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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와대

한·중 비즈니스 포럼 대통령 연설문

2017-12-13

지앙쩡웨이(姜增偉)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위원장님,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님, 양국의 경제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여전히 아픔을 간직한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가 존엄합니다. 사람의 목숨과 존엄함을 어떤 이유로든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입니다.


이제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서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를 성찰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경제인 여러분, 올해는 중국과 한국이 수교한지 25년이 되는 해입니다. 저로서는 수교 이후 다섯 번째 중국 방문인데, 올 때마다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의 모습에 놀라고 감동을 받습니다. 지난 25년간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 속에서 한-중 양국은 서로의 경제발전에 든든한 협력자가 되어왔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이 되었고, 한국은 중국의 제3대 교역대상국이 되었습니다. 인적교류도 크게 늘어, 한 해 천만 명 이상의 국민이 양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중국 젊은이들은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를 즐기고 있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은 중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를 즐깁니다. 요즘은 중국 쓰촨요리 마라탕이 새로운 유행입니다.


중국과 한국의 밀접한 교류와 협력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사촌임은 물론,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함께해 왔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공자와 맹자의 유교사상을 배우고, 삼국지와 수호지를 읽으며 호연지기를 길러왔습니다. 제국주의의 침략에 함께 고난을 겪고 함께 싸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본질적인 유대감 속에 양국은 지난 25년간 폭 넓은 교류를 통해 오랜 우정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양국관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경제인 여러분들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입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한국의 속담처럼, 저는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의 우정과 신뢰를 다시 확인하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존경하는 경제인 여러분, 세계 경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눈앞에 다가오고, 보호 무역주의와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과 한국은 모두 새로운 지도체제를 출범시켰습니다. 중국의 새 지도부가 지향하는 가치와 원칙은 한국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19차 당대회에서 인민이 정치의 중심임을 분명히 하고,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을 통해 중국의 꿈을 실현할 것을 역설했습니다. 한국도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국정목표로 삼고, 가계소득을 높이는 “사람중심 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강조한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은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이 그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북아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중국과 한국이 힘을 모아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을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 양국의 경제협력 패러다임도 새로워져야 하겠습니다.


저는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을 위한 3대 원칙과 8대 협력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우선, 새로운 25년의 경제협력을 위한 3대 원칙입니다.


첫째,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강화입니다.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의 틀을 제도화하여 경제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둘째, 양국의 경제전략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협력입니다. 경제협력을 양국이 지향하는 새로운 산업과 분야로 확대하고, 상호보완적 협력, 경쟁적 산업의 제3국 공동진출로 호혜상생의 협력구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양국 국민 간 우호적 정서를 통한 사람중심 협력입니다. 문화 교류와 인적 교류를 확대하여 마음이 통하고 서로 신뢰하는 친구가 되자는 취지입니다.


중국에서는 숫자 8(八)이 ‘부(富)를 얻는다’는 의미가 있어 사랑받는 숫자라고 들었습니다. 한-중 협력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8가지 협력방향’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안정적인 경제협력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발효 3년 차인 한-중 FTA는 양국 경제협력의 근간입니다. 양국 기업들이 실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FTA 이행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검역, 통관, 비관세 장벽 등 교역의 문턱을 더 낮춰야 합니다.


내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개시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입니다. 양국 기업의 서비스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상호 투자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울러, 한-중 경제장관회의 등 정부 부처 간 협의 채널을 열고, 반도체, 철강 등 산업별 민간 협의 채널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교역 분야 다양화와 디지털 무역으로 양국 교역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하겠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교역투자를 전통 제조업에서 프리미엄 소비재와 서비스 분야로 확대해나가겠습니다.


양국은 발전된 IT 인프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하이타오족(海淘族)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한국의 식품, 화장품, 유아용품을 구입하는 주된 고객입니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티엔마오(天猫, T-mall), 타오바오(淘寶網) 같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중국 제품을 직접 구매합니다.


배송-통관-반품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양국 기업의 상호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확대하여 디지털 무역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미래 신산업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양국 모두 혁신 경제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양국은 사물인터넷(loT),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전기차 등의 신산업 분야에서, 발전 잠재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분야로 경제협력을 확대하여 상호간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 경험을 중국과 공유하여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넷째, 벤처 및 창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혁신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신창타이 시대에 대응하여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중창신(萬衆創新)’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해 양국의 민관이 공동 출자하여 1억달러 규모의 펀드가 조성되었습니다. 이 기금을 통해 양국 기업의 상호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적 창업과 벤처기업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다섯째, 에너지 분야도 협력을 강화할 유망한 분야입니다. 한국은 친환경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최대 생산국이며,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풍부합니다.


아울러,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같은 초국가적 광역 전력망을 연계하고 에너지 신기술 공동개발로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여섯째, 환경 분야 협력은 양국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시진핑 주석은 19차 당대회 연설을 통해 ‘아름다운 중국(美麗中國)’을 기치로 “생태환경 개발”을 향후 주요 정책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양국은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미세 먼지 같은 환경 문제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대기 정화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기 저감 기술을 중국의 제철과 석탄화력 분야에 적용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대기‧수질 관리, 폐기물 처리, 청정 생산 공정을 위한 생태산업 단지 개발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사업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일곱째, 인프라 사업에 대한 제3국 공동진출입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60여개 연선국가와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하는국가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통해 이웃 국가들과 발전적인 미래 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양국 공통의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한-중 기업 간 장점을 결합한 제3국 공동진출을 제안합니다. 수단 신공항 건설, 두바이 팜 게이트웨이 건설, 에콰도르 정유공장 건설 등 이미 한-중 공동진출 성공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중 공동투자기금을 통해 양국 기업 간 제3국 공동진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신개발은행(NDB) 같은 다자개발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인프라 개발과 경제발전에 함께 기여하겠습니다.


마지막 여덟째입니다. 사람중심의 민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겠습니다. 한국의 서울과 베이징, 인천과 상하이는 비행시간 2시간 거리입니다. 양국 국민들이 쉽게 왕래할 수 있는 하루 생활권입니다.


한국에는 중류 문화가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중국에도 한류 문화가 인기가 있습니다. 한-중 합작투자를 통해 양국의 드라마와 공연,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교류하겠습니다. 문화와 비즈니스를 결합한 협력사업도 확대하겠습니다.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 비율 중 압도적인 1위는 중국인입니다. 중국에도 7만 명의 한국인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인문 교류와 청년 교류 사업을 재개하여 미래의 지도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양국 경제인 여러분, 지난 25년간 양국이 우정과 협력의 물길을 만들었다면, 앞으로 25년은 미래 공동번영을 위한 배를 띄워야 할 때입니다.

중국의 번영은 한국의 번영에 도움이 되고, 한국의 번영은 중국의 번영에 도움이 됩니다. 양국은 함께 번영해야 할 운명공동체입니다.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마음으로 협력한다면 반드시 양국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중심에 바로 경제인 여러분들이 있습니다.여러분의 성공이 곧 양 국가의 발전입니다.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더욱 힘써 주십시오. 저와 한국 정부도 힘껏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