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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와대

제 16회 국무회의 모두발언

2018-04-10

부처별 적폐청산 TF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TF의 권고를 정부 입장으로 인식하기가 쉽습니다. 그로 인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합니다.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적폐청산의 목적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데 있는 것이지, 공직자 개개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명백한 위법 행위는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겠지만 단지 정책상의 오류만으로는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정책상의 오류가 중대한 경우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 정부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각 부처는 그런 방침을 분명히 밝혀서 공직사회가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랍니다.


지난 주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폐비닐과 페트병 등 재활용 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지 못하면서 큰 혼란이 있었습니다.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드려서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폐기물의 수거는 지자체가 관장하는 업무입니다. 하지만 혼란이 발생했을 때 중앙정부가 수수방관하지 않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지자체 및 수거업체 등과 협의하여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비상 처리 계획을 발표한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번의 혼란이 발생하기에 이르기까지 중앙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부족했다고 여겨지는 점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의 수입 중단을 예고한 것은 작년 7월이고, 실제로 수입 금지를 시행한 것은 올해 1월부터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수입이 중단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관계 부처들이 미리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 작년 9월부터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대한 대책으로 고형연료제품, SRF라고 부르는 고형연료제품의 사용을 제한하고, 사용허가제를 도입하고,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그랬으면 재활용 폐비닐에 대한 수요 감소를 예상해야 했을 텐데, 그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상대적으로 질이 좋은 재활용 폐기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국내 폐기물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었는데도 별도의 대책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런 점들을 성찰하면서 재활용 폐기물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세계 각국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라는 우리나라는 최근 수년간 1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 등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고 대책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생활폐기물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단지 수거 처리뿐만 아니라 생산, 소비, 배출, 수거, 선별, 재활용 등 순환 사이클 단계별로 개선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나아가서 생활폐기물과 관련한 생활 문화와 생태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근본적인 중장기 종합계획을 범부처적으로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