기업의 경제활동이 불편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지원해 나가면서 탄소중립 등 미래 경제질서의 변화에도 적극 협력해나갈 것이다.
취임사에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분도 우리 국민이라면서 국민통합 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권에서 진영 간 대결 양상이 더 심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정 협의체도 예상만큼 가동되지 못했다. 취임사에서 밝힌 국민통합이 얼마나 이행됐다고 생각하는가. |
우리나라가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한편으로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가짜뉴스 등이 진영 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적대와 증오를 키우고 있다. 지금 선거 국면에서도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을 포함하여 정치권이 앞장서 갈등을 치유하며 국민을 통합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문화부터 보다 통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협치를 제도화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했다. 협치를 위해 약식 취임식 전에 야당부터 방문했고, 여야 지도부와 여러 차례 만나면서 초당적으로 힘을 모으기 위한 협치의 틀로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설치를 끌어냈다. 여야와 정부가 국정을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를 만든 것은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야권의 유력 인사들에게 당적을 유지한 채 내각 참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끝내 모두 고사했다. 진영으로 나뉘는 정치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코로나 위기 극복에 정치권이 예산과 입법으로 힘을 모아준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하고 타협하며 통합하는 성숙한 정치로 한 단계 더 나아가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 그럼에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통합된 역량이다. 이번 코로나 위기 시에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 국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통합된 역량을 발휘하며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계속 발전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대통령은 한 때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고 성평등과 여성 인권 신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대통령 재임 동안의 진전이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한다. 도지사와 시장 2명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거나 고발된 상태다. 그리고 이제는 집권 진보진영 여당과 보수진영 야당이 대선을 앞두고 남성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 '안티 페미니스트'의 목소리에 영합하는 듯한 모습이다. 왜 이런 상황이 됐고,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우리 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데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만큼 성과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여성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디지털 성범죄와 스토킹 범죄 등 젠더 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본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또한 경력단절 문제나 성별 임금격차 해결을 위한 정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이 활발했던 것도 성평등 의식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성평등 관련 국제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실질적 성평등을 이뤄내는 노력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다름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사회야말로 가장 강하고 성숙한 사회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도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청년층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청년들이 어렵고 특히 기회가 제약되니 여성과 남성 모두 '내가 성차별의 피해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더 많은 기회와 공정의 믿음을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남성 탓' 또는 '여성 탓'이 아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건강한 토론으로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을 이용하며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진정한 성평등을 통해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극심한 경쟁 환경에 처한 청년들에게 일자리, 주거, 교육, 자산 형성 등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통령이 전직 인권변호사임에도 정부와 여당이 차별금지 입법을 의미 있게 추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
차별과 혐오를 배제하고 올바른 인권 규범을 정립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대한민국이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나가는 일에 우리 사회 전체가 역량을 모아나갔으면 한다. 정부는 의지를 가지고 남은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국회에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으므로 진지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와 입법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퇴임 후 계획은. 잊혀진 사람으로 지내고 싶다고 하셨지만, 퇴임 후에도 여권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방북 특사 등의 요청이 있다면 수용할 수 있나. |
솔직히 퇴임 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퇴임 후 거주할 양산 사저 공사가 거의 다 되어가는데도, 뉴스에 보도된 사진으로만 봤지 한 번도 건축 현장에 가보지 못했다. 지금도 오미크론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마지막까지 위기관리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다. 퇴임 후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사회적인 활동도 구상하지 않고 있다. 질문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