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한 마음으로, 국민께 보고드립니다. 요란스럽게 잘한 일을 늘어놓거나, 반대로 느닷없이 반성문을 쓴다고 문재인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권력을 위임받은 대리인에 대한 엄밀한 평가는 오롯이 주권자 국민의 몫입니다.
그럼에도 꼭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험준한 능선의 고비마다 위대한 국민께 기대며 여기까지 왔다고 정중히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촛불시민의 준엄한 명령과 함께 시작한 정부였습니다. 큰 기대를 받음과 동시에 수많은 대내외 위기도 지나왔습니다. 임기 초 일촉즉발의 북핵 위기부터 일본의 수출규제,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전 세계적 자산 유동성 증가와 기술혁신에 따른 가파른 산업구조 재편까지.
그 어떤 위기에도 손쉬운 해법은 없었습니다. 논쟁이 첨예하고 갈등이 격화될수록 그랬습니다. 갈라진 길목마다 수십·수백 가지의 선택지가 뒤섞였습니다. 매 순간 칼날 위에 선 심정으로 길을 내었고, 그렇게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국민과 걸었습니다.
답은 언제나 국민이었습니다. 국민을 믿고 두려움 없이 걸었습니다. 흔히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위대한 국민’을 버릇처럼 호명하지만 지난 5년만큼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타래는 국민께 드리는 감사의 보고서이면서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생생한 체험 수기입니다. 2016년 겨울 광화문 거리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외쳤던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유감없이 확인했던 기록입니다.
국민과 울고 웃었던 시간을 담고자 애썼습니다. 문재인정부를 만든 주역인 국민들을 직접 만나 뵙고 애틋한 사의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생업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시는 그 사려 깊은 선의의 마음이 곧 문재인정부 5년을 지탱해온 힘이었음을 깨닫습니다.
28명의 국민과 더불어 13명의 정부 담당자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주요 국면마다 실무를 담당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당시의 고민과 맥락을 소상히 전달해드리고자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날것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국정 보고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는 계속될 것입니다. 시대에 따라, 분야에 따라 인정받고 질책받으며, 때로 재조명되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5년간 권력을 위임받았던 대리인들은 역사의 평가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설 뿐입니다.
그러나 늘 국민의 뜻을 받들고자 했던 정부였음을, 시대정신을 피하지 않고 직시했던 정부였음을, 무엇보다 치열한 사명감으로 임했던 정부였음을 기억해주시길 감히 청합니다. 모쪼록 국민께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동분서주했던 시간을 자부심으로 기억하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그 간곡한 마음을 담아 주권자 국민께 올립니다.
5년간 위대한 국민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2022년 4월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