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의 한겨레 신문 <박현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중 일부 질답을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 경제 전반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관점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한겨레] 박현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집값 추가 하향 조정…차기 정부도 안정 깨는 정책 못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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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야 성과와 아쉬운 점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경제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 그리고 가장 아쉬운 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
“
크게 보면 성과는 두 가지입니다. 국제경제 질서의 변화와 연속된 위기를 잘 극복하고 미래 변화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한 것입니다.
정부 출범 때부터 많은 위기를 겪었습니다.
2017년 북핵 위기,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가 있었고, 그리고 2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위기와 공급망 충격까지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톱10 국가로 올라서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승격했습니다. 지난해 1인당 소득이 3만5천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혁신능력과 문화 등 소프트파워에서도 세계에서 선도적 위치를 갖게 됐습니다. 분야별로는 유니콘 기업이 3개에서 18개로 늘어나는 등 제2벤처 붐이 일었고 생존의 기로에 섰던 조선업과 해운업의 부활을 이끌었습니다. 방산도 순수출국이 되었고요.
위기 속에서도 선진국 중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이루었고 동시에 지난 4년간 소득5분위 배율, 지니계수 등 분배지표의 개선을 이뤘습니다.
미래 대비 측면에서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디지털·그린이라는 큰 구조전환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안전망과 사람투자에 나섰습니다.
아쉬운 점은 무엇보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조기에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설사 코로나의 영향, 그리고 전세계적인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저변의 원인이고 모든 나라가 같이 겪었던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최근 부동산시장 안정이 정착돼가고 있고 계획된 공급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동산 시장 전망
부동산 공급 대책이 뒤늦게 나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문재인 정부가 열심히 해서 205만호 공급 대책을 마련해 놨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 그게 본격적으로 실현이 될 것입니다. 도심에서도 찾아보면 공급을 많이 늘릴 수 있는 장치가 있다는 개념으로 2·4 대책을 했어요. 그런 노력을 좀 더 일찍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많은 상실감을 초래한 데 대해 죄송스럽습니다. 정부가 그렇게 강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부동산에 대한 입장에는 여러 층이 있어요. 아주 비싼 주택을 여러 채 가진 분들도 있고,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해당되는 분들도 있고, 집이 없는 분들도 40%나 돼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격차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안정이 깨지거든요. 집 안 가진 분들은 큰 상실감을 겪게 되잖아요. 그걸 정부가 두고 볼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상당히 강한 정책도 했던 것입니다.”
최근 주택가격이 조정 양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만 대선 기간에 여러 공약들이 나오면서 일부 지역에서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합니다. 올해 집값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
“제가 눈여겨보는 지표는 실거래가격지수입니다. 이건 실제로 거래된 것만 보는 거예요.
지난해 11월부터는 사실상 주택 시장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12월에도 마이너스 폭이 꽤 커졌고요. 또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거의 10년 내 최저로 떨어졌어요. 그만큼 시장에 대한 기대나 심리가 바뀌었고 수요가 뒤따라가지 않는다는 얘기거든요.
지금 가격에 수요가 뒤따라가지 않으니까 거래가 위축되는 현상이라서 좀 추가적인 시장의 하향 조정은 있을 거라고 예상을 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불로소득 같은 경우에는 차기 정부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차기 정부가 최소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깨뜨리는 쪽으로 정책 선택을 하지는 못할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굉장한 국민적 저항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죠.”
