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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란 말이 너무 쉽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가 우리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그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이번 환경부의 산하기관 인사를 비교해봅시다.
첫째, 대상이 다릅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진상조사 결과 발표(2018년 5월)를 보면 대상은 민간인들입니다. 영화·문학·공연·시각예술·전통예술·음악·방송 등에 종사하는 분들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환경부 건은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들로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을 본질로 하는 분들입니다. 짊어져야 할 책임의 넓이와 깊이가 전혀 다릅니다.
둘째, 그 숫자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발표 내용을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여 동안 관리한 블랙리스트 관리 규모는 2만1,362명에 달합니다. 그 가운데 피해가 확인된 것만 8,931명의 문화예술인과 342개 단체였습니다. 그러나 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블랙리스트 작성, 청와대 개입 근거’라고 주장하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에 나타난 것을 보면, 거론된 24개의 직위 가운데 임기 만료 전 퇴직이 5곳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임기 초과 퇴직은 9곳으로 2배가량 많습니다. 게다가 문건은 사실관계조차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지난 12월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밝혀진 바 있습니다.
환경부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부처의 산하기관의 경우 대부분이 임기를 보장받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후임자를 찾지 못해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사·감사들이 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근무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필요하다면 통계자료를 만들어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작동방식이 다릅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었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을 경유해 문체부와 문예위로 내려 보내 지원 사업 선정에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런 일을 한 적도 없을뿐더러 그런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습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하는 일은 환경부를 비롯한 부처가 하는 공공기관의 인사 방향에 대해 보고를 받고 협의하는 것입니다.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장관의 임명권 행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일상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너무도 정상적인 업무절차입니다. 만일 그걸 문제 삼는다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자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법원이 판결을 통해 정의한 블랙리스트의 개념을 보면 1)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2)계획을 세우고 3)정부조직을 동원하여 4)치밀하게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네 가지 조항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엄밀하게 따져 주시기 바랍니다.
환경부 장관이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해 감사를 벌이도록 한 것도 적법한 감독권 행사입니다.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산하 기관 인사, 업무 등 경영 전체에 대해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습니다.(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조)
물론 이런 권한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행사돼야 합니다. 감사의 수단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에 있습니다.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청와대는 최대한 조용하게 지켜볼 것입니다. 언론도 블랙리스트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부 언론 보도가 더욱 씁쓸한 것은 과거의 보도 태도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태여 문구를 인용할 필요까지도 없을 것입니다. 눈에 띄는 몇몇 사설과 칼럼의 제목만 올려봅니다. 아울러 과거 공공기관장 교체와 관련해서 책임자들이 한 발언도 함께 덧붙입니다.
2019년 2월 20일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