#코로나19로 인한 자산 불평등 심화 과제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산 격차는 더 심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자산 불평등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신지, 그리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앞으로 정책적 과제를 말씀해 주십시요. |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대(MIT) 교수가 저서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인 제도와 정책을 가진 나라가 성공한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착취적인 제도를 가진 나라는 실패하고요. 여기서 착취적이라는 말은 기회나 성장의 과실을 어떤 특정한 계층이나 부류가 다 가져가는 것인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는 거거든요. 남미가 거꾸러진 게 이런 이유 때문이거든요. 특정한 패밀리나 계층이 다 가져가 버리는데 국민이 뭘 하겠어요. 의욕이 안 나지. 그런 점에서 자산격차 문제는 결코 경시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정부는 우선 부동산시장 안정으로 불로소득 기회를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투기 등 시장교란 행위를 차단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세번째로, 자산형성 기회를 널리 가질 수 있도록 무주택자 내집마련 기회와 최근 청년희망적금 같은 청년층 재산형성 저축 제도를 확대하는 겁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래 세대가 혁신과 직업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신산업 분야 인재 양성과 공교육의 질 제고가 필요합니다. 벤처 창업을 해서 젊은 나이에 성공을 하는 그런 사회를 계속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인적자본과 기술에 기반해 우리나라가 계속 성공하지, 부동산 사서 두 배 올랐다고 좋아하고 그래 가지고는 미래가 없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을 위한 대책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이 다른 주요국에 견줘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재정을 통한 직접 지원을 더 확대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은 별도의 관리가 있어야 됩니다. 어려워진 차주들한테는 맞춤형 상환 계획을 짜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영업을 계속 영위해갈 수 있는 분들은 시간만 좀 주면 갚아나갈 수 있거든요. 일시 상환 대신 2년이나 3년에 나눠서 갚는 구조를 짜주거나, 상환 일시를 일정 기간 유예해 주는 식으로요. 이러한 장치들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걸 일괄 연장을 할 것이냐, 갚을 수 있는 사람은 갚게 하면서 나머지만 연장할 것이냐 하는 구조를 짜야 되는데, 일반 은행들도 이런 구조가 갖는 비용과 편익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을 겁니다. 다만 정부 원칙은 어려워진 소상공인한테 당장 갚으라고 그러면 현실이 안 맞는다는 거고요. 오미크론 방역 상황이 주요국 사례를 보면 막바지로 가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까지 좀 봐서 장기적으로 상환을 해나갈 수 있도록 개별 프로그램을 짜는 걸 금융권과 금융위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것입니다.
직접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지금껏 겪어온 그 어려움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만, 저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지나온 2년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정부로서도 여러 제약하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왔다고 봅니다.
올 초까지 총 7차례 추경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소상공인 직접 지원액이 한 18조원 정도 되고 이번 추경으로 10조원가량이 방역지원금으로 추가 지급됩니다.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도 지역화폐 형태로 25조원 정도가 지급되었죠.
또 하나는 세계 최초로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법을 제도화했어요. 이게 분기마다 손해를 산정해서 해주게 되어 있는데 지난해 3분기분 2조4천억원이 나갔거든요. 손실보상금은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중복해서 나가는 겁니다. 식당을 운영한다면 방역지원금을 300만원 받고, 그리고 분기마다 매출 계산을 해서 손실 보상이 또 나오는 구조입니다.
정부로서 아무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더라도 소상공인 입장에서 절대 충분하지는 않겠죠.”
대선 후보들이 당선되면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해 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규모의 재원을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
“
재정 트릴레마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다는 건데요. 복지(재정지출)를 늘리려면 결국 국가부채를 늘리거나 세금을 늘려야 된다는 겁니다. 국가부채도 안 늘리고 세금도 안 늘리고 복지와 같은 항구적인 지출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건 도깨비방망이가 있어야 되는 것이니까요. 국가부채를 늘리거나 세금을 늘린다고 하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지출을 조정해가지고 하겠다는 공약이 나올 수 있는데 그것 역시 한계가 분명히 있죠. 트릴레마 개념으로 보면 아무 대가 없이 어디선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대규모 혜택을 주겠다는 건 성립이 안 됩니다.
그래서 대규모 공약을 낼 때는 과연 거기에 들어가는 재원을 어디서 조달한다는 것인지 따져보고 판단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 없는 주장이 돼버리니까요. 다만 지금 선거 상황에서 제가 개별 공약의 재원 조달